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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로부터 도망치기

지음님의 [자전거와 속도] 에 관련된 글.

토리님의 [걸어다니면...] 에 관련된 글.

내가 먼저 쓰려고 했는데 지음이 써버렸다.

 

자전거를 타고 좋았던 것은 속도로부터 해방이었다.

빠르게 달리는 것들은, 이를테면 자동차들은
다른 것들을 앞질러 가려한다.
공존의 질서가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도로의 약자들을 짖누르는 것이다.
그럴때 이동은 과정이 생략된다.
출발지와 도착지만 있을 뿐,
그 중간은 빠른속도와 남을 이기려는 마음만이 남게된다.

자전거를 타면 이동은 여행이 된다
단순히 집에서 사무실을 가는 것도
여행이 되고 만남이 된다.
안양천변의 풀내음과 만나고
우중충해서 불쌍한 서울하늘과 만나고
아직은 늦은 겨울과 이른봄의 사이에서

쭈볏쭈볏 고개를 내미는 새순들을 만난다.

사실 자전거를 여러 사람들에게 권하면서

도심에서는 자동차보다 오히려 빠르다는 것을 강조하곤 했지만

토리의 글을 보고나서 약간의 반성이 든다.

 

물론 자전거는 더 빠르게 가기 위한 경우

매우 훌륭하고 올바른 교통수단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자전거의 참 맛을 느끼려면

속도로부터의 유혹에서 도망쳐야 한다.

남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이 자랑거리가 아니라

남들과 함께 도로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어야 한다.

 

속도는 삶을 지배한다.

자전거를 통해서 자동차의 속도에서 해방된다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과 속도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에서 둘러볼 수 있는 여백이 생기는 것이다.

자전거가 지구를 살리는 것은 단순히 석유를 잡아먹는 자동차를

거부하기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자동차로 대표될 수 있는

생활습관으로 부터 탈출할 수 있는 시작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보다 빨리 달리기 위한 자전거는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이다.

보행자와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온갖 풀과 벌레들과 함께 달리고

함께 존재하기 위한 자전거가 평화의 도구인 것이다.

 

'느리게 걷는 동안 꽃은 얼마나 자라나~' 이상은의 노랫말이 귀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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