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빌의 '짤막한 사랑'과 사랑한다는 말

2011년의 앨범으로 꼽히고 있는 것 중에는 없지만, 더 주목을 받아야할 앨범에  바비빌의 <Dr. Alcohol>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난 잡범, 짤막한 사랑, 난 내가 네 애인인줄 알았어 등에서 연애와 사랑에 대한 남성들의 흔한 사고를 그려내는 방식이 좋다. 세션과 보컬 선정을 통해 가사에 어울리는 곡 분위기도 잘 형성했다. 특히 무중력  소년, 박세회, 조웅의 보컬 가세.

 

그리고 '짤막한 사랑'의 가사.

 

 

네가 떠났어 어쩐지 나는 믿을 수가 없었어
너무 짧았어 안 믿겨 우리들의 짤막한 사랑
혹시 몰라서 너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었어
사랑했지만 안 된대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대

사랑은 개뿔 솔직히 그냥 하는 말이었겠지
내일은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한다 하겠지
헤프다 욕하진 않겠어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전화와 함께 끊겼어 우리들의 짤막한 사랑

오늘은 문득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왔어
혹시 너일까 몰라서 조심스레 받아 봤지만
낯선 여자의 목소리 '사랑합니다 고객님'
나는 울었어 황당해 하는 상담원을 붙잡고

사랑은 개뿔 솔직히 그냥 하는 말씀이겠죠
좀 전엔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한다 했겠죠
헤프다 욕하진 않겠어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전화와 함께 끊겼어 우리들의 짤막한 사랑
너무 짧았어 안 믿겨 우리들의 짤막한 사랑

 

 

사랑한다는 말.

사실 우리가 콜센터 노동자들의 '사랑합니다'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고 비정상적이라고 여기는 건,

일상의 관계에서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아니면 그와 비슷한 표현을 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있는 것의 권력관계를 애써 보지 않으려는 반응일 수도 있다.

아니 이 노래에서처럼, 굳이 권력관계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남발되고 있는 사랑한다는 말과 비슷한 표현들의 가벼움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이란 건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고. 이미 상황과 조건에 맞는 방식이 세팅 되어 있고. 

그래서 사랑을 가지고 소설을 쓰거나 노래를 만드는데 통속적이지 않기가 얼마나 어려워. 뭐 발렌타인 무시하면서 좀 달라보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이미 각본 다 짜여 있잖아. '혁명적' 연애, '동지적' 연애는 뭐 아닌가.

연애. 어차피 서로에 대한 감정노동을 다시 한번  또 한번 갱신하려는 계기를 마련해 나가는 거잖아. 그게 발렌타인의 초콜릿이든,  방금 태어난 아기이든, 같이 읽은 책과 같이 들은 음악이든, 함께 맞섰던 적이든.

그런데 지금 이 세상은 이런 식으로라도 갱신의 계기를 의무로, 당위적인 것으로 설정해놓지 않으면 서로에 대한 감정적 의존을 기대하기 어려운 세상이니까. 그냥 그게 다 '살아가는 방식'인 거지.

짜여진 각본만 수십년 연습해온 탓일까. 날개를 달았을 때를 상상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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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1 20:24 2012/01/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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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랑을 개념적으로....
    머리아파
    그냥
    바람처럼 왔다가
    파도처럼 증오하는
    세익스피어의 연애미학
    '로미오와 줄리엣' 이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걸랑
    지금 사회구조에서 사랑이란 정의는 개념화 할수록 현실은 세익스피어의 비극적 사랑이 많걸랑
    눈보라 치고 파도가 일렁일때
    바람처럼 왔음으로 또한 그렇게 가는가 보다
    겨울 들판에 선 나목처럼 "죽느냐,사느냐"
    기필코 봄은 오걸랑

  2. 헐... 연애에 대한 정의가 새롭네연 맞는 거 같애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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