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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윙거를 찾아서]

[nkino] DJUNA의 Actor&Actress - 제인 폰다  에 트랙백했습니다.

 

 

데브라 윙거를찾아서
(SearchingforDebraWinger)
미국/02/97분/Beta/다큐멘터리

감독|로잔나아퀘트

DJUNA 의영화낙서판> 데브라 윙거 를찾아서 SearchingforDebraWinger(02)**1/2 를 참고하세 요.

지난 여성 영화제에서, 가장 보고싶었던 작품 중 하나.

이걸 위해서 굳이 심 야 표를 끊고, 사람들을 꼬셔서 함께 보러 갔다.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일 거라고 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드물게, 헐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여배우 (로잔나 아퀘트의 이력은 그리 전형적이라고 하기는 힘들겠지만...)가 여성으로서 일하고 살아남는 데 대한 고민을 나이브하게 담아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중요하고 무거운 고민 인데, 잘 풀리지 않을 때,사람들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럽고 이해가 되는 발상이 아닌가. 게다가, 이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분명 구조적인 원인이 있고, 나 말고 다른 사람도 머리가 터지고 가슴이 답답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 기록을 해야겠다. 나누어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몇 차례나 다큐멘터리를, 영화를, 기획하다 말다 했지...)

 

로잔나 아퀘트는 했다. 그리고, 역시나,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지도, 고민을 해결하지도 못한 듯 하지만, (역시, 자기 머릿 속이 정리가 잘 안되어 있으면, 답이 나오긴 힘든 것인가...)

같이 고민을 곱씹어보고, 경험을 나누는 기회는 주었다. 게다가 꽤나 대단한 배우들과 함 께...

 

 

# 로잔나 아퀘트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랑블루'의 여주인공으로 기억될텐데,

나에게는 '펄프 픽션'에서의 (유일하게) 상큼한 느낌으로,

'수잔을 찾아서'라는 훌륭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크래쉬'와 '뉴욕 이야기'의 멋진 조연 중 하나로,

흐뭇하게 기억되는 배우.

(이상하다, 로잔나 아퀘트가 나온다고 하면 우선 보는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기억나는 영화가 몇 개 없다니...)

어딘지 모르게 신비적인 분위기, 적어도 전형적인 미국인 같지 않은 느낌을 가지고 있고, 특출나지는 않지만, 유감 없는 연기. 다른 배우들과 엄청 뛰어난 앙상블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어도, 어우러져 멋진 그림과 오라를 풍기는 여배우.

 

아퀘트 집안의 맏이로,

여동생 패트리샤 아퀘트('트루 로맨스', '비욘드 랭군' 등)과 남동생 데이비드 아퀘트('스크림' 등)이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예술가였던 듯. (영화에 나오는게 기억을 못하겠다.)

 

 

# 기억에 남는 여배우들의 증언

 

1) TV에 출연하는 것에 대하여...

 

꽤나 진해 보이는 친구들과의 만찬. 일일히 기억은 안나지만, 줄리아나 마굴리스, 다릴 한나, 사만다 마티스, 패트리샤 아퀘트, 멜라니 그리피스 등이 동석했다.

DJUNA도 언급했지만, 줄리아나 마굴리스 (E.R.의 간호사)가 영화를 시작하면서 겪었던 당황스러움. TV에서 독립적이고 입체적이며 강하고 풍성한 사회적 관계 속에 놓여있는 여성 캐릭터를 오랫 세월 연기해오다가, 영화를 시작하니 온통 부수적인 역할들 뿐이었다고.

그리고, 사만다 마티스, 최근 2년 여 동안 TV에만 출연했는데, 사람들이 "한물 갔구나"라고 하지만, 자기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TV에서 보다 매력적이고 의미있는 역할들을 찾을 수 있는걸 어쩌냐고.

 

헐리우드 영화시장은 이미 너무 상업적이고 특정 대상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영화들만을 생산하낸다. 그 속에서 서른이 넘어버린 여배우가 역사에 남은 연기는 아닐지라도, 연기 노동을 하면서 소외되지 않을, 작게라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역할은 많이 없는 것이다. 특히나, 한 때 어느정도 스타였던 여배우들은... 사실, 이 식탁에 앉아있던 사람들 중에,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다들 오랫 동안 연기를 하면서 먹고 살았고, 나이가 들었고, 그 만큼의 표현의 폭과 유연성, 삶과 인물에 대한 통찰력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하긴, 많은 배우들이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들을 획득하곤 한다. (우리나라 미남미녀 스타들만 해도 경험이 축적되면서 이전엔 절대 기대하지 못했던 수준의 연기를 보여주지 않는가...) 다만, 많은 경우, 상업영화 판에서, 이들이 상업영화들을 전전하며 습득한 이런 숙련도를 써먹어주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

 

2) 왜 영화에서 나이든 여성들의 입지가 극단적으로 축소되는가.

 

역시, 꽤 친한 배우들과의 술자리. 여기 동석했던 배우들은, 대개 얼굴은 기억하지만 누군지는 잘 모르는, 그런 사람들이었는데, 매우 친밀하고 적나라한 대화들이 오갔다.

 

그 중에 하나, 거의 진실일거라고 여겨지는 분석.

"나이가 몇이건 간에, 헐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들은 (대개 남자들인데) 바보같이 영화와 자신을 동일시해버린다. 자기가 같이 자고싶은 애들만 영화에 출연시키는거다. 그래서 영계들만 나오지. 우리 같은 여자들을 찾겠어?"

 

또 하나, 우스우면서도 비극적인 통찰.

"영화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의 대사는 거의 의문문이잖아. "정말?" "어디 가는거아?" "괜찮겠어?"... 혹은 "믿을 수가 없군!" 정도??"

 

 

[nkino] DJUNA의 Actor&Actress - 텔레비전과 영화 연기 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nkino] DJUNA의 Actor&Actress - 데브라 윙어 도 관련있습니다.

 

  ... '사관과 신사'를 촬영하던 당시, 트레일러에서 쉬고 있는데, 제작자(아, 이름만 들으면 아는 거물이었는데, 생각이 안나네...)가 오더니, 오늘 모니터를 보니 얼굴이 너무 부어보였다면서 가루약이 든 봉다리를 하나 던지고 갔다고 한다. 몸에서 수분을 제거하는 무슨 약이었다던가. 그 미모인데... 처음 '애정의 조건'에서 보았을 때,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강하고도 힘들어 보이던 아름다움에 흠찟 놀라고 말았었는데... ('사관과 신사'는 안봤지만...)

 데보라 윙어는 이런 헐리우드의 행태에 특히 많이 부담을 느끼는 여배우였던 것 같다.

 

[nkino] DJUNA의 Actor&Actress - 제인 폰다

 

... 의외로 이 영화에서 여배우들이 보여주는 예술에 대한 애정이나 욕구랄까... (뭐, 전부 연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제인 폰다가 (여러 주제에 대한 인터뷰 중 하나로) 이야기한 연기하는 현장에서의 희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그녀 특유의 카리스마와 역사적 아우라가 결합되어, 진실로 가슴에 푹 들어와 박힌 순간이 있었다.

은퇴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다시는 그런 정서적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것. 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클라이막스 신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을 때, 준비하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심리적 부담감과 희열. 수많은 조명과 카메라, 스탭들의 눈이 나를 향하고 있고, 그 개런티를 받은 저 여자가 얼마나 해낼 것인가, 지켜보고 있고, 이 영화의 임팩트는 이 순간의 내 표현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후배 연기자를 앞에 두고 아련한 눈으로 울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는 제인 폰다의 모습을 보면서, 아, 연기자란, 배우란, 이런 매력이 있는거였구나, 다시 생각해보게되었달까.

 

헐리우드의 여배우들에게 예술에 대한, 전문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자긍심이 이렇게 있다고는, 나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작가와 감독이 시키는 대로 이야기하고 움직이는 인형들? 나이가 들고, 나도 노동을 하고, 먹고 살고 일한다는 것과, 영화가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의 육체노동의 산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면서, 배우라는 직업과 사회적 조건에 대해서도 많이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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