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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액트가 만난 사람_여성미디어활동가 : 조석순애 (미디액트 뉴스레터 제 66호 : 2005년 5월 10일)

미디액트가 만난 사람
여성미디어활동가 : 조석순애


미디액트는 2005년 여성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미디어교육을 기획 중에 있습니다. 여성들이 미디어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직장과 육아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고, 현재 주류미디어의 구조에서 재현되는 이미지는 남성적 시각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 생산 활동의 주체로서 여성의 참여보장은 더더욱 쉽지 못하다. 오늘 우리가 만날 사람은 ‘여성주의'를 내걸며 제작, 교육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여성영상집단 움의 ‘조석순애'이다. 그녀는 2004년에 이어 이번 해도 미디액트 미디어교육에 교사로서 참여하고 있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하였다.

오정훈 : 먼저 간단히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과거에 여성운동을 했었고, 현재는 <여성영상집단 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여성영상운동이 나의 삶이자, 일이고, 애인이고, 사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일 중독자.

오정훈 : 요즘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 ?

- 여성영상집단 움에서 제작하고 있는 70년대 여성노동자에 대한 다큐멘터리 <2번 시다>와 10대 레즈비언들이 학교에서 겪는 부당한 차별에 대한 다큐멘터리 <이반검열> 제작에 참여하고 있으며, 크고 작은 여성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같이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여성이반미디어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탈성매매여성 ‘영상치유' 프로그램을 준비중에 있다. 또 하나는 여성영상운동의 정책을 개발하고 여성미디어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오정훈 : 여성주의라는 것이 본인 뿐만 아니라 움의 모토라고 생각한다. 순애씨가 생각하는 여성주의는 무엇인가 ?

- 많은 여성주의자들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여성주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다들 자신이 처음 여성주의자로 살겠다고 결심하게 된 동기와 여성으로서 살아온 삶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여성주의는 이론이나 개념이기에 앞서 자신의 삶 속에서 가져가는 실천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상의 많은 순간 속에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공포들이 있다. 집에 혼자 있을 때 자장면 배달부가 무섭고, 유영철 살인사건, 화성 납치사건을 뉴스에서 접할 때마다 나 또한 언제 어디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같은 공포를 안고 살아간다. 이 공포감은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경험해야만 하는 부당함이며, 사회적 소수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나의 위치와 처지에 대해 매순간 각인시켜 주는 것이다.

나의 여성주의는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부당한 현실들을 다른 여성들과 함께 공감하고 그것들을 바꿔나가기 위해 여성들이 모여 함께 기뻐하고 분노하고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정훈 : 작년에는 수원과 대구에서 각각 지역 여성 활동가,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과 같이 미디어교육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 혹은 의미는 어떤 것인가 ?

- 교육에 참여하면서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들의 변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기간 내내 카메라와 연애 하는 듯 보내는 모습, 교육참여자들끼리 연애하듯 미쳐 지내는 모습, 자신의 변화가 영상물에 고스란히 담겨져 수료작품으로 나오는 모습, 교육과정이 끝난 후 카메라와 함께 자신의 전망을 그려보는 사람들.... 이런 격동의 순간, 변화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고 보람이고 의미다.

오정훈 : 여성이 참여하는 미디어교육이 많지 않다. 왜 그런 것 같은가 ?

- 질문의 요지가 모호한 부분이 있다. 기존의 많은 미디어교육에서 여성의 참여욕구는 매우 높았다고 생각한다. 이 질문은 지금까지 여성주의 미디어 교육이 많지 않았다는 질문이 아닌가 한다. 나는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많은 조직에서조차 여성의 문제에서만은 유독 보수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로 취급하는 것을 여러번 경험했었다. 그들이 말하는 진보 속에 여성은 없었다.

여성은 수적으로 다수이지만 여전히 사회적 소수자이다. 여성주의 미디어교육이 많지 않은 이유는 여성을 사회적 소수자로 보지 않는 인식의 부족 탓이다.

오정훈 : 여성미디어교육 혹은 여성주의 미디어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 여성주의 미디어교육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주의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여성주의 시각에서 기존 남성 중심적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시각을 키워 주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에서 확장하여 여성들이 직접 카메라를 드는 것의 의미를 살려 주어야 한다.

기존의 많은 여성미디어교육들이 교육대상만 여성이었을 뿐 왜 여성미디어교육이 필요한지, 무엇을 이야기하고, 어떤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교육목표 없이 다양한 영역별 끼워넣기식으로 노동, 환경, 청소년, 여성... 식의 교육을 진행한다면 기존의 문화강좌와 다름없다.

나 또한 예전에 비디오 제작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데, 지하철 내의 ‘쩍벌남'에 대한 수료작품 기획안을 제출했더니 첫 작품을 이렇게 위험한 것을 하면 안 된다. 는 말 외에는 아무런 도움을 얻지 못했다.

여성주의 미디어교육은 여성들이 가진 문제의식을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도록 내용적, 형식적으로 고민을 확장 시켜줄 수 있어야 하며, 여성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하고 교육과정 속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여성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이름만 ‘여성'을 붙인 교육은 더 이상 유명무실하다.

오정훈 : 움은 다큐멘터리 제작과 교육을 같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움은 어떤 활동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가 ? 또한 2005년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 ?

- 여성주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그래서 여성들이 공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영상물이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주의 영상물을 제작해 내는 일이 현재 무엇보다 급선무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일은 움의 활동가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여 많은 여성주의 영상물이 나오길 바란다.

움에서는 여성주의 시각으로 다양한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제작할 계획이며, 이는 여성주의 시각으로 여성에 대한 새로운 역사 쓰기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카메라를 든다는 것의 의미를 확산시키기 위해 교육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제작지원이나 여성 제작자들 간의 네트워크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것은 여성들이 미디어를 가지고 발언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통로를 마련하는 것과 같은 것인데, 2005년도의 다양한 여성미디어교육 경험과 지원방법들이 쌓여 여성미디어센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정훈 : 현재 여성 미디어 운동에서 우선적인 비중을 둔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 여성 미디어 운동의 의제를 개발하고 방향성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여성영상운동, 여성미디어운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하며,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교육 경험과 여성미디어 운동 사례를 만들어내고, 정책을 생산하는 일이 급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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