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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느 날들을 보내오던 것처럼 해변에서, 숲속에서 그 날을 보냈다. 무릎 위에 한 권의 책을 놓고는 눈부신 태양을 올려다보곤 했다. 그러면서 단 한 가지 생각만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 어물상인이 말했던 대로라면 그들이 다시 와서 홀에서 댄스파티를 열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나간 오랜 죽은 세월 동안 더 이상 맛보고자 시도하지 않았던 그러한 불안하고도 달콤한 즐거움을 가지고서 다만 그 파티를 고대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상상들이 서로 이어지다 보니 한번은 설핏 멀리 있는 친지이며 소설가인 아달베르트가 생각났다. 그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기 때문에 봄기운을 피하기 위해 카페로 갔었다. 그는 그 친구를 생각하고 양어깨를 으쓱하고 추스르지 않을 수 없었다.
- 토마스 만, <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 단편선(토니오 크뢰거, 트리스탄, 베니스에서의 죽음), 민음사, 2006년(초판은 1998년), pp. 93-94 中...
마틴스 교수는 강단에서 내려와 고울드에게 다가가며 그의 제14강의를 계속했다.
"검은색 하이힐 굽에 넋이 나간 남자는 그 순간 그의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듯, 그러니까 그것과 관련된 경험과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 듯이 말일세. 이것은 허위야. 빛을 보는 눈이야말로 세상의 통로일세. 눈은 사물의 움직임을 조합하고, 일순간에 한 곳으로 흘러들어온 우연들을 객관적으로 분리해 내지. 절대 주관적인 게 아니야. 모든 빛은 객관성을 띠고 있어. 현실을 자극하는 진실한 것이지. 우연들을 객관적으로 분리해 낼 수 있는 눈이면 충분해. 이야기를 만들지 않는 눈. 다음에, 오직 그 다음에 이야기가 있는 거야. 먼저 듣게, 다음에 그 다음에 이야기가 있는 거야. 빛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려는 야심에서 그 빛을 이야기로 바꾸게 되지.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빛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필요한 시간 동안 빛을 붙들고 있으려면 얼마나 가벼워야 하고 얼마나 힘이 들겠나. 이야기로 만들어 내려면, 필요한 시간만큼 충분히 경청하고, 빛줄기에 숨겨진 빈틈을 기다리고, 빛의 흔적과 정도와 호흡과 진행을 예의주시하고, 빛이 간 길을 따라 걷고, 빛이 활짝 열리는 순간을 손과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빛의 시간을 호흡해야 하지. 그러면 이야기의 곡선에서는 부드러워지고 이야기의 직선에서는 예리해지네. 그보다 아름다운 몸짓을 상상할 수 있나?"
마틴스 교수는 고울드의 양자역학 과목 담당교수였다.
- 알레산드로 바리꼬, <시티>, pp. 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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