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차별을 가르치는 경총

비정규직 차별을 가르치는 사람들
 
 

올해 7월부터 비정규직 관련법이 시행되는 것에 대비해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년 뒤 정규직화’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기업들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법률적 허점을 낱낱이 분석한 책을 만들어 기업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착한 세력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기업 경영자들은 그 반대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관련법들이 만들어졌을 때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양산을 위한 법”이라고 크게 반발했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그래도 조금 나아지지 않겠냐’고 기대했습니다. 정부에서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일하면 정규직이 된다”고 선전했고 언론도 그렇게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경총은 “부담이 너무 크다”며 엄살을 부렸습니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정규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일하면 그 뒤에는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는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일하면 계속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경총은 그 ‘영구 비정규직’ 조항마저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을 기업들에게 이렇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계약직으로 2년에서 며칠 모자란 720여 일 동안만 고용하고 한두 달 쉰 뒤에 다시 고용하는 방식을 반복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경총은 또 비정규직을 4년 동안 연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신출귀몰한 방법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파견 노동자를 2년 동안 사용하고나서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했을 때 ‘계약직’으로 고용하라는 것입니다. 파견 노동자의 경우 2년 뒤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하지만 반드시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규정은 없다는 것을 간파한 것입니다. 참 머리 좋은 사람들입니다.

아울러서 혹시 2년 뒤에 정규직으로 고용하더라도 ‘우리은행’처럼 고용안정은 보장하지만 임금 등 근로조건은 기존의 정규직과 차이를 둘 수 있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2년 뒤 정규직이 되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는” 법의 맹점을 이용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보장한다”는 알량한 법 취지는 완전히 실종되고 맙니다. 노동자들이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초등학교 도덕교과서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이 부끄러운 일에 대해서 경총은 “법을 정확히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법률적 자문을 받아 내부용으로 만들었다”며 떳떳해하고 있습니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 돈을 받고 이 책의 내용을 열심히 만들어줬을 공부 많이 한 지식인들입니다. 어느 시대에서 그런 ‘지식 장사꾼’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비정규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법 개정을 밀어붙인 사람들과 “비정규직 양산 및 고착화를 위한 법”이라고 반대한 노동자들 중에서 누구 말이 옳았는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이제라도 빨리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하종강 홈에서 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