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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깍기

섹시데이와 연필깍기

 

야간근무 후 퇴근하는 길에 차안 라디오에서 오늘이 6월9일로 일명 쎅시데이라며 즐거운 이벤트를 마련해보라고 권한다. (음흉한 웃음소리를 내며..).

숫자의 조화로 성적자극을 유도하며 각종 날자에 이벤트를 부여하며 상술을 부린다. 못마땅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린 무슨 무슨 데이라며 이벤트 날자를 기억하고 준비하는 상술의 소모품이 되어가고 있다.

 

소모품. 그렇다. 우리는 각종 상술에 돈을 갖다 바치는 소모품이 되어버렸다.

집에 와서 아침을 먹으며 나 또한, 집에 돈을 벌어다 주는 기계이고 소모품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 이번 주 토요일 특근 할 거지?

 

아침을 먹고 잠깐 TV를 보는데 추억이라며 몽당연필이 나온다.

예전엔 연필이 최고의 필기구였으며 쌀보다도 귀했다던 어느 할머니의 추억어린 소회가 나오고 이어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연필깍기 게임이 벌어진다. 그런데 모양이 울퉁불퉁  어린이들은 불만이다. 자동으로 연필을 깍아주는 기계가 있는데 위험하게 왜 이런걸 시켰느냐며 입이 나온다. TV에선 연필깍기가 두뇌발달에 좋다고 기차모양 자동연필깍기로 깍지말고 직접 칼로 연필을 깍으라 한다. 이어 연필깍기에 어느정도 집중력이 요구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까지 한다.

 

거리에 나가 어른들을 상대로 연필을 깍아보라 하고 얼마만이냐고 묻는다.

한 20년 만인가? 난 30년 정도 되는 거 같은데요?

그래 정다운 연필 깍는 모습이 얼마만인가 생각해 보니 나도 참 오래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연필깍기에는 자신이 있었지...

 

오른손에 칼을 쥐고 왼손에 연필을 잡고 왼손 엄지론 칼 등을 밀면서 검지와 중지를 비롯한 네개의 손가락으로 연필을 잡고 뒤로 밀년서 연필을 깍았지...

절대 칼을 앞으로 밀면서 깍으면 안돼. 이렇게 연필을 뒤로 밀며 깍아야 돼. 그러면 비교적 가지런히 연필이 깍였어... 마지막으로 왼손으로 연필을 책상 바닥에 세우고 오른손으로 칼을 잡아 연필끝을 뾰족하게 다듬으면 쓰기 딱 좋은 연필이 되었지.

 

초등학교 애 들도 연필보다 샤프를 멋진 볼펜을 선호하는 시대. 그속에서 지나간 추억속에 묻혀가는 연필. 노트를 채우고 닳아가는 연필, 그가 소모되며 아이의 노트는 자꾸 채워진다. 연필을 잊어버려도 찾아가지 않는다는 오래 전 뉴스기사가 내 머리를 스치고 간다. 지금이야 오죽하겠는가?

더 늦기전에 오늘은 애들 필통을 뒤져 연필 한번 깍아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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