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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11
    소회
    구렛

소회

'환타언니'는 엊그제 퇴원했다.

'태권소녀'친구는 그 뒤로 소식이 없다. 

'참세상'친구에게 '영화보고 수다떨자'는 메세지를 보냈으나 아직 날짜를 잡진 않았다. 

'조희주샘'은 여전히 용산의 거리에서 농성중이다. 

 

'환타언니'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약을 먹어야 하고, 오랫동안 일을 하지 못하고 집안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 먹어야 하는 약만 4가지, 한 달 약값만 100만원을 써야한단다.  

'태권소녀'친구는 6살 연하 남친과 틈틈히 연애하는 것을 낙삼아 밤10시까지 마사지샵을 벗어나지 못하고 엄마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조희주'샘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용산을 지키는 농성의 달인'이라는 비공식 타이틀을 달았다. 주변인들이 응원차 농반진반으로 달아준 것이다.

 

'환타언니'의 남편은 퇴원이 너무 기쁘지만 한편 앞으로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태권소녀'는 '순간순간 치가 떨린다'라고 했었다.

'조샘'은 아침까지 술을 마시고 벌건 눈으로 농성장을 지키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모두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낸다, 힘들고 지치고 의문스럽고 또 치떨리게 고단한 하루들일 것이다.

 '힘들다 힘들다' 티내도 좋고 그런 감정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 보내도 좋지만, 그럼에도 문득문득 한 텀 호흡의 의미를 찾고 확인해야 할텐데, 그 의미란 것이 백만개의 촉수로 더듬어도 골라내기 어려워 끌어다붙이고 이어다붙인 누더기 같이 억지스러울 때가 많다.  

 

그러므로 그런 나의 글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 다분히 주관적이고 나의 생각으로 한정된 글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 생각이 많아지는 것도 당연하고 또 뭔소린지 헷갈려 하는 것도 예상되는 바다. 그러나 막상 그런 반응들을 접하고 나면 내가 뭔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도 드는데, 결국 말(글)을 줄여야 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만다.

 

그것은 생각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먼저 말을 건내는 것에 대한 주저함이며 결과를 낙관할 때의 오만함에 대한 망설임이다.  생각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그런 고단한 과정을 수반하는 것이니 무서워 말아야 하는데, 좀처럼 그리 맘먹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더 말을 많이 해야지, 더 솔직하고 거칠게 드러내야지. 그런저런 반응들도 새삼 용기였으리라. 얼마나 고민하다 건낸 말이었겠는가. 나는 솔직하게 내 생각을 드러내놓고 타인이 생각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흠짓 놀라 움추려 드는 행동은 비겁해. 긴장감을 잃지 말자. 차이는 서로 드러내고 이약해야 확연해지는 것이고 그렇게 차이들이 드러나야 더욱 풍요로와질 것이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난 악의가 없고 신뢰가 있고 애정이 있으니, 또 악의적인 것과 진정성을 갖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식견을 갖고 있으니 이 모든 것에서 자신감을 갖자!! 

 

앞으로는 주변으로 한정된 시야를 확장할 수 있도록 컨텐츠도 수집하고 타인의 이약과 의견, 주장에도 관심을 넓혀야 겠다. 더 많이 이약하고 소통해야지. 그러나 우선 뭐든 짧게 써야겠다....난 넘 말이 많고 내 글은 넘 길다.ㅠㅠ 

       

 

지난 7일 용산에 들려 카네이션 한 송이를 전했다. 사실 남친만나러 가는 길에 빈손으로 가기 뻘줌하여 들고 간 것인데, 받는 조샘도 받는 모양새가 '불손(?)'하다. 얼굴이 벌겋고 더욱 팅팅 부은 것이 이날 아침까지 활동가들과 술잔을 기울인 모양이다. 그러니 어버이날이다 카이네션 받는 것이 영 미안하고 쑥쓰러웠을 터, 받는 둥 마는 둥 손에 잡긴 했는데 꼭 자기 것이 아닌 양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시늉이다.

 

뭐 어버이날 카이네션이야 존경과 사랑만 담는 것이 아닐 것이니 '자기 생활은 자기가 책임집시다!'라는 무언의 경고를 담아  드렸으나 그런 내맘이야 내맘일뿐, 지속적으로 술을 먹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것인지 하얀 천 깔린 의자 위에 빨간 카네이션이 오래토록 나뒹굴긴 했다.

 

남친에게 나중 전해들은 것이지만, 이 날 회의중 어버이날 행사 관련 이약이 나오자 조샘이 "자신은 이미 카네이션을 받았네"라고 은연중 말을 흘렸던 모양이다. '센스없는 인간들(?)'이 노친네 맘도 몰라주고 그냥 흘려넘겼나본데 그 맘을 눈치챈 남친이 '누가요?'라고 맞장구친 것까지 홀랑 함께 꿀꺽했다는 이약을 들었다. 노친네 꽤나 섭섭했겠다.ㅋ 잘이나 받을 것이지...쩝.

 

사실 내 감수성으로는 이야기 소재 아닌 것이 없고, 막장에 끝장(?)까지 더한 드라마가 아닌 것이 없으며, 통속에 청승까지 겸한 신파가 아닌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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