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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와

 

서준이가 많이 아프다. 감기에 된통 걸렸다. 부쩍 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원래는 "이모~~~나왔어. 어딨어" 이렇게 씩씩하게 나를 찾는데, 오늘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모....보고..싶어요"한다. 서준이도 슬프고 아플 땐 사람을 찾게 되나보다.

 

그런 서준이를 데리고 아침에 산책을 나갔다. 말수가 별로 없다. 1시간씩 놀아도 돌아갈 생각을 안는데, 오늘은 미끄럼틀 한번, 그네 한번 이렇게 한번씩 순회한 게 전부. 이런 서준이에겐 말이라도 많이 건네야 하는데, 괜히 나까지 센치해졌다.

 

"서준아, 벚꽃이 벌써 많이 떨어졌네"

"벚꽃 왜 떨어졌어 왜?"

"어?.................어....그건 말이야.........그건....아까 서준이가 '놀이터야 안녕. 다음에 또 오께' 했지? 이번에는 벚꽃이 서준이한테 '서준아 안녕. 다음 봄에 또 오께' 하는거야" 

 

내가 스쳐지나온 것들은 까마득하기만 한데, 나를 스처지나가는 것들에겐 담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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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생각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 서준이랑 오랫동안 이야기 하려면.

 

산책 갔다 돌아가는 길에 요쿠르트 리어커가 있길래 몇 백원이라도 들고 나올걸 후회했는데, 일주일에 한두번씩 우유를 배달해 주시는 아주머니가 지나가다 알아보고 서준이가 인형같이 이쁘다며 하나를 주고 갔다. 손에 꼭 쥐고 들어와서는 "서준이랑 이모랑 이뻐서 줬어"라고 할미에게 보고를 한다. 나를 빼놓지 않아 주어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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