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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창간준비 8호를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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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로 인해 민주당이 끌려 다니고 있다, 그래서 한 줌도 안 되는 좌파가 다 요리하고 있다는 식으로 제기하는데 사실 끌려 다닌다면 우리가 끌려 다니지 어떻게 민주당이 끌려 다니겠는가.”
노회찬 통진당 대변인이 조중동의 이념 공세에 응수하느라 무심코 야권연대의 ‘현실’을 발설해버렸다. 야권연대는 통진당이 먼저 적극적으로 제기해서 만들어졌지만, 정작 그 야권연대를 통해 자신들이 민주당에게 끌려다닌다는.
노회찬 대변인은 야권연대에 대해 또 이렇게 평했다. “야권연대는 여러 가지 진행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다소 있었지만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야권연대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 각 당의 노력이라거나 야권연대의 전술적인 차원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기대만큼 표를 얻지 못 했다.” 그러면서 “연말 대선도 야권연대로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의 말을 통해 통진당과 야권연대에 관한 핵심 정보를 얻게 된다. 야권연대는 한시적인, 조건적인 전술이 아니다. 끌려 다니더라도 주욱 계속되어야 하는, 적어도 대선 때까지 조건 달지 말고 가야 하는 ‘항구적인 무조건적인 전략’이다. 진행상 전술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묻지 말고’ 가야 하는 전략인 것이다.
야권연대는 조건에 따라 포기하거나 버릴 수 있는 ‘전술’이 아니라 목을 매야 하는 ‘전략’이다. 그래서 ‘묻지마 야권연대’이고, 끌려 다니더라도 거기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말해주는 진실은, 야권연대는 애시 당초 전술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시적, 조건적’이라는 의미에서의 전술 말이다.
이렇게 전술일 수 없고, 실제로 전술로 사용하지도 않는데도 어떤 자칭 진짜좌파님이 나서서 야권연대 전술 자체는 옳은데 통진당의 야권연대 전술이 문제라고 비판한다. 그러자 야권연대님이,
“전술? 참 한가한 얘기하시네. 우리는 목숨 걸고 매달리고 있는데 ‘야권연대 전술’이라뇨. 야권연대만이 우리가 살 길이고, 하나도 야권연대, 둘도 야권연대, 우리가 살 길은 오직 야권연대뿐인데 전술이라구요? 참 여유 있으셔서 좋지만, 그런 야권연대는 없네여.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면 되는, 뭐 그런 건 줄 아시나 본대. 님들이 그럼 그 ‘올바른 야권연대’ 한번 해보실라우? 설마 님들이 하면 로맨스고 우리가 하면 불륜이다, 그런 건 아니겠죠.
사실 말인데, 우리도 처음엔 다 그런 얘기 안 한 게 아니에요. 그땐 우리도 다 전술이라고 그랬어요. 뭐, 민주당과 한시적, 조건적 공동전선 한다 그랬지, 뭐 이렇게 끌려 다니면서까지 계속 할 거라고 그랬겠어여? 해보니까 말이지만, 야권연대는 어차피 묻지마 야권연대지, 야권연대 전술, 그런 건 없어여. 뭐 님들이 하면 계급적 야권연대 전술이고, 우리가 하면 몰계급적 야권연대 전술이다, 이런 얘기 같은데, 빨리 정신 차리세여. ‘계급적’ 뭐 이런 얘기하면서 야권연대 못하거든여. 이 바닥에선 다 아는 얘기지만, 야권연대 하는 것 자체가 계급 버리고 불륜 하는 건데 거기다 ‘계급적’ 다시 붙인다고 로맨스 되나여. 전술이니 공동전선이니 그런 얘기 그만하고 어서 정신 차리세여어…”
이런 야권연대가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릴 것이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이 ‘야권연대 강화’만이 살 길이라고 노동자들에게 주문을 걸 것이다. 야권연대 강화에 모든 것을 종속시키려고 할 것이다. 민주당과의 계급협조를 강화하는 데 저해가 되는 것, 특히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투쟁으로 쟁취하고자 하는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희망’ 운동과 사내하청 폐지투쟁, 하반기 총파업 등 모든 계급투쟁은 총선 전보다 더 철저히 관리, 통제되어야 할 것이다! 야당중재단 등 가능한 모든 개입을 통해 오직 야권연대를 강화하고 야권연대의 위상과 권위를 높이는 수준에서 정확히 조절, 통제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와중에 한켠에서는 이런 ‘몰계급적인 야권연대’는 반대하지만 야권연대 그 자체는 필요하므로 민주당과 한시적, 조건적 공동전선을 해야 한다며 우리 내부에서 전선을 교란시키는 자칭 맑스-레닌주의자들이 있다. ‘이명박 주적’론을 앞세워서 민주당과 국공합작 해야 한다며 야권연대를 정당화하는 궤변을 유포하고 있다. 이명박정권에 대한 노동자 민중들의 투쟁이 자본가 지배체제 자체에 대한 투쟁으로 확대 발전하는 것을 사실상 차단하는 역을 맡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자본가 정당과 손잡는 야권연대에 반대하고, 2012년 총파업을 비롯한 계급투쟁을 비타협적으로 밀어가고자 하는 노동자들과 투사들과 활동가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선진노동자들, 사회주의자들이 현 시기 정세에서 움켜쥐어야 할 중심고리는 무엇인가?
<혁명> 창간준비 8호는 이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모든 투쟁전선에서 <노동자 행동강령>을 기치로 야권연대에 대당하는 대안 정세구심을 세워내고 전국소수파운동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함께 앞장서서 투쟁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동지들의 진지한 검토와 토론을 기대한다.
2012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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