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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공동전선의 원리와 적용
1. 공동전선의 원리
1.1 공동전선은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에서, 그리고 제국주의와 각종 반동에 맞선 투쟁에서 혁명 전위와 여타 피착취 ․ 피억압자 조직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일련의 전술 원리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원리들이 적용되는 영역은 다양한데 크게 볼 때 두 범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노동자 공동전선으로서 부르주아지에 맞선 구체적 투쟁에서 계급의 통일단결과 계급적 독립을 이루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른 하나는 반동에 맞선, 특히 현 시대에 제국주의에 맞선 비(非) 프롤레타리아 피억압계급들과의 동맹 또는 블록이다. 공동전선은 공동의 직접적 목표나 통합조정된 전술에 대한 협정을 맺지 않은 채 우연히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행동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공동전선은 원래 군사 용어인데, 서로의 군대를 하나로 섞지 않고 또는 깃발을 서로 혼동되게 함이 없이 특정의 제한된 과제를 두고 공동의 적을 패배시키기 위해 투쟁 전선들을 결합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1.2 혁명정당의 전략적 목표는 공산주의 사회의 수립이다. 이를 이루어낼 유일한 방법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의해서이다. 즉 노동자평의회(소비에트)와 노동자민병대에 의한 국가권력의 장악을 통해서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립적인 혁명정당이 절대 필수불가결하다. 이러한 당만이 부르주아지로부터의 완전한 계급적 독립을 구현하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수립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점에 이르기 위해서는 혁명적 중핵을 가장 광범위한 피착취 대중의 신뢰를 획득한 대중정당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의 대다수는 비(非)혁명적, 심지어 반(反)혁명적 조직을 지지하고 있다. 이런 조직의 본질을 폭로하는 것이 혁명가들의 임무이다.
1.3 선전만으로는 이 임무를 수행하기에 불충분하다. 개량주의 조직 또는 중도주의 조직이 노동자의 이해를 위해 싸우거나 제대로 방어해낼 수 없다는 것을 실천 속에서 입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혁명정당은 일련의 전술을 배치 운용하여 혁명정당이 유일하게 일관된 노동자계급 정당임을 계급투쟁 자체에서 대중에게 입증해 보여야 한다. 동시에 혁명정당은 대안 지도부로서 자신의 면모와 능력을 입증시킬 방법, 실제 대중투쟁을 이끄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혁명정당은 독자적인 주도력을 보여주어야 할 뿐 아니라, 자기 조직역량을 여타 노동계급 대중조직들과 충실히 결합 조정시킬 수 있는 능력 또한 보여주어야 한다.
1.4 공동전선은 계급투쟁에서 하나의 전술로서, 피착취 ․ 피억압 대중들의 단결투쟁을 그들 간의 정치적 차이 ․ 분화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한 가장 폭넓게 만들어내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단결의 목적은 자본가들과 자본가 정부의 공격을 격퇴하는 데 있다. 그러나 그뿐만 아니라 노동자계급과 그 동맹세력이 자본주의 타도라는 목표를 보다 앞당길 수 있기 위한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조건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그러한 단결의 목적이다. 이런 점에서 공동전선은 일차적으로 계급투쟁의 필요로 인해 제기된다. 바로 이 때문에 혁명가들은 계급의 적에 대해 공동행동이 호소, 촉구될 때 단순히 거기에 반응하는 것을 넘어 언제나 스스로 앞장서서 그러한 공동행동을 촉구하고 제안해야 한다.
1.5 올바른 공동전선 정책을 펴면 노동자계급 내부의 개량주의, 무정부주의, 전투적 노조 만능주의(생디칼리즘), 중도주의(중앙주의), 그리고 각종 부르주아 · 소부르주아 이데올로기와 강령들의 한계를 폭로할 수 있다.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동요하거나 일관되지 못한 일체의 지도부를 혁명적 사회주의 지도부로 대체할 수 있다. 매 단계에서 공동전선은 혁명조직으로 노동자들의 충원을 더욱 늘어나게 해 주고, 혁명조직이 대중조직에 더욱 더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게 해줄 것이다.
1.6 이 두 가지 점을 고려하여 공동전선 전술은 독립적인 혁명조직의 유지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 혁명조직은 국가권력 장악과 자본주의 타도를 위한 이행강령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이러한 혁명조직은 공동전선에 스스로를 해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대오로 참가해야 한다. 다른 한편, 광범위한 비(非)혁명적 대중 -- 미조직 대중과 타 정치세력에 의해 조직된 대중 모두 -- 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공동전선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공동전선의 필요는 그러한 광범위한 비혁명적 대중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1.7 그 때문에 공동전선의 핵심 초점은 어떻게 혁명정당과 노동자계급 간의 관계를 올바로 세워낼 것인가에 있다. 혁명정당과 노동자계급 간의 이 관계라는 것이 상시적이면서도 변화하는 것이므로, 그리고 공동전선이 펼쳐지는 영역 -- 즉 계급투쟁 -- 도 마찬가지로 상시적이므로 공동전선은 정확히 말하면 어디서나 필요하고 도처에서 제기되는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런 또는 저런 형태로, 이런 무대 또는 저런 무대에서 반복적으로 배치 운용되는 보편적인 전술인 것이다.
1.8 공동전선은 권력 장악에 이르기까지 줄곧 한 파트너와 행동을 계속 같이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공동전선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데 그렇더라도 그러한 반복된 사용이 프롤레타리아 전위정당의 총괄적인 전략 체계 내에서 작동하는 일련의 전술이지, 그 범위를 넘어설 순 없다. 이 전략에는 반드시 전위정당의 독자적 행동이 포함된다. 공동전선은 폭넓게 다양한 형태로 전개할 수 있는데, 그런 만큼 끊임없이 체결됐다가 파기되곤 한다. 공동전선을 위해 노동자계급 전위가 자신의 요구강령을 대중조직의 각종 비혁명적 지도부가 받아들일 만한 수준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이는 혁명강령 자체를 수동적 선전의 영역으로 떨어뜨리고, 선동을 당면요구 수준으로 제한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1.9 공동전선은 차별화된 통일이다. 공동전선은 엄밀히 제한되고 미리 규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는 공동행동이다. 공동전선은 또한 공동전선 파트너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을 동반한다. 공동행동 없이는 자본가계급의 공격을 분쇄하거나 새로운 성과물을 쟁취할 수 없고, 한편 파트너에 대한 비판 없이는 쟁취한 성과를 유지할 수도 혁명을 전진시킬 수도 없다. 공동전선 전술을 적용하는 데서 범하는 오류는 모두 이 차별화된 통일을 포기하고 혁명조직의 임무와 계급의 임무를 형식적으로 동일시할 때 일어난다.
1.10 초좌익주의 오류는 혁명 강령을 한결같이 공동전선 요구안과 대립시키는 데서 비롯한다. 초좌익은 개량주의/중도주의 지도부가 공동전선을 거부할 수밖에 없게 최후통첩을 던지고는 그들을 폭로할 수 있다는 헛된 신앙을 가지고 있다. 현실에서 그러한 ‘폭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개량주의 지도자들이 폭로되는 것은 이들이 혁명적 전술 또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중의 당면한 이해를 위해 투쟁할 능력과 의지가 없어서이다. 종파주의자는 자신이 기회주의적 유혹에 굴복할까봐 두려워 실제 계급투쟁의 지형 위에서 평가받기를 회피한다.
1.11 다른 한편, 기회주의자는 투쟁강령을 출발점으로 삼길 기피한다. 심지어는 계급투쟁의 객관적 필요가 제기하는 단일 요구조차도 회피하려 한다. 이른바 현재 대중의 의식에서, 더 나쁘게는 대중조직 지도부들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에서 시작하려 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공동전선을 위해 혁명가들이 제출하는 제안의 범위는 ‘완전한 강령’은 아니겠지만 개량주의 지도부들의 소심한 제안은 물론이고 대중의 일반적 의식보다도 상당히 앞설 것이다. 공동전선의 목적은 대중(특히 그 선진 부위)의 현재 의식을 해당 시기의 긴급한 과제(적들이 가하는 공격의 성격에서 제기되는 바의 과제)에 연결시켜 주는 것이어야 한다.
1.12 공동전선은 전략이 아니다. 현재의 투쟁에서 권력 장악까지 망라하는 공동전선 강령 같은 것은 없다. 혁명 조직은 해당 공동전선에 걸맞게 혁명 강령 중 특정 부분을 골라 제출한다. 실제 투쟁에서 더 광범위한 세력을 결집하는 데 필수적이라 판단되는 그러한 부분을 제출한다. 공격의 성격과 계급 역관계에 대한 판단을 내린 뒤에 혁명조직이 제출하는 구체적인 슬로건과 요구는 투쟁 속의 단결을 이끌어내 적의 공격을 격퇴시키고 새로운 전진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요구는 구체적이고 정확해야 한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아무 관계도 없는 일체의 작위적인 요구나 이데올로기적 겉치레를 피해야 한다.
1.13 공동전선에서 내걸 투쟁요구들의 성격은 도식적으로 범주화할 수 없다. 구체적인 공동전선 제안이라면 당연히 오직 한 유형의 요구 -- 예를 들어 당면한 경제적 요구, 민주적 요구, 이행적 요구 -- 로만 성립할 수 있다. 특정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일련의 결합된 행동을 목표로 하는 몇 가지 요구안을 가지고 공동전선을 제기하고 체결할 수 있다. 심지어 단일 요구를 가지고 체결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공동전선은 파업이나 무장행동 같은 단일 행동일 수도 있고, 그보다 길게 지속되는 행동 캠페인일 수도 있다. 공동전선 제안은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요구를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즉 개량주의 지도부가 그 요구를 거부할 경우 그 영향 하에 있는 대중을 전취하고 그 지도부를 폭로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그러한 구체적인 행동 요구가 공동전선 제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전선 요구안에 혁명적 요구들이 많이 빠졌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혁명적 정세에서, 예를 들어 소비에트 같은 요구를 공동전선 요구안에 집어넣는다면 그것은 수동적 선전주의와 종파주의의 표시일 따름이다. 반면, 계급투쟁이 대대적으로 솟구치는 조건에서는 공동전선의 최고 표현인 소비에트 유형의 투쟁기관 건설이 필수불가결한 요구가 된다.
1.14 요구들은 반드시 명료하고 정확한 투쟁방법(예를 들어 시위, 파업, 정방대 등) 및 조직형태(예를 들어 파업위원회, 소비에트 등)와 함께 제기되어야 한다. 따라서 공동전선은 그 공동전선이 대항하고자 하는 적의 공격의 성격에 따라 형태와 지속 시기가 다양할 수 있다. 일련의 다양한 또는 반복되는 행동을 통합 조정하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든 위원회 같은 조직들도 공동전선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공동전선은 행동 그 자체(예를 들어 시위)를 넘어, 행동의 준비와 사후 평가까지 포함한다.
1.15 공동전선은 요구를 공유하고, 공동전선 파트너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포기함이 없이 규율 있게 그 요구를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모든 자에게 열려 있다. 공동전선은 그 공동투쟁의 목표를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자라면 그 누구와도(‘악마와도’) 체결할 수 있다. 원칙 있는 공동전선인지 아닌지는 블록 파트너의 신뢰성 여부가 아니라 목표와 투쟁방법이 원칙 있는 것인지 아닌지에 의해서만 결정될 수 있다. 혁명가들이 적진의 분열을 활용할 수 있다면, 그리고 개량주의자들을 그들 자신의 강령과 충돌하도록 몰아갈 수 있다면, 이것은 원칙 있는 공동전선이다.
1.16 공동전선에서 인정되는 ‘비판의 자유’에는 블록 파트너가 공동전선의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서 보이는 동요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들의 정치적 태만과 협정 불이행에 대한 비판도 포함한다. 따라서 혁명과 개량주의 사이의 중요한, 결국엔 결정적이기까지 한 차이들을 제쳐두면서까지 하는 공동의 선전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공동전선과 관련된 공동 출판물(예를 들어 파업위원회 회보, 시위를 조직하기 위한 전단 등)은 오직 공동전선의 요구와 목표를 선전·선동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공동행동과 비판 사이의 관계는 미리 정해진 공식 같은 것은 없다. 공동행동 전이든 그 진행 중에든 종료 뒤든 파트너를 비판할 권리를 한 순간도 놓지 않는다. 이러한 권리를 언제, 어떤 형태로 행사할 지는 주어진 상황에 따른 구체적 판단에 달려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비판의 수행은 의무이다.
1.17 공동전선은 대중(평당원, 평조합원)과 지도부 모두에게 제기해야 한다. ‘오직 아래로부터의 공동전선’이라는 사상은 자멸적이고 초좌익적인 함정이다. 이런 직접적이고 일방적인 호소로 노동자들이 자신의 지도부를 쉽게 포기할 수 있다면, 애초에 공동전선 같은 것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도부를 향해 공동전선 호소를 하는 목적은 이들을 행동에 나서게 하여, 대중에게 연설조의 폭로가 아니라 이들 지도부의 행동에 대한 대중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이들 지도부의 한계가 치명적인 것임을 입증시켜 보이기 위한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공동전선은 개량주의 지도부들과 정식으로 협정을 맺기보다는 제안 단계에 머물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공동전선이 개량주의 조직에 속한 평회원들을 상대로 한 선동과 대중적인 선전 캠페인 수준에 머문다.
1.18 급진화된 노동자들을 개량주의 지도부로부터 떼어내는 데 일부 성공을 거둔 경우에도 공동전선은 아직 뒤에 남아 있는 노동자들에게 그 완전한 효력과 힘을 잃지 않는다. 개량주의 지도부가 혁명가들과 공동으로 행동하기를 거부한 경우에는 아래로부터의 공동전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때는 그 지도부에 대한 규탄과 평회원들을 향한 행동 제안을 결합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그 지도부에 대해 행동에 나서도록 압박을 조성해야 하는데, 이것이 성공하면 훨씬 더 많은 층을 행동으로 끌어내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1.19 공동전선을 깨는 것은 공동전선을 결성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 공동전선이 그 취지에 맞게 진행되고 목표가 달성될 경우(또는 실패로 결론 날 경우) 해산하거나 재설정되어야 하며 참가한 세력들 사이에서 평가를 조직하고 교훈을 끌어내야 한다. 공동전선이 단지 외교적 또는 문필적 의례로만 유지되어 파트너들이 행동할 의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 또는 파트너들이 약속을 이행치 않거나 계급의 적과 타협하는 방식으로 공동전선의 목표를 사보타지 내지는 훼손하는 경우, 파트너들이 진지하게 공동전선을 다른 대중적 세력들에게 확장하는 것을 거부하고 종파 수준의 규모로 공동전선을 제한하는 경우, 이 모든 경우에선 공동전선의 파기가 불가피해진다. 그렇더라도 가능한 한 평조합원 지도부와는 공동투쟁을 지속하여 공동전선 자체의 독자적인 지도력을 세우고 비(非)혁명적 조직으로부터 건강한 평회원들을 공동전선 대오로 획득해야 한다.
1.20 지금까지 기술한 사항들은 원칙 있는 공동전선이라면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공동전선이 끝까지 원칙을 잃지 않고 성공적으로 될 것임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오직 구체적 상황에 대한 구체적 분석만이 공동전선 제안의 올바른 기초가 될 수 있다. 어떤 공동전선 요구들이 허용될 수 있고 필요한지, 또 어떤 세력에게 이런 요구들을 제안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수년간 계급투쟁에 개입하면서 축적한 지도력과 경험이 필수적이다.
2. 노동자 공동전선
2.1 노동자 공동전선의 목표는 자본가계급에 맞서 노동자계급이 최대한의 행동 통일을 이루도록 하는 데 있다. 계급적 독립의 관철이 노동자 공동전선의 핵심이다. 그 지도적 원리는 혁명 조직이 대중적인 노동자 조직의 개량주의 · 중도주의 지도부들에게 ‘자본가계급과 단절하라!’며 계급적 과제를 제기하고 도전장을 던지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단결은 자본가계급 및 자본가 국가, 자본가 정당과의 분립을 의미한다. 노동자 공동전선의 원리는 위에서 언급한 원리를 노동자계급의 단결투쟁 -- 방어적인 것이든 공세적인 것이든 -- 에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 공동전선의 원리는 가장 제한적이고 방어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전체 부르주아 질서를 겨냥한 공세적인 행동에도 적용될 수 있다. 어느 경우에든 노동자 공동전선은 개량주의 · 중도주의 지도부들에 대한 도전을 포함한다. 준(準)혁명적 · 혁명적 상황에서 그러한 도전은 이들 지도부들에게 ‘자본가계급과 단절하라! 노동자정부를 위한 투쟁에 나서라!’라는 계급적 과제를 제기하는 도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2.2 노동자 공동전선 원리는 노동조합에서 광범하게 적용된다. 정말이지 노동조합은 그 자체가 중요한 의미에서 ‘공동전선’이다. 자본주의 내에서 그리고 자본주의에 맞서서 노동자들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이해를 방어하기 위한 공동전선이다. 노동조합은 그 본성상 가능한 한 가장 광범위한 임금노동자 층을 포괄해야 하는 공동전선이므로 혁명가들은 노동조합에 당의 꼬리표를 붙이거나 노동조합을 당 지도부에게 기계적으로 종속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노동조합은 조직적으로 자주적인 기구이어야 하며, 또 그렇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에만 노동조합이 상대적으로 덜 계급의식적인 노동자들에게도 ‘사회주의의 학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원칙 있는 태도는 노동조합을 비정치적으로, 중립적으로 묶어 두려는 시도와 어떤 공통점도 없다. 혁명정당은 공공연하고 정직하게 지도력을 건 투쟁을 전개하고 이 속에서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는다.
2.3 혁명적 중핵은 노동조합에서 지도력을 획득하기 위한 투쟁의 도상에서, 혁명적이진 않지만 전투적이고 민주적인 세력들과 한시적 동맹, 즉 공동전선을 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때 공동전선의 과제는 노동조합을 계급투쟁에 복무시키고 노조관료에 대한 평조합원의 민주적 통제를 확립하고 나아가 궁극적으로 관료층 자체를 없애는 데 있다. 이러한 공동전선은 중요한 정세적 전투와 관련된, 일회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또한 노동조합의 민주화와 더 전투적인, 나아가 혁명적인 전술의 승리를 위한 보다 체계적인 캠페인을 만들어나갈 필요도 있다. 이러한 평조합원운동을 위해서 요구안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미리 확정할 수 없다. 모든 상황에 두루 맞는 고정된 요구안 같은 것은 가능하지 않다.
2.4 노동조합에서 혁명정당은 자신의 강령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즉 (공장평의회, 소비에트, 노동자 민병대와 더불어) 노동조합을 혁명의 도구로 재편하는 투쟁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평조합원운동은 공동전선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혁명정당이 평조합원운동을 발의, 주도하는 경우에도 그 운동의 구체적 행동강령이 어떠해야할지는 계급투쟁의 객관적 조건, 대중의 가장 전투적인 부분의 의식 발전 수준과 방향, 현 지도부의 정치적 성격, 혁명 전위의 자체 역량 등에 달려 있다. 당의 목표는 전투적인 평조합원들을 당의 강령 쪽으로 획득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필시 당은 좀 더 제한된 수준의 당면행동 요구안을 받아들이거나 심지어는 스스로 제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 때 당은 자기 한계의 이러한 기초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공동전선 파트너에 대해서도 비판할 자유를 견지해야 한다. 당의 노동조합 방침은 공동전선의 행동과 구분되어야 하며, 결코 같은 것이 되어버려서는 안 된다. 공동전선과 당의 노동조합 프락션(파견망)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당의 노동조합 프락션은 당원과, 당의 노동조합 강령 전체를 받아들이고 당의 규율에 따라 행동하는 자로 구성된다.
2.5 단결에 대한 촉구가 가장 강하게 제기되는 노동조합에서 혁명가들은 이것을 존중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단결을 위한 투쟁에서 선봉에 서야 한다. 그러나 혁명가들은 고용주에 맞서는 투쟁 속에서의 단결을 강조하며, 부르주아지와 함께 하는 단결이 아니라 부르주아지에 맞서는 투쟁의 단결을 주장한다. 노동조합 관료와 개량주의 지도부들은 행동하지 않는 단결, 굴복하는 단결, 고용주 및 부르주아지와 함께 하는 단결을 강조한다. 투쟁하는 단결로 가는 도상에서 계급의 전위는 선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혁명가들은 또한 노동자 공동투쟁이 승리하려면, 조합관료가 투쟁을 배신할 때 이들 관료와 ‘분리’하는 것이 불가피함을 지적해야 한다. 배신적인 지도부와의 불가피한 분리는 심지어 노동조합 자체의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혁명가들은 노동조합의 분열을 좋아하지 않으며, 소규모의 무기력한 ‘적색노조’를 만들어 거기서 정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분열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더구나 반대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노동조합이 파멸적인 배신을 때리고 테러와 축출을 자행하는 것에 대해 평조합원의 상당 부분이 이에 대해 항의하고 나서지 못하더라도, 이 경우 ‘공동전선을 깨고’ 새로운 노동조합 결성에 나서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2.6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분명한 조건이 있다. ① 기존 노동조합의 상당 부분 조합원들이 새로운 노동조합을 따르겠다는 의지가 대중투쟁 속에서 드러나야 한다. ② 분열과 단결 파괴의 책임이 개량주의 관료 및 이들의 배신, 그리고 전투적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과 탄압에 있다는 것을 계급 전체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③ 새로운 노동조합이 모든 노동자 투쟁에서 다른 노동조합들과의 공동전선을 결성하겠다는 열의를 보여야 한다. ④ 혁명가들이 주도하는 노동조합이 노동자 내부 민주주의와 노동자의 이해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에 기초하여 노동조합들을 재통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⑤ 새로운 노동조합이 협소한 직종적인 또는 순전히 경제적인 관심사를 뛰어넘어 계급투쟁의 더 폭넓은 정치적 측면들을 받아 안고서, 초과착취 당하며 각종 차별로(비정규직 차별로든 여성 차별로든 인종 차별로든) 억압당하는 미조직 계층을 조직하겠다는 방침을 내야 한다.
2.7 요약하자면, 노동조합에서 혁명가들의 공동전선 방침은 노동조합을 질적으로 재편시키기 위한 투쟁이어야 한다. 즉 자본주의의 안전판 구실을 하고, 자본가와 자본가 국가를 대리하여 통제하는 관료가 지배하며, 조합원 가입 자격도 노동귀족으로 제한되는 그러한 노동조합에서 계급의식적인 다수 프롤레타리아트를 포괄하는 조직으로 변모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노동조합은 고립적이고 부문적이며 경제적인 계급의식(맹아적 또는 잠재적 형태의 계급의식)을 정치적이며 실로 혁명적인 계급의식으로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위 투사들을 조직하는 혁명정당의 개입이 필요하다. 즉 혁명정당이 노동조합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동전선을 활용하여 노동조합을 사회주의적 의식의 학교로, 혁명적 계급투쟁의 도구로 변모시키기 위해 개입하고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2.8 총파업 시에 혁명가들은 대중이 자신의 투쟁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서 관료들의 배신을 넘어설 수 있는 평조합원 파업위원회의 구성을 요구해야 한다. 혁명가들은 격렬한 계급투쟁 시기에 더 민주적이고 더 전투적이며 더 광범위한 대중조직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 노동자평의회는 여기서 나온다. 여기에서 혁명가들은 대중총회에 의한 대표자 선출 및 소환제를 위해 투쟁할 것이며, 노동자평의회의 외연 확대와 중앙집중화를 위해, 그리고 나아가 노동자평의회의 무장과 병사들의 전취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2.9 초좌익 등 노조 기권주의자들은 노동자 공동전선을 노동조합으로 국한시켜 왔다. 그러나 노동자 공동전선은, 노동자당을 자처하며 실제로 프롤레타리아트의 상당 부분을 조직하고 있는 정당들한테도 마찬가지 효력을 가지고 적용할 수 있다. 특히 계급투쟁 고조기에는 그 효력이 노동조합 차원에서보다 훨씬 더 크다. 노동자 공동전선의 목적은 개량주의 지도부들을 노동조합 사무실이나 의사당, 연회장, 또는 계급의 적과의 은밀한 회합 등에서 끌어내 가두로, 파업대오로, 나아가 혁명적 상황이라면 바리케이드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개량주의 지도부들이 자본가계급의 하수인임이 입증될 것이라는 사실이, 또는 이들이 평조합원 위에 군림하여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사실이, 심지어는 이들이 혁명 전위의 가장 뛰어난 대표자들을 살해했다는(예를 들어 독일사민당 지도부가 로자와 리프크네히트를 살해한 경우처럼) 사실이 결코 이들 지도부에게 공동전선을 제안하는 것에 대한 반대 논거가 될 수 없다. 결정적인 것은 이 배신자들이 프롤레타리아트 대중의 신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에 대한 통제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거꾸로 말해 이것은 혁명정당이 아직까지 이들 대중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이들 사이에 조직된 지도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2.10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적 단결은 이와 같이 ‘지도부(지도력) 없이’ 또는 ‘아래로부터만’ 이루어질 수 없다. 이런 식의 시도는 공동전선을 통해 대처하고자 한 바로 그 문제를 건너뛰는 것이다. 그러나 건너뛰겠다고 해서 개량주의 지도부의 영향 하에 있는 노동자들을 그 지도부로부터 떼어낼 수 없다. 개량주의 지도부에게 실천 행동을 제안해야 한다. 공동전선 전술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그 첫 단계가 공동전선을 제안, 촉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개량주의 지도부들에게 그들의 습관적인 계급협조를 포기하고 계급의 적과 싸울 것을 계급적 과제로 제기하며 도전장을 던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 제안은 거부될 것이다. 이 경우 공동전선은 개량주의 지도부들이 투쟁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선동적으로 폭로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 투쟁이 고양되고 혁명정당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상황에서는 개량주의 지도부들이 공동전선 결성을 놓고 협상할 수밖에 없다고 느낄 것이다. 개량주의자들과의 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은 가능한 한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합의한 행동의 범위, 개량주의자들의 주저와 비겁함 때문에 생기는 행동의 한계, 그리고 그 지도부들을 감시하고 통제할 필요성 등을 대중에게 정확히 말해 줘야 한다. 혁명정당은 자체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전술과 조직과 민주적 책임을 위한 실천 방안들을 제의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능한 한 개량주의자들의 배신을 미연에 방지하고, 배신이 일어나더라도 투쟁에 미치는 교란 효과를 최소화하고, 배신한 지도자들에게 최대한의 불명예를 안김으로써 그들의 지지자들을 혁명적 지도력 쪽으로 대거 결집시킬 수 있다.
2.11 노동자 공동전선은 자본가계급의 정당이나 그 대표자들과 맺는 모든 블록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전선이다. 노동자계급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타 계급 출신의 동조적인 개인이나 조직된 세력이 지지할 경우 그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종적 또는 민족적으로 억압받는 집단들의 완전하고 평등한 권리를 요구하며 국가 탄압이나 파시스트의 공격에 맞서 투쟁할 때 이들 피억압 집단들 내부의 부르주아 세력이(예를 들어 유럽에서 흑인 부르주아지나 이슬람 부르주아지) 이 투쟁에 협력하겠다면 그들 부르주아 세력과도 함께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공동 행동을 한다고 해서, 예를 들어 반파시즘 노동자 공동전선에 흑인 부르주아지나 이슬람 부르주아지를 위해 특별히 무슨 ‘예약석’ 같은 것을 따로 놓아두어야 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노동자계급은 소부르주아지나 무소속(‘독고다이’) 부르주아 명망가들로부터 불확실한 동맹을 얻어내기 위해 자신의 독자적인 요구 -- 당면한 요구든 역사적인 요구든 -- 를 뒤로 돌리거나 낮춰서는 안 된다. 식민지 또는 신식민지가 아닌 나라들에서 자본가계급 정당은 어떤 체계적인 진보적 행동도 할 수가 없다. 혁명가들은 이들 자본가 정당이 노동자 조직의 공동전선에 참가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혁명가들은 개량주의 노동자 정당이 자본가계급의 정당과 함께 하는 정부, 즉 인민전선/민주대연합 정부에 대한 어떠한 지지도 거부한다. 만약 대중적 노동자 조직과 자본가 정당 사이에 인민전선 또는 조직된 사이비 공동전선이 구성된다면, 혁명가들은 자본가 정당을 축출하기 위한 전술을 펴야 한다. 자본가 정당은 대중투쟁을 방해하거나 배신하며, 개량주의 지도부들은 자본가 정당의 지지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구실을 끊임없이 내세워 사활적인 투쟁을 회피하려 한다는 사실을 노동자들에게 입증해 보임으로써 말이다.
2.12 노동자 공동전선 전술은 개량주의 정당에게 자본가계급과 단절하고 노동자정부 수립을 위한 투쟁에 나서라고 요구를 거는 데까지 확장될 수 있는 전술이다. 이 요구는 첨예한 정치적 위기 순간에 주요 당면 슬로건이 될 수 있다. 무엇이 진정한 노동자 정부인가? 부르주아지를 무장해제하고 노동자들을 무장시키며, 은행과 대규모 독점자본 같은 자본가 권력의 핵심 고지들을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장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결정적인 조치들을 취하는 정부가 바로 진정한 노동자정부다. 명백히 이러한 조치는 선거나 의회정치 지형 위에서 실행 가능하지 않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개량주의 영향 하의 노동자들에게 혁명가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선거로 당신들의 당이 집권하면 당이 그러한 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하라. 만약 당신들의 당 지도부가 사적소유를 위협하는 진지한 조치를 취할 경우 자본가계급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나올 내전 선포에 대비하여 당신들의 노동조합과 당신들의 당을 전시체제로 돌입시켜야 한다. 우리는 당신들 당의 선거 승리를 비판적으로 지지할 것이며 자본가계급의 공격에 맞서 당신들의 당을 방어할 것이다.”
의회 승리와 독립적인 대중동원이 결합하면 그것으로 충분한다고 믿는 중도주의 영향 하의 노동자들에게 혁명가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대중투쟁을 선거 일정과 의석 확보에 종속시킴으로써, 헌법의 외피 하에 무장한 사람들의 특별기구인 국가의 진짜 핵심을 공격하지 못하고 만다면 이는 자살행위다. 부르주아 장교단과 최고사령부의 수중으로부터 병사와 무기를 전취하지 않는 ‘노동자정부’는 진정한 노동자정부가 아니다. 노동자민병대를 무장시키고 경찰력을 무장해제하여 해산시키지 않는 ‘노동자정부’는 진정한 노동자정부가 아니다. 이런 정부를 진정한 노동자정부로 대체하지 않는다면 반혁명 쿠데타에 의해 전복 당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3. 공동전선과 선전그룹
3.1 선전그룹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소규모 조직들 간의 블록을 정말로 ‘노동자 공동전선’으로 볼 수 있는가? 그렇다. 다만 그 블록이 행동을 위해 더 폭넓은 세력의 결집을 지향하고, 대중적 노동자 조직들을 주어진 투쟁 목표 쪽으로 전취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한에서만 그렇다. 물론 그러한 블록이 이후 전취될 대중조직의 골간 단위나 좌익적 · 전투적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그러한 블록은 자신이 공동전선의 작은 맹아일 뿐이라는 것을 언제나 의식하고 있어야 하며, 대중조직의 지도자들에게 끊임없이 제기되는 계급 행동의 단결에 대한 요구와 대립하는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공동전선의 소형 모조품을 만들어내는 데 따르는 종파주의적 유혹과 기회주의적 유혹이 있다. 기회주의적 유혹의 귀결은 혁명적 그룹의 독자적인 목소리와 행동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종파주의적 유혹의 위험은 이런 취약한 ‘공동전선’을 대중적인 개량주의 또는 중도주의 조직 내에서의 현실 투쟁과 대립시키는 데 있다.
3.2 선전그룹들 간의 ‘혁명적’ 공동전선이라는 유치한 발상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것이 조직들 간의 영구적 동맹 형태든 공동신문 형태든 또는 선거블록 형태든 말이다. 특히 선거블록의 경우 혁명적 조직의 독립적인 노선을 숨기고 경시하거나, 중도주의 파트너에게 혁명적 신임장을 교부하거나, 완전한 혁명적 강령 대신 공동의 프로그램이나 요구안을 채택한다면 그러한 선거블록은 혁명적 조직을 기회주의로 전락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선전그룹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지도력을 위한 투쟁을 수행하기에는 아직 매우 미약한 소수파로서 조직 활동을 대부분 대중투쟁 참여와 결합된 선전 임무에 바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빠지기 쉬운 커다란 유혹은 중도주의 조직이나 개량주의자 개인들, 또는 무당파 인자들과 장기 지속적인 또는 반(半)영구적인 블록이나 프론트 또는 캠페인을 결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혹은 노동자 대중으로부터 상대적 고립의 산물이자, 이에 절망한 나머지 기회주의적 양보를 통해 장애물을 뛰어넘으려는 바람에서 비롯한다. 이런 유혹이 생기면 혁명적 강령이라는 ‘짐’을 내버리게 되고 그것을 선진부위에게 참을성 있게 설명할 필요도 포기해 버린다.
3.3 소규모 그룹한테는 자신의 대중 선전·선동과 자신의 선거 캠페인에 대한 대체수단을 찾는 것이 더 쉬어 보인다. 또 파업이나 시위 등에 독립적으로 개입하는 것보다 그에 대한 대체수단을 찾는 것이 더 쉬어 보인다. 이는 부지불식간에 혁명적 그룹의 정치활동에서 많은 부분이, 특히 당면한 부분적인 요구의 영역에서는 중도주의자, 전투적 조합주의자 등과 공동으로 수행될 수 있고, 심지어 그렇게 수행되어야만 한다는 견해로 발전한다. 따라서 부지불식간에 ‘나머지’ 강령은 장기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 간주되기에 이르고, 강령에 대한 어떠한 강조도 수동적 선전주의, 심지어 종파주의로 간주된다. 이런 입장으로 빠져듦으로써 지금 여기서 대중에게 명확한 독자적인 혁명적 관점이 전달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 도리어 중도주의 그룹과의 선전 블록에 의지하며 이를 공동전선이라고 가장함으로써, 최소 공통분모가 승리하게 된다. 선전 블록의 가장 우익적인 조직이 거부권을 가지거나, 아니면 아주 당연한 것처럼 혁명적 입장과 중도주의/개량주의 입장 사이의 ‘타협’이 블록 유지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로 받아들여진다. 혁명가가 중도주의 선전을 훨씬 더 많이 유포하면서 자신의 선전은 작은 비중으로 거기에 덧붙이는 수준으로 유포한다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3.4 이러한 유혹이 커지고 유혹에 진 대가도 커지는 영역으로 노동조합이나 선거만한 것이 없다. 여전히 선전 단계에 있는 혁명적 그룹이 거대한 과제 앞에서 자신의 소규모 조직역량과 무력함을 가장 잔인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 이 영역들이다. 노동조합에서는 공동의 적, 즉 조합관료의 집권 분파 -- 그것이 사민주의자건, 스탈린주의자건, 부르주아 · 소부르주아 민족주의자건 -- 에 대항하는 반대파 분자들 그 누구든 그들과 블록을 형성하라는 압력이 자연히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반대파가 보다 전투적인 계급투쟁적 입장을 대표하거나 보다 확대된 노동자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면, 그들을 비판적으로 지지하고 그들과 연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시적 블록은 블록 파트너의 정치적 · 조직적 오류를 조금도 방어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엄밀하게 공동전선 원칙에 입각하여 운용되어야 한다.
3.5 또한 중도주의/개량주의 동맹세력과의 대동단결론 식 논의는 일절 피해야 한다. 아나코 생디칼리스트(전투적 노조 만능주의자)나 조합주의자는 지도부에 대항하여 평조합원을 단결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며 그 이외에 다른 건 필요 없다는 주장 아래 바로 이런 강령 없는 무정형의 블록을 호소한다. 이 조합주의자들은 실제로는 노동조합 뒤에 자신의 정치조직을 숨긴다. 그러나 평조합원, 즉 조합원 대중이 언제나 그리고 자생적으로 올바른 방침을 알아차리는 것은 아니며, 노동조합은 지도부들(그리고 정말이지 조합 임원들)을 필요로 한다. 우리의 목적은 숨김없는 혁명가로서 공개적으로 그리고 정직하게 노동조합 지도력을 전취하는 한편 우리의 지도력을 민주적 통제와 소환 등에 따르도록 가져가는 것이다.
반(反)관료 운동으로 평조합원을 조직할 필요와 혁명조직이 노동조합에서 수행해야 하는 전체 과업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전자는 다양한 형태의 합법 공동전선 영역이다. 후자는 당의 노동조합 프락션의 임무이다. 이 두 가지를 혼동하거나 뒤섞는 것은 혁명적 원칙과 전술의 날을 무디게 하는 중도주의자임을 뜻할 것이다. 사업장 현장위원회 선거나 전국적 조합 선거를 위해 공동 후보나 공동 후보자명부를 제출하게 되는 경우에도 공동 선거공약이 가진 한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중도주의 후보들이 혁명가들에 의해 무조건적이고 무비판적으로 추천되는 것이 아니라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점은 노동조합 내 혁명조직의 프락션과 혁명조직의 노동조합 행동강령(또는 현장 행동강령) 지지자를 명확히 구분할 때 확고히 수립될 수 있다.
3.6 혁명적 대표자들에게 제기되는 일반적인 전략적 문제 때문에 혁명적 후보는 지자체나 의회 선거 영역에서 각종 발표 및 출판의 자유를 보유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당면 정세에 초점을 맞춘 완전한 혁명적 입장(행동강령)을 내걸어야 한다. 그렇지만 특정 상황에서 비민주적 법률이나 규정으로 인해 소규모 혁명 그룹이 중도주의 또는 심지어 개량주의 그룹(또는 당)과 결합하지 않으면 후보 출마가 봉쇄될 수도 있다. 가능한 데서는 혁명적 공약의 완전한 분리가 유지되어야 한다. 모종의 공동 공약이 필요한 경우에도 혁명가들은 노동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서 자신들이 만족시킬 수 있는 범위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 즉 ‘공산주의 후보명부’, ‘사회주의 후보명부’, ‘혁명적 후보명부’, ‘적색 후보명부’ 등 수사적 과장을 해서는 안 된다. 혁명가는 선출될 경우, 자신이 행동에 옮길 완전한 혁명적 공약을 제출해야 한다. 또한 블록 파트너에 투표할 것을 촉구하는 경우에도 이들 파트너를 충분히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선출한 노동자계급 유권자들에게 책임지는 의무를 분명히 하는 한편, 동시에 중요한 모든 쟁점에 대해 ‘공동전선’의 규율이 아니라 당의 규율을 따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시 총괄적 원칙을 강조하자면, 제한적인 행동을 위한 한시적 블록을 위해 혁명 조직과 그 공약의 전체 프로필을 가리거나 모호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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