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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2호(통권10호)] <기고> 노동시간 단축과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향한 계급대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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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시간 단축과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향한

 

계급대리전쟁


 -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 7~8월 총파업의 의미와 과제 -


 

 

박점규(비없세 집행위원, 전 금속노조 비정규국장)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연쇄 총파업을 시작으로 한 민주노총의 6월 경고파업이 7월 금속노조와 8월 민주노총 총파업의 서막을 알리며 전국을 강타했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는 표준운임제 법제화와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4대 보험 전면 적용 등 이명박 정권을 향한 요구는 관철시키지 못했지만 전국적으로 물류를 멈추고, 공사 현장을 중단시키며 전 사회적 관심과 지지를 모았고, 사용자들을 압박해 임금(운임)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함께 싸우면 정권과 자본의 탄압을 막아내고 전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이어질 노동자들의 투쟁에 자신감과 용기를 고취시키는 소중한 역할을 해냈다. 6월 28일 민주노총의 경고파업과 결의대회에 3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전국에서 모여 함께 투쟁을 결의함으로써 이후 7~8월 총파업으로 향하는 중요한 교두보를 만들어낸 것이다.

 

 

화물-건설노조 파업 7~8월 총파업의 교두보

 

  민주노총 7~8월 총파업의 중심은 이제 금속노조로 넘어갔다. 금속노조는 올해 △노동시간 단축과 주간연속2교대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노동3권보장과 정리해고 철폐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등 4대 핵심 요구안을 내걸고 임단협 교섭을 벌였다. 금속노조는 6월 26일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벌이고 있는 9차 중앙교섭에서 교섭결렬을 선언했고, 7월 2일 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거쳐 7월 10~11일 쟁의행위찬반투표를 벌인 후 7월 13일 1차 파업과 20일 2차 파업을 벌인다.

 

  현대차지부도 6월 28일 9차 단체교섭에서 교섭결렬을 선언한 후 7월 2일 조정신청, 3일 쟁의대책위원회 전환을 거쳐 금속노조의 파업찬반투표와 파업 일정에 따라 파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기아차지부도 28일 7차 단체교섭에서 교섭결렬을 선언했으며, 한국지엠지부 역시 금속노조의 일정에 맞춰 파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도 7월 1일 조합원 긴급총회에 이어 5~6일 파업찬반투표를 벌이며, 아산과 전주는 금속노조 찬반투표 일정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다.

 

 

금속노조와 완성3사 교섭결렬 - 7.13 1차 총파업

 

  2012년 금속노조의 요구와 투쟁은 계급대리전의 성격을 갖고 있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총자본과 총노동이 노동시간단축과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라는 한국사회의 핵심 쟁점에 대해 계급을 대리하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자본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며 전쟁에서 쉽사리 물러서지 않는 이유는 이 이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현대차그룹을 넘어 전 산업에서 모든 노동자들이 밤샘근무 폐지와 모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8조 1천억이라는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낸 현대차를 필두로 현대차그룹은 사상 최대의 임금인상과 성과금을 뿌리며 금속노조의 공동파업 전선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현대차자본은 그룹 내에서 조직력이 가장 취약한 노동조합을 타깃으로 삼아 금속노조의 투쟁 전선에서 이탈시키려 하고 있다. 현대차자본은 현대위아와 현대엠시트를 제물로 삼았다.

 

  현대위아는 기본급 94,000원, 성과급 300%+750만원(1,400만원)을 던져 노사 간에 잠정합의하고 6월 29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시켰다. 현대위아 배인규 대표이사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려준 노조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현대위아는 예년처럼 정규직 임금과 일시금의 70%를 비정규직에게 지급하는 것을 합의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현대위아 역시 현행법상 불법파견이 확실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고, 창원공장에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도 금속노조의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인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현대위아의 나머지 3개 공장은 정규직이 관리자들뿐이고 생산라인은 비정규직으로 운영되는 야만적인 ‘비정규직 공장’이다. 그러나 노사협조주의와 대중영합주의에 빠진 노조 집행부와 무능력한 금속노조는 이 광경을 눈뜨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의 현대엠시트도 6월 27일 기본급 84,670원 인상, 정년 연장, 일시금 4백만원+200%의 내용으로 잠정합의하고 총회에서 통과시켰다. 회사측은 “제시안을 이번에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처럼 전향적인 금액은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에 앞서 5월에는 현대다이모스, 현대오토넷이 임단협을 타결하고 투쟁전선에서 먼저 이탈했다.
  충남지부 현대엠시트지회는 임단협이 타결돼도 금속노조의 파업에 참여하겠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이들은 노동시간단축과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라는 계급전쟁에서 이탈했고, 앞으로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현대기아차 부품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는 6월 29일 중앙위원회에서 조기타결사업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현대차 계열사 물량공세로 투쟁전선 이탈

 

  노동시간단축과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라는 총자본과 총노동의 계급대리전의 요구는 한 두 차례의 파업으로 쟁취할 수 없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파업에서 보듯이 지금 이명박 정권은 무덤으로 가고 있고, 탐욕의 자본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전 사회적 요구와 함께 조합원들의 ‘실리’를 쟁취할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 따라서 금속노조는 중앙교섭 전선과 완성3사 투쟁전선,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전선을 중심으로 8월로 이어지는 완강한 파업전선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6월 29일 98차 중앙위원회에서 심각한 결정을 하고 말았다. 금속노조는 전국적 투쟁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2월 27일 32차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중앙교섭 타결 없이 지부·지회교섭 타결 없다”는 타결방침을, “지부·지회는 가능한 중앙교섭 타결 후 지부·지회교섭을 타결한다. 단, 지부운영위의 승인을 거쳐 중앙교섭 전 지부·지회 교섭타결을 열어두되 타결시점은 7월 20일 이후에 한다”로 수정했다.

 

  요약하자면, 금속노조의 두 차례 파업만 하고 나면 노동시간단축이나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라는 요구와 무관하게 지회별로 타결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현대위아나 엠시트처럼 회사가 돈을 왕창 뿌리면 중앙교섭이나 지부집단교섭과 무관하게 타결하라는 것이다. 수정된 타결방침은 대대적인 ‘돈잔치’를 통해 금속노조의 투쟁전선을 교란시킨다는 현대차자본의 계략과 휴가 전 타결을 바라는 조합원들의 정서가 맞물려 휴가 이후 금속노조의 투쟁을 상당한 수준에서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물론 중앙교섭과 지부집단교섭이 살아있고 파업권이 유지되지만, 예년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현장의 동력을 상실한 투쟁지침은 교육시간, 총회 등 형식적인 수준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부품사가 주축인 금속노조 지역지부의 경우 조직력이 높아 전국의 거리에서 노동시간단축과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사회적 지지여론을 만들어갈 수 있고, 대공장의 귀족노조 이데올로기에 함께 맞설 수 있다. 그러나 휴가 전 집중적인 타결이 이뤄지면 8월에는 금속노조와 완성차,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이 남게 되고, 고립분산적인 투쟁이 될 위험성이 높게 된다.

 

 

금속노조 타결방침 후퇴, 심각한 투쟁전선 이탈 가능성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7~8월 총파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현장은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다. 총자본과 총노동의 대리전이 가장 첨예하고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 바로 현대자동차이며, 노동시간 단축과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요구가 가장 강렬하게 드러나고 있는 현장이 바로 현대차이기 때문이다.

 

첫째, 현대차지부는 무쟁의라는 굴종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현대차는 2009년부터 3년 동안 내리 무쟁의를 했고, 현대중공업은 지난해까지 16년째 무쟁의를 이어가고 있다. 6월말 타결한 현대위아 회사는 18년 무쟁의라는 보도 자료를 뿌렸고, 경제신문을 비롯해 언론이 이를 크게 다루면서 무쟁의를 선동하고 나섰다.
  현대자동차의 무쟁의 역사는 200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현대차지부 이상욱 집행부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현장발의로 결정된 6월말 한미FTA 반대 총파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회사는 회사 내의 임단협에서 파업을 하지 않아 무쟁의를 달성했다며 조합원들에게 무상주 30주를 지급했다.
  이경훈 집행부 시절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무쟁의가 계속됐고, 조합원들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135주를 무쟁의의 대가로 지급받았다. 지난 주 평균주가인 1주당 240,000원으로 계산한다면 주식의 현재 가치는 무려 3240만원에 이른다.
  2009년 쌍용차 77일 점거파업,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25일 점거파업, 2011년 김진숙 지도위원 85호 크레인 309일 고공농성이 벌어졌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라는 악법이 강행됐지만 현대차지부는 이를 외면하고 1천만원이 훨씬 넘는 일시금과 무쟁의에 따른 무상주에 합의하면서 계급의 대의와 연대를 외면했다.
  지난 4월 26일 현대차 아산공장 임태순 공장장은 조합원 부인들의 행사에서 “지금까지 지급된 주식은 무쟁의의 보상 차원이다. 이를 더 받고 싶으면 올해 파업하지 마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을 ‘돈의 노예’로 전락시키고, 조합원들을 부추겨 집행부를 흔들겠다는 의도였다.
  현대차 자본은 6월 28일 임단협 교섭이 결렬되자, 현대차지부가 금속노조의 정치파업에 참여하기 위해 투쟁을 꽂고 교섭한다며 ‘금속노조 꿰맞추기 정치파업’이라는 대대적인 현장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에 대해 7월 2일 현대차지부는 “무쟁의 3년으로 간덩이가 부어오른 사측의 안하무인이 단체교섭 결렬을 불러왔다”며 “이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4만5천 조합원의 총단결 총투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용문 지부장도 “최근 몇 년의 굴욕적인 노사관계를 끝장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과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주식과 성과금이라는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고용안정과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진정한 실리와 내일의 이익을 위해, 현대차를 넘어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위해 ‘무쟁의’라는 굴종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둘째, 현대차에서 노사영합주의와 노동자계급 배신의 역사를 종식시켜야 한다.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이 경찰특공대와 구사대의 살인진압에 맞서 에어컨의 물을 받아먹으며 77일을 싸웠을 때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의 연대파업에 함께 했다면 22명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도 25일간의 점거파업을 하며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요구했을 때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의 연대파업에 함께 했다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조금의 돌파구라도 열었을 것이다.
  2011년 김진숙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309일을 절규했을 때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과 금속노조가 희망버스를 넘어 희망파업을 만들어냈다면 노동운동에 대한 사회적 연대와 관심은 조금이라도 달라졌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 5년의 역사에서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는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위해 선두에서 싸웠던 역사가 아니었다. 이제 마지막 기회가 노동운동에게 왔다. 무엇보다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는 지금 당장 집단 계약해지를 당하고 있는 1564명의 2년 이하 한시하청 노동자들과 전환배치 및 공정블럭화를 통해 잘려나가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단 한명이라도 비정규직노조에 가입하면 현대차지부가 끝까지 책임지고 싸우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집단가입 운동을 벌여야 한다.
  7월 13일과 20일 금속노조 파업, 7월 21~22일 울산공장 포위의 날에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는 모든 역량을 다해 투쟁을 전개해야 하며, 여름휴가 이후 더욱 강도 높은 파업투쟁을 통해 주간연속2교대제와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쟁취해야 한다.

 

  지금 전국의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 1700만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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