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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5호] 한국판 '점령운동', 쌍용차 희망텐트촌 건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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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점령운동',

 

쌍용차 희망텐트촌 건설을 위하여

 

 

 

 

  2011년 12월 7일, 19명의 쌍용차 희생자들의 합동위령제 개최와 함께 개시된 쌍용차 희망텐트촌 투쟁은 12월 23~24일 1박2일의 희망텐트촌 1차 공장포위의 날 집중투쟁으로 결실을 맺으며 이어질 투쟁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열악한 환경과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1,000여명이 모여 텐트를 세우고 “죽음의 공장을 점령하라!” 라고 외치며 투쟁의 결의를 모아냈다. 작년 한 해를 대중투쟁으로 뜨겁게 달구었던 희망버스에 이어 한국판 점령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판 점령운동이 시작됐다.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적 경제위기는 헤어날 기미는커녕 공황으로 더욱 빠져들며 각국  의 노동자 민중들을 위기의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깊어가는 세계경제 대공황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급대중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자본의 공격은 세계적 규모의 아래로부터 대중투쟁과 체제 도전적 반자본주의투쟁을 촉발하고 있다. 이 투쟁들은 서로에게 영감과 영향을 주면서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민중혁명으로, 남유럽에선 대규모 시위와 노동자 정치총파업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심장부인 미국에선 “1%에 맞선 99%의 저항” 점령운동 이라는 대안적 투쟁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양상은 차이가 있지만 한국에서도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희망버스라는 자발적 연대투쟁으로 나타났다. 쌍차 동지들이 패배의 아픔을 딛고 다시금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추동한 것은 19명의 죽음과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했지만, 그보다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국가와 자본에 맞선 대중 직접행동인 ‘점령하라’ 운동의 자극과 희망버스운동이 보여준 사회적 연대의 힘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점령운동과 희망버스운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대중의 직접행동과 사회적 연대투쟁이다.

 

 

반자본주의 투쟁

 

  희망텐트투쟁에 돌입하며 쌍차지부 동지들은 “희망버스운동이 한진의 정리해고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정리해고 자체를 만들어내는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며 올바르게 진단한다. 이어서 “정리해고를 만드는 구조와 체제의 문제를 제기하는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라며 체제에 도전하는 투쟁의 방향과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희망버스운동이 대중들의 자발적 연대를 이끌어 내며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 한 것은 중요한 성과이다. 하지만 야권연대 세력의 준동과 이들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 해보려는 금속노조 상층부의 기만성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기만적인 국회권고안 마련의 길을 터 준 점, 기만적인 국회권고안이 제시되었을 때 단호하게 거부하지 못하고 투쟁으로 돌파하지 못한 점, 이후 정리해고 철회, 원직복직이 아닌 기만적인 국회권고안에 따른 1년 내 재고용안을 받아들이고, 김진숙 동지가 내려오면서 결국 한진문제 해결로 투쟁이 종결된 점 등은, 쌍차동지들이 올바르게 지적했듯이, 이 투쟁을 정리해고를 만든 체제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밀고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계급대중들의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 열망을 표현하는 반자본주의 투쟁 전망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이다. 계급대중들은 투쟁을 통하여 고양된 자신들의 혁명적 힘을 믿기보다 야권연대 세력과 이에 편승한 금속 상층부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러한 위험은 희망텐트 투쟁 앞에도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지금이야 쌍차 문제가 표로 연결하기엔 아직 뜨거운 감자라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반MB 야권연대/선거심판론 세력의 준동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 이다.
  이들은  희망텐트운동이 고양되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이미 폐기된 8.6 합의를 슬그머니 꺼내놓고 투쟁을 분열시키며 기세를 잠재우려고 할 게 뻔하다. 이를 분쇄하기 위해서는 반자본주의 투쟁의 전망을 확고히 하고 비타협적으로 투쟁해 나가야 한다. 그럴 때만이 다시는 이들의 입 밖에서 8.6합의가 이야기가 안 나올 것이다.

 

 

희망텐트 노동자 참가단

 

  1%에 맞선 99%의 저항으로 일컬어지는 점령운동은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정치운동이고 반자본주의운동이다. 한편으론 수평적이고 열려진 투쟁공간을 전제한다. 꼭 물리적 공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1% 자본 독재에 반대하는 99%들이 다양한 요구를 내걸고 수평적으로 연결되어 자발적인 투쟁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이다. 관료적이고 박제화된 노조의 수직적인 지침에 의해 움직이는 것과 대비된다. 희망텐트투쟁이 내포한 함의가 바로 이것이다. 이런 점에서 “쌍용차 희망텐트 노동자참가단”의 활동과 투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중총회

 

  다음은 노동자 참가단 블로그 참여 안내 글 인용이다.

“쌍용차 희망텐트 노동자 참가단은 단순히 노동조합의 지침을 수행하는 수준의 운동을 뛰어넘어, 대중 스스로의 자발적 행동을 추동하고 조직하는 활동을 지향합니다. 대중들의 민주적인 총회(집단 토론)으로 결정하고 실천하는 직접행동을 지향합니다.”

  노동자 참가단은 전국순회투쟁을 통해 조직노동자들의 자발적 연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150여명의 현장조합원을 노동자 참가단으로 조직했다. 쌍차 문제 해결을 주요 과제로 설정한 금속노조 지도부가 전국도 아닌 수도권 확대간부 참가 지침으로 300여명의 초라한 동원에 그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숫자다. 중요한 건 머릿수보다도 지침에 의한 수동적 참가가 아닌 투쟁 의의에 공감한 아래로부터 적극적 연대라는 점이다. 이 점은 부문행사 일환으로 열린 대중총회 방식 “이야기 마당”에서 잘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적극적으로 자기의사를 표현하며 현장의 다양한 쟁점과 투쟁과제를 토론했다. 투쟁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민주적이고 대중적으로 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은 참여와 책임, 단결과 연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지역의 노동자, 청년, 학생들이 모여 민주적인 대중총회를 통해 지역총파업을 결행하여 물류와 항만을 마비시켰던 미국 오클랜드의 경험이 이를 말해준다.

 

 

자본주의 체제 위기 정세

 

  노동자 참가단 블로그 글을 한 번 더 인용한다.

“쌍용차를 시작으로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정리해고가 쌍용차에 그치지 않듯이, 쌍용차 투쟁은 전국 노동자의 투쟁과 맞물려 있습니다. 그렇기에 착취와 억압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전국 노동자의 투쟁에 몸과 마음으로 결합하며, 노동운동에 활력을 제공하고 계급투쟁 전선을 확대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희망텐트투쟁이 점령운동을 표방한 이상 반자본주의 지향을 띨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단기적 전망과 목표 속에서 실천적 투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어차피 쌍용차 희망텐트투쟁의 요구는 단시간에 물리적인 타격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쌍용차 희망텐트투쟁의 확대를 위해 대중총회에서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모든 노동자 민중들은 자신들의 현장과 공장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투쟁요구를 갖고 만나야 한다. 2012년 정세는 자본주의 체제 위기가 더욱 심화되며 이에 조응한 대중 직접행동은 더 큰 규모로 확산될 것이다.
  2008년 세계대공황 초입부터 공황을 벗어나기 위해 지배계급이 써왔던 구제금융이나 양적완화 같은 정책 수단은 효력이 끝났다. 구제금융은 재정위기만 불러올 뿐이다. 2차례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외교마찰만 불러올 뿐 위기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더 이상의 정책 수단이 없는 가운데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지배계급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밖에 없다. 그것도 더욱 적나라하게 말이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복지, 임금삭감 공격이 몰아칠 것이다. 이에 맞서 노동자들의 목숨 건 대규모 저항이 곧 뒤 따를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조금 늦추어졌을 뿐이다. 예상되는 정세가 이러함에도 노조 지도부들과 개량주의 노동자 정당들은 여전히 야권연대/ 선거심판론을 들먹이며 모든 문제 해결을 2012년 선거로 몰아가고 있다.

 

 

야권연대/선거심판론을 딛고 99%들의 직접행동으로!

 

  공황기엔 설사 개량주의 노동자 정당들이 집권한다 해도 개량을 줄 수 없다. 오히려 자본의 위기 전가에 앞장 서 노동자들을 공격한다. 사민주의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그리스는 재정위기로 자본의 위기 전가에 앞장섰다가 대규모 총파업 등 노동자들의 저항에 부닥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은 총리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선거에 대한 기대나 환상을 걷어내자. 우리의 요구를 직접행동으로 쟁취하자.
  다가오는 정세국면은 쌍용차 희망텐트투쟁 같은 자발적인 아래로부터의 대중 직접행동이 솟구쳐 오를 것이다. 현재 해고자 원직복직, 단협 원상복귀를 요구하며 1,480여 일째 천막농성투쟁을 하고 있는 재능 지부동지들이 있고,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내고도 오히려 사측의 탄압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동지들이 있다. “밤엔 잠 좀 자자”는 정당한 요구도 오히려 해고와 가압류, 노조 파괴, 구속 등 탄압으로 일관하는 사측에 맞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유성기업 동지들이 있다. 그 외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 생활임금쟁취, 민주노조 사수, 노동시간 단축, 민영화 반대 등 다양한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나아가 등록금 문제, 실업문제, 주택 및 노점 철거 문제 등 소외되고 억압 받는 학생, 청년, 철거민, 노점상 들이 있다. 이들의 모든 요구를 내걸고 함께 투쟁하자. 곳곳에 희망텐트촌을 건설하자. 선거에 목숨 거는 개량주의 의회주의 세력들을 제끼고, 99% 직접행동 10대 요구를 가지고 투쟁에 나서자.

 

99% 직접행동 10대 요구

△ 일체의 해고 금지! 정리해고제 폐지!

△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보장!

△ 노동조건 저하 없는 1일 6시간 노동제를 통한 실업 해소!

△ 1%만을 위한 한미FTA 폐기!

△ 물가 폭등에 따른 생활임금 보장! 무상주거!

△ 등록금 폐지, 대학 무상교육 전면 실시!

△ 집회·시위·결사·표현의 자유! 완전한 파업권 쟁취! 노동악법 철폐!

△ 은행 및 금융사 몰수 국유화! 노동자통제!

△ 재벌 몰수 국유화! 노동자통제!

△ 자본가 정당과 단절하라! 민주대연합이 아니라 노동자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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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5호] 혼란의 종지부를 찍고, 반격하자!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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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 비정규직 투쟁>

 

 혼란의 종지부를 찍고, 반격하자! 투쟁하자!    

 

 

최병승 (현자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2012년 1월 4일

 

 

  지회가 1년을 주춤하고 있는 사이 사측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로펌 1위(김&장)과 2위(광장)을 선임하고, 지노위에 압력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현장을 조작하여 불법파견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 또한 전경련 로비문서를 통해 확인되듯 국회의원 로비를 통해 불법파견과 관련된 노동법 개악,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생관 외주화, 차량변경에 따른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다. 사측은 지회 조직력을 파괴하고, 내부를 분열시키면서, 불법파견 투쟁의 재 점화를 저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회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사측의 분열책동에 말려들어 투쟁이 중단되고, 시기를 놓치고 있다.

 

  작년 12월 16일 대의원대회를 연기하고 21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제한된 내용을 결의한 것이 최근의 대표적 사례이다. 예초 10월 20일 총회의 후속조치로 논의하기로 한 지회 정상화, 해고자 출입보장, 지노위 판정에 따른 대응 투쟁은 새롭게 구성된 비상대책위 체계 구성 이후로 미뤄졌다. 결국 2012년 불법파견 투쟁의 포문은 1월 10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되는 양재동 상경투쟁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혼란은 어디에서 왔나?

 

  지회는 2010년 겨울 ‘25일’ 파업 이후 2차 파업이 좌절되고 나서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다. 비대위를 구성하고 내부를 수습하고자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혼란의 이유는 여러 가지를 얘기할 수 있다. 두 차례의 조합비 횡령사건, 지회 집행부의 부재, 해고자와 공장별 간부들의 갈등, 사측의 폭력적 탄압 등 혼란의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존재한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이러한 여러 가지 조건이 지회의 ‘불법파견 투쟁기조’를 흔들면서 전술방침의 혼동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혼란의 기원은 불법파견 투쟁에 대한 장기적 계획이 없다는 점과 이러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집행력을 세우지 못하는 지회 내부에 있다. 작년 12월 16일은 이 문제가 가장 극심하게 표현되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의 기조를 계승하고, 투쟁을 책임질 수 있는 집행부 구성의 필요성을 인식시켰다.

 

 

12월 16일, 무슨 일이 있었나?

 

  작년 12월 16일은 부산지노위 노숙투쟁 3일째였고, 35차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지회를 총력투쟁본부로 전환하여, 해고자 출입보장과 지노위 판정 이후 투쟁을 결의하려 했던 날이다. 그러나 지회는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지회 대의원대회를 연기했다.

 

첫째, 사측의 꼼수인 지노위 ‘화해’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부산지노위 심판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사측은 공식적으로 3차례 화해안[1차 15명, 2차 29명, 3차 36명 복직]을 제시했다. 지회는 제시안이 제출될 때마다 전체 논의를 진행했고, 사측의 의도대로 내부 갈등을 겪었다. 이로 인해 판정 이후 후속투쟁을 세우지 못했다.
 ‘화해’안을 둘러싼 논의는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다. 1차 제시안이 제출되었을 때 ‘화해’ 자체를 거부하였다면, 늦어도 2차 제시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을 때라도 ‘화해’ 거부와 투쟁을 논의하였다면 지회는 16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투쟁을 결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1차 논의에서도, 2차 논의에서도 제시안을 수정하며, ‘화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에 3차 논의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지회가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접수한 이유는 부당징계 부당성을 알리고, 징계조정을 위한 개별행동을 막고 부당징계 투쟁을 집단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노동법에 보장된 현장출입을 활용하자는 취지도 존재했다. 즉, 노동위원회 대응은 조직의 단결을 도모하고,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쟁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했다. 그러나 지회는 이러한 기조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배치하지 못했고, ‘화해’가 제안되고 난 이후에는 ‘화해 제시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투쟁과 계획 논의를 중단해 버렸다.
  이에 대한 근본문제는 지회 내부에 있지만 이러한 판단을 하는 데에 법률 대리인이 미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1차 제시안이 나왔을 때 법률 대리인은 “90%이상 각하(기각)될 것이며, 중노위에서도 패소가능성이 높다. 화해를 한다고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해고자 복직의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화해 조정을 진행하자”고 말했다. 기간 지회와 투쟁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관계로서 법률대리인이 자신의 입장을 제출할 수 있고, 지회 핵심 활동가들을 만나 설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법률적 문제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되는 조직적 문제에 대해서도 고려했어야 했다. 그러나 법률원은 주장과 설득은 있었으나 조직 문제와 화해 수용 여부는 지회가 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결국 지회는 두 차례의 논의를 통해 “해고자 전원복직과 징계자 전원 원상회복”이 수용되지 않으면 ‘화해’를 거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미 지회의 결정이 난 이상 법률대리인은 이 결정에 맞는 투쟁을 준비했어야 했다. 왜? 부산지노위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판정해야 하는지, 현재 변경되지 않은 행정지침이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지노위 투쟁을 전개했어야 했다. 그러나 법률대리인은 16일 또 다시 “분위기가 안 좋다. 원청은 전체 각하되고, 하청도 일부 승소라고 한다. 이럴 바에는 화해를 수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며, ‘화해’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농성을 하고 있던 한 동지가 “법률원 못 믿겠다. 판정 승소할 수 있다. 판정받자”고 얘기한 것에서 확인하듯 법률대리인은 판정 분위기를 먼저 알 수 있는 자신의 권위를 이용하여 화해를 수용할 것을 강요하였다. 결국 대의원대회는 연기되고, 쓰레기 같은 판정에 대한 투쟁은 조직되지 못했다. 그리고 ‘화해’ 수용을 둘러싼 해고자간의 감정 대립으로 단결은 훼손되었다. 따라서 법률대리인은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는 부산지노위의 이중대 역할을 자임한 꼴이 되고 말았다. 

 

  지회가 ‘화해’를 단호히 거부하고, 투쟁을 선택했다면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회는 3차 제시안에 대한 논의를 선택했고, 이를 위해 대의원대회까지 연기했다. 이는 지회가 ‘25일’ 투쟁부터 지금까지 유지해온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로 대표되는 8대 요구와 투쟁으로 쟁취하겠다는 투쟁기조에 대한 재검토를 위해 요구한 것이었다. 다행히 16일 저녁 북구비정규직센타에서 진행된 해고자∙징계자 모임에서 지회의 요구와 투쟁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고, ‘화해’를 거부하고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혼란으로 인해 2012년 불법파견 투쟁의 포문을 열어야하는 1월 투쟁은 축소되었고, 본격적인 투쟁을 비대위 체계 구성 이후로 미뤄야 했다. 

 

둘째, 금속노조가 지회 총투본 전환을 거부했다.
  35차 임시대의원대회 개최의 목적은 투쟁계획 확정과 투쟁체계의 구성이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임시 체계(비대위)에서 임시 체계(총투본)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며, 총투본은 규약에도 없다”는 이유로 지회의 총력투쟁본부 전환에 반대를 표명했다. 분명 지회집행부를 세우지 못한 것은 지회가 하루빨리 극복해야할 문제이나 집행부가 없다는 이유로 총투본으로 전환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일 금속노조가 집행부가 없어서 총투본 전환을 반대하는 것이라면 지회를 사고지회로 처리하고, 금속노조 차원의 지회 정상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1년 동안 적극적인 정상화 지원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집행부 구성을 이유로 지회 체계변경에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또한 규약의 문제로 제기하는 것은 더 납득하기 어렵다. 금속노조 규칙에는 지회 임원 전원 유고시 운영위를 통해 직무대행을 선임하고, 6개월 이상일 경우 보선을, 6개월 이하일 경우는 직무대행 체계로 운영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즉, 지회는 2월 사퇴 이후 보선을 진행했지만 찬반투표에서 떨어졌고, 다시 직무대행을 선임하고 운영하고 있다. 즉, 노조의 규약에 위배된 운영을 한 적이 없다. 만일 위배되었다면 새로운 임원을 선출해야 할 시기가 지났음에도 새 지도부를 선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적사항일 것이다. 그렇다고 규약을 이유로 비대위는 인정하고, 총투본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금속노조 규약 어디를 찾아봐도 비상대책위라는 체계는 없기 때문이다.
  특정 시기 노조는 다른 형태의 기구로 체계를 전환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쟁의대책위원회이다. 즉, 지회가 불법파견 투쟁의 재 점화를 위해 투쟁력을 집중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하겠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또한 그렇게 중요한 문제였다면 대의원대회 공고 이후 노조에서 직접 지회를 방문해서 간부들과 왜 총투본 전환이 잘 못된 것인지 토론하고,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절차도 없이 무작정 안 된다고 하는 것은 투쟁을 결의한 지회 간부들의 결의를 떨어뜨리는 것뿐만 아니라 금속노조가 지회의 투쟁을 통제하려 한다는 불신으로 확대될 수 있다.1) 이는 금속노조 박상철 집행부 당선 이후 규약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체들의 필요에 의해 무려 4년간 활동한 금속비투본을 해산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결국 금속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여 지회는 총투본 구성을 하지 않고, 이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대의원대회를 연기했다. 만일 지회 집행력이 있었다면 이러한 일도 없었을 것이며, 금속노조의 납득할 수 없는 반대도 없었을 것이다. 지회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불법파견 투쟁의 시작도 늦어지고 있다. 

 

셋째, 투쟁을 책임 있게 결의할 동지가 없었다.
  위의 두 문제가 존재했다고 해도, 투쟁을 책임 있게 결의할 동지가 있었다면 대의원대회는 연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후 투쟁을 책임 있게 결의할 동지가 없었다. 총투본도 공동대표로 운영되어야 할 상황이었고, 금속노조의 반대로 비대위 구성에 대한 논의에서도 비대원장을 누가 맡을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다. 즉, 16일 이전에 제출되었던 두 개의 투쟁제안서에 대한 검토, 확정, 집행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결정하지 못한 것이다. 지회가 중심을 세우지 못하자, 기조도 흔들렸고, 쓰레기 같은 화해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으며, 금속노조의 터무니없는 억측도 뚫고 나가지 못했던 것이다.

 

  작년 12월 16일 벌어진 이 해프닝은 지회의 혼란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이 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것은 시급한 지회 집행부의 선출과 투쟁계획의 수립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강화되는 사측의 공세.

 

  지회의 혼란을 확인한 사측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산지노위 판정, 법원의 현장검증에 대비한 현장조작, ‘25일’ 파업 이후 민∙형사 사건의 신속한 집행을 진행했다.
  특히 민형사 사건에 대한 정식기소와 약식기소는 상상을 초월했다. 무려 200여명에 대한 형사벌금은 무려 8억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정식기소자도 30여명에 이르며, 무려 100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소송이 재개되고 있다. 2010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통장가압류를 선물하더니, 2011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벌금 8억원을 선물한 것이다. 또한 현장검증도 전 부서를 확인할 수 있는 1공장을 배제하고, 2공장이 선택되었다. 하청업체만 사용하는 별도공구함을 만들고, 간식을 업체 조반장이 지급하고 있으며, 표준작업서를 변경 하는 등 현장을 조작하고 있다.     

 

 

반격을 시작해야 한다.

 

  사측은 탄압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며, 내부의 단결을 훼손시키기 위한 갖은 공작을 펼 것이다. 이러한 사측의 탄압을 막아내기 위해서 지회는 빠르게 비대위 체계를 정비하고, 반격을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지회 집행부를 세워내고, 공세적인 불법파견 투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 당장 다음과 같은 투쟁을 배치하자!

 

첫째, 해고자 출입 투쟁과 현장조직화 사업.
  해고자 전체토론을 통해 조합출입 투쟁을 결의하고, 공세적인 진입시도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공장별 현안문제에 대해 선전하며, 내부 조직화를 병행하면서 해고자 출입투쟁과 현안문제 투쟁을 연결시켜 내야 한다. 이를 위해 지회 선전물의 정기배포가 확보되어야 한다.

 

둘째, 현장실사에 대한 대응 투쟁.
 

  1월 13일 현장 실사가 예정되어 있다. 사측은 현장을 조직하고 있지만 지회는 통일된 방침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나마 지회 1공장사업부는 소자보를 통해 ①변경 전과 변경 후의 사진과 동영상 채증 ②사측의 조작을 확인한 당사자의 진술서 확보 ③새로운 조작에 대한 신고 등을 대응 지침으로 마련한 상태이다. 지회는 현장실사가 확정된 2공장을 비롯해, 추가적으로 예상되는 1∙3공장 조합원을 대상으로 현장설명회를 진행하고, 대응 지침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또한 현장실사단에 지회 사업부대표나 비대위원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현대차지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해야 할 것이다.  

 

셋째, 부산지노위 판정, 민∙형사 사건 결과에 대한 부당성에 대한 폭로와 여론화 사업.
  아직 판정문이 나오지 않았지만 부산지노위의 판정은 보나마나 기본도 없는 궤변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지회는 법원의 판정을 뒤집을 수 없는 객관적 증거와 논리가 없는 부산지노위의 판정에 대한 부당성을 적극 폭로해야 한다. 또한 불법파견을 시정할 것을 요구한 투쟁에 대해서는 100억원의 손해배상과 8억원을 육박하는 벌금, 30여명의 정식기소를 하면서도, 1만 명의 사내하청노동자를 불법으로 사용하고, 잔업∙철야 강요를 통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정몽구에 대한 처벌이 없는 것에 대한 부당성을 폭로하고, 정몽구 구속 처벌에 대한 여론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넷째, 지회 집행력 선출과 투쟁계획에 대한 논의와 집행.
 

  현안문제에 대한 즉각적 대응은 비대위 체계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1년을 겪으면서 확인한 것은 투쟁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집행하며 책임지는 단위가 필요하며, 이는 지회 집행력의 구성으로 표현된다. 2012년의 정세로 볼 때 어떠한 이유로든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시급히 지회 선거을 진행하고 투쟁을 집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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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주>

이호 미비국장이 당일 대의원대회 참관을 위해 내려왔다. 그러나 지회가 총투본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고 대의원대회를 연기하자, 총투본을 왜 반대하는지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의구심이 들었던 간부들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 판단된다. 또 금속노조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는 이것만이 아니다. 양재동 상경투쟁 준비과정에서 지회가 “금속노조가 1월 11일 지원할 물품을 10일 날 우선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금속노조는 “11일부터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에 10일 날 지원할 수 없다”고 한다. 준비한 비품을 먼저 지급하는 것이 그렇게 문제가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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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5호] 재능 거리특강 : 0.5평 비닐 텐트 농성장에서 세상을 말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재능 거리특강>

 

0.5평 비닐 텐트 농성장에서 세상을 말한다
                    
 

 

황지수
 
 

   전국학습지노조 재능지부 투쟁이 1월 28이면 1,500일이다. 햇수로 5년차. 모 언론사에서는 재능지부 교사 투쟁을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재능자본은 재능지부 노동자의 요구에 대해 나 몰라라 하면서, 투쟁주체들에 대한 전방위 탄압으로 일관하고 했다. (재능자본의 악랄한 노동탄압은 <<혁명>> 12월호 창간준비 4호 유명자 지부장 인터뷰 참조)
 

 

 

시청 옆 비닐 텐트 농성장은 투쟁주체의 거점이자

연대 확산의 거점
 
  노동자 투쟁에서 거점 투쟁 공간 없이 어떻게 전략과 전술을 짜고 전진할 수 있을까? 이불  한 장을 덮어쓸 공간이 투쟁의 주요한 무기다. 시청 광장 재능 사옥 앞 비닐 텐트 0.5평 농성장은 도시의 매서운 찬바람과 입김이 교차하면서 비닐이 얼어붙는다. 이 조그마한 농성장이 바로 “특수고용직 노동자도 얼마든지 단체협약을 쟁취할 수 있고, 유예기간 없이 해고자 전원이 원직복직 할 수 있다.”는 비타협적 투쟁의 거점이다. 또한 투쟁주체의 의지를 모으고, 연대의 힘을 모을 수 있는 비닐 텐트 농성장은 노동자 투쟁의 자존심이자 투쟁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공간을 둘러싼 계급투쟁의 장소다. 그래서 재능 비닐텐트 농성장을 엄호하고, 이 투쟁정신을 확산시키는 것, 연대투쟁의 힘이 뻗어나갈 수 있는 사회적 여론을 확장시키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노혁추는 재능지부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매주 화요일 <재능 농성장에서 세상을 말한다> 거리강연 투쟁을 기획하고 참여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실천과 이론의 통일은 투쟁현장에서 만나야 한다. 여기서는 2011년 11월부터 12월말까지 진행된 <재능 농성장에서 세상을 말한다> 다섯 강사의 거리강연 주요 내용을 정리해보고 이 강연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첫번째 강연: “지금은 세계대공황이다. 이 사회의 모든 공장·생산수단· 기계·토지를 모든  사람이 소유해서 모든 사람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김수행 교수)
 
  첫 번째 강사로 나선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세계대공황과 자본주의의 미래’라는 강연에서 “지금은 세계대공황이다. 이는 1900년대를 시발로 세 번째에 해당한다. 첫 번째는 1930년대 대공황인데 당시 공황은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이 아닌 제2차 세계대전에 의해 극복된다. 두 번째는 1974년 석유가격 폭등(오일쇼크)으로 발단되었는데, 모든 원자재가 엄청난 투기로 가격이 상승하고 경기침체로 세계적인 불황과 인플레이션을 만연시킨 대공황을 말한다. 여기서 1976년 영국에서는 대처가, 1980년 미국에서는 레이건이 정권을 잡으면서 신자유주의가 대두됐다”고 시대규정을 내렸다.
  이어 김 교수는 이번 공황의 기본적 특성을 “신자유주의는 경제정책 면에서 산업자본보다는 금융자본을 유치한다. 금융활동은 돈 많은 사람이 돈이 없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자꾸 털어, 부가 가난한 사람으로부터 부자에게로 옮겨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다 투기는 (정권의) 주택담보대출 정책의 결과에서 보듯 지금 가계폭락을 통해 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교수는 “지금 지구 전체가 불황에 빠져 있다. 따라서 긴축해봐야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 2010년 5월 그리스 등지에서 국채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때 서민들은 덕 본 게 하나도 없고 은행들과 부자들만 덕을 봤기에 부채는 은행과 부자들이 책임져야 한다.”라고 긴축정책을 비판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대안은? 김 교수는 “월가 점령시위의 주장은 지금과 같은 정책으로는 자본주의가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대안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이나 대기업이나 전부 모든 국민의 것으로 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꾸 얘기하는 것이 유럽 전체에서 ‘유럽 사회주의 공화국’ 같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국회에서 오늘부터 노동시간을 8시간이 아니고 5시간으로 단축하고, 모든 직장에서 부족한 인원을 고용하라고 하면 실업자 현상은 금방 없어진다.”라고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했다.
  이어 김수행 교수는 “자꾸 이란을 침공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북한 얘기도 나오는 등 전쟁 위험이 있는 시기다. 우리는 야만적인 전쟁이 없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고 이 사회의 모든 공장·생산수단· 기계·토지를 모든 사람이 소유해 (그것을)  모든 사람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강연을 끝냈다.


 
두번째 강연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노동과 투쟁이라는 관점 없이는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박준성 (역사학 연구소)
 
  박준성 역사학자는 "슬라이드로 본 노동운동사" 거리특강을 통해 “어떤 관점에서 역사를 볼 것인가, 노동과 투쟁이라는 관점 없이는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동해방 관점에서 볼 것을 주문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친일가요 가운데 이광수가 작사하고 홍난파가 작곡한 ‘희망의 아침’은 1938년 조선방송협회가 펴낸 [가정가요] 제1집에 실려 있는 행진곡풍의 국민가요”라고 설명했다. 이 곡은 “일본 천황의 충실한 신민이 되어 대동아공영권을 확대하고 식민지 지배체제가 영원무궁토록 계속되는 세상을 ‘희망의 아침’이라고 하여 식민지 지배를 찬양하고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국주의 침략 세력과 그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자신들의 부와 기득권을 유지 확대하던 친일 자본가, 지주, 지식인들에게는 식민지 지배체제가 계속되는 것이 희망의 세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빼앗긴 나라의 노동자, 농민, 빈민들에게는 결코 희망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제 식민지 시대만 그러한가.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에서도 숱한 거짓 희망이 강요되고 있다.
  또한, 박준성 선생은 1991년 걸프전 파병 의료지원단 사진을 비교하면서,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한겨레신문 사이의 편집 시각과 초점의 차이를 다루었다. 조선일보와 한국일보는 장교에게 초점을 맞추고 아이들과 뽀뽀를 하거나 젊은 아내와 작별 포옹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데 반해, 한겨레신문은 졸병인 병장에 초점을 맞추고 할머니와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찍어 보여주었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사진은 어디 가볍게 출장을 떠나듯 ‘갔다 와도 되겠네!’ 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한겨레신문은 ‘남의 나라 전쟁터에 굳이 군대까지 파견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군대를 파견하면서 정부는 남의 나라에서는 전쟁이 일어나 군대까지 파견하는데 무슨 노동운동이야 하면서 탄압의 고삐를 죄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몇 년 전까지 서울 지하철 을지로 입구 역, 롯데호텔 대각선 저편 건물에 이 김홍도의 타작도가 벽화로 그려져 있었다. 박 준성 선생은 “지주는 빠지고 일하는 농부들만 그려놓았다. 어차피 베껴 그리는 그림인데 왜 온 그림 그대로 살리지 않고 지주는 뺐을까?”라고 문제의식을 말한다.
  종일 파김치가 되도록 일하다가 저녁에 퇴근하면서 지하철을 타려는데 비스듬히 누워 감독하는 지주를 보았다고 하자. 열 받고 화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조선사회 지주제의 모습에서 자본주의 사회 모순까지 읽으면서 "예나 지금이나 놀고 처먹는 놈들 따로 있고 뼈 빠지게 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이런 놈의 세상 뒤집어엎던지 갈아엎던지..."하고 욕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럴까 봐 뺐겠지. 한편으로는 '저 열심히 일하는 농부들 봐라,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면서 근로의식을 불어 넣으려고 일하는 농부만 그리지 않았을까.
  “생각 없이 보면 그냥 스쳐 지날 수도 있는 반 토막 난 벽화에도 이렇듯 정치와 선전이 담겨 있다”고 박준성 선생은 지적한다.

 

 

세번째 강연: “사자(자본가)가 들소(노동자)를 어떻게 잡아먹는가?” 들소를 분열시킨다. 겁을 먹게 한다. 달리기 경쟁을 시킨다. 그렇다면 노동자는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가? 물음을  던진다.  이시백 (소설가)
 
  이시백 소설가는 전직교사다. 자신도 “촌지 받지 말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제대로 된 교육을 주장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이 필요한가? 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시백 소설가는 강연에서 두발 권리 쟁취 사례를 얘기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최초로 노조를 만들 때 싸움은 현대 중공업 정문 앞에서 두발 단속을 거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자신들의 권리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청소년들이 청와대 앞에서 “내 머리를 깍지 마시오.” 노컷 운동을 펼치면서, 스스로 권리를 요구하면서 두발 자유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어서, 그는 150kg 무게의 사자가 1,000kg이 넘는 들소를 어떻게 잡아먹는가? 사례를 들었다. 사자는 떼 지어 있는 들소를 분열시키고, 겁을 먹게 하고, 달리기 경쟁을 시킨다. 이때 사자는 뒤처진 들소를 잡아먹는다. 문제는 안 잡혀 먹는 들소들의 표정이 평온하다는 것이다. 이시백 소설가는 “자본주의 승자독식의 시대, 왜 우리는 들소처럼 정글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가?” 비유하면서 노동자가 “나만 아니면 된다.(안 잡혀 먹는 들소의 평온한 표정)” 는 사고를 질타한다.
  이어서 그는 지금은 어떤 시기인가? 라고 물음을 던진다. 현 정부의 몰락이 과거의 역사적 사례와 비슷하다고 예를 들었다. 권력이 몰락했던 시대에는 첫째, 힘없는 시인을 옥에 가둔다. (희망버스 송경동 시인) 둘째, 중국 수나라 때처럼 강에 배를 띄운다, (4대강 사업) 셋째, 종교가 타락한다. (정치권력과의 밀착)
  그렇다면 들소는 사자를 어떻게 공격해야 하는가? 방법은 같다. 권력을 분열시키고, 경쟁시키고, 사자를 겁먹게 해야 한다. 돈의 권력에 넘어가지 않는 것, 들소의 단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네번째 강연: “소수자 운동을 위해선 당사자주의가 중요하다. 권력화한 노동운동과 위계질서를 없애는 것, 스스로 주체가 돼서 미시적 관계망을 연결하는 운동이 필요.” 윤수종 (전남대 교수)
 
  윤수종 교수는 ‘소수자 되기’ 강연을 시작하면서, “유럽에서 소수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얼굴을 가리는 운동을 했다”고 말한다. 얼굴을 가리는 운동이 필요한 이유는, “경찰의 눈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 사회 안에서도 말 잘하는 사람, 조직을 잘하는 사람이 조직 안에서 스타화 된 내부권력 경향을 비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조직에서 스타화 된 사람이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되고,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스타화 된 권력에 위임하게 된다.”고 문제 삼는다. 다시 말해 “내부 스타화 된 중심 권력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수종 교수는 “노동세계에서 중심을 깨는 방향, 다시 말하면 가장 주변적으로 생각되는 노동 쪽으로 방향을 돌리자!”고 한다. 다양한 노동으로 나아가다 보니 소수자운동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5년 전만 해도 전혀 얘기되지 않던 성노동 개념이 등장하였고, 성매매 여성도 노동자로 보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성매매를 없애자는 반성매매운동에서 성노동자운동으로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전통적인 노동 개념에서는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들을 노동으로 포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노동으로 규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여기서 윤 교수는 “어디까지 노동으로 규정할 것인가는 노동자운동의 폭이 넓어지는 데 따라서 달라진다.”고 본다. 그러니까 노동을 자본에 고용된 임금 받는 활동으로만 보려는 사람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정규직 특히 대기업 노동 세계에 있는 사람들의 활동만을 노동으로 규정하려는 생각은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 층이 증가하면서 점차 바뀌어나가게 된다고 한다. 윤수종 교수는 이렇게 해서 도달하는 주체가 소수자 운동이다. 사회운동을 확장하는데 현재 소수자운동이 가장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소수자운동을 절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 안에서도 소수자적인 성격을 강조하면 그 노동운동이 잘되고 다수자적인 성격을 강조하면 그 운동은 권력화 되거나 대표화 되거나 국가장치화 된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윤수종 교수는 “소수자 개념을 약자가 아니라 표준화된 것을 거부하는 사람이라고 운동적 측면에서 규정”하고 “조직의 위계적인 질서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거대한 권력과의 싸움에서 소수자적인 속성들이 미시적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섯번째 강연: “노동자의 파업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사회”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원장)
 
  하종강 선생은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정의’ 강연에서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극단적인가를 설명했다. 일상적으로 “너 열심히 공부 안 하면 노동자 된다”라든지, 범인 인상착의를 다루면서 “노동자풍”이라는 단어가  은연중에 들어가는 한국사회야말로 노동자의 기본권리 인식이 사회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유럽사회에서는 일반화된 파업권의 불가침 권리”가 한국사회에서는 아직도 형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하종강 선생은 세계노동기구(ILO) 서문에는 “사회적으로 불리한 계약관계에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왜 보호해야 하는가가 명시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약자의 삶과 권리를 보호해줘야 개인의 행복이 보장된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는 노동자의 권리를 신장시켜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전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있다”고 본다. 노동자의 이름으로 이러한 일들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곧 사회의 진보에 이바지하는 것이기에 노동자는 노동자임이 자랑스러운 것이다.
  하종강 선생은 “이를 위해서 노동자가 선택한 길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단결하는 것이고 더 큰 단위로 연대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게 바로 노동조합의 기본이고 존재 이유다. 노동자는 단결을 무기로 자본과 권력에 맞선다. 자본가는 자본의 이익을 중심으로 뭉친다. 노동자 역시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단결하고 단결의 구심은 노동조합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의 힘이 약자에 대한 횡포로 둔갑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종강 선생은 “약자에 대한 횡포는 부도덕한 자본과 권력의 전유물이지 신성한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재능 특수고용직 투쟁의 사회적 연대. 실천과 이론의 만남.
 
  재능 농성장 거리 강연은 지난해 11월부터 △ 세계 대공황과 자본주의 미래 △ 슬라이드로 본 노동운동사 △ 노동자가 지켜야 할 자신의 권리- 사자는 들소를 어떻게 잡아먹는가? △ 소수자 되기 △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정의. 라는 주제로 진행되어왔다. 추운 겨울 냉기가 올라오는 콘크리트 바닥에, 적게는 25명이 많게는 60여 명이 매주 재능 농성장 앞에서 “재능해고자 원직복직, 단체협약 원상회복”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 이 끝나지 않는 투쟁에는 맑스주의 학자, 노동운동가, 소설가, 노동교육 활동가 등의 거리강연과 함께 다양한 정치적 생각과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1,500일 투쟁을 앞두고 ‘투명인간’ 노동자투사들의 목소리가, 재능 특수고용직 투쟁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될 때까지, 현장투쟁에서 실천과 이론의 만남은 2012년에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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