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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의 ‘Bachianas Brasileiras No.5’ 그리고 ‘Manha De Carnival’

<정사>의 ‘Bachianas Brasileiras No.5’ 리고 ‘Manha De Carnival’

 
 
 

<밀애>의 미흔, <디 아워스>의 브라운 부인 그리고 <정사>의 서현.
이들은 모두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범하고 안정적인 가정에서 살고 있다. 어느 정도 능력 있는 남편과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이가 있고 삶은 평온하다.
그러나 지겨우리만치 평온한 일상은 점점 건조해지고, 그저 남편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인 지루한 남편과 그저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인 주인공은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나는 왜 이 자리에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Bachianas Brasileiras No.5'


한 때는 그녀(들)도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였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돌아본 어느 순간, 그녀(들)은 어느 새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자신에게 더 이상의 신선한 사랑의 감정이나 아름다움, 행복이란 ‘사치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포기하고 살아갈 무렵, 그녀(들)에게, 자신이 억지로, 억지로 깊숙이 가두어 놓았던 그 욕망과 감정들을 다시 깨워 일으키는 사건이 찾아온다.
그렇게 시현에게는 ‘동생의 남자’ 우인이 나타났다.
우울한 모노톤의 화면 위에서 서현과 우인은 점차 서로에게 빠져들어 가고, 결국 서현이 우인에게로 찾아간 첫 날, 서로를 감싼 서현과 우인의 불안한 몸 위로 ‘Bachianas Brasileiras No.5'가 흐른다.
느리고 낮게 시작되는 첼로의 선율, 그리고 그 위로 흐르는 클라리넷의 숨소리와 라틴 풍으로, 조금은 격앙된 듯 흐르는 기타의 스트로크.
서현과 우인의 불안하면서도 격정적인 사랑이 선율을 따라 화면 위에서 흐른다.
브라질 출신의 작곡가 에이토르 빌라로보스(Heitor Villa-lobos)의 음악을 조성우가 편곡한 이 곡은 영화 <밀애>에서도 미흔과 인규의 첫 베드신에 등장하는데 <밀애>에서는 현악기의 선율만으로 보다 무겁고 우울한 느낌으로 느리게 연주되어 우울증에 갇혀 있던 미흔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두 사람의 불안한 시작을 암시한다.
이렇게 ‘Bachianas Brasileiras No.5'은 단조롭고도 무거운 바흐와 우울하면서도 서정적인 남미의 감성이 만나 의미 없는 일상과 가정과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갇혀있던 그녀들의 첫 해방을 조용히 쓰다듬어 주고 있다.

‘Manha de Carnaval'



Manha Tao Bonita Manha
Ee Um Dia Feliz Que Chegou
O Sol, O Ceu Surgiu E Em Cada
Cor Brilhou Voltou O Sonho Entao

Ao Coracao Depois De Este Dia
Feliz Nao Sei Se Outro Dia
Vera Em Nossa Manha Tao
Bela Fimal Manha De Carnaval
Canta Ao Meu Coracao
Alegria Voltou Tao Feliz A Manha
Desse Amor

카니발의 아침, 너무나 아름다운 아침
다가왔던 행복한 날 태양과 하늘이
높이 솟았고 그것은 모든 현란한 색채로 빛을 내지
희망(꿈)이 가슴 속에 다시 파고들었지

이러한 행복한 날 뒤에 나는 또 다른 이를 그가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
우리의 아침에 오, 너무나 아름다운 끝
카니발의 아침 내 마음에 노래가...
행복은 되돌아왔어 오, 너무나 행복한 사랑의 아침


<정사>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이 음악은 세 가지의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다.
첫 번째는 가장 잘 알려진 Astrud Gilberto의 버전이고 두 번째는 Al DiMeola, John McLaughlin & Paco DeLucia의 버전, 그리고 마지막은 조성우의 버전이다.
여러 영화에서 영화의 분위기와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음악을 영상 위로 실어 보낸 조성우는 <정사>에서 역시 'Manha de carnaval'을 그만의 감각으로 새롭게 편곡하여 서현과 우인의 사랑을 표현해 냈다.
허밍으로 시작되는 조금은 우울한 분위기의 원곡과는 달리 재즈적 감성이 묻어나는 보사노바 리듬의 조성우의 곡에서는 ‘Manha de carnaval'의 가사에서와 같은 사랑의 기운이 오히려 원곡보다 더 짙게 묻어난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사랑, 아니 두 번은 있을 수 없다 믿었던 그 사랑, 있어서는 안 된다며 감추고 가둬왔던 그 사랑의 감정 앞에서 결국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마는 서현. 그리고 우인.
이미 이룬 가정과 앞으로 이루어야 할 가정 앞에서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렇게, 두 사람의 ‘너무나 아름다운 카니발의 아침’은 시작되었다.

**이 문장을 누르시면 <정사>의 OST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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