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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인터내셔널’

영화 속의 ‘인터내셔널’

지금은 하늘에서 편히 쉬고 계실 정은임 아나운서가 어느 날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영화음악이라면서 ‘인터내셔널’ 가를 들려주었다죠.
비도 오는데 유난히 어디선가 “국가보안법 수호”“국가보안법 수호”하며 거리를 배회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지라 그들 들으라고, 더욱 크게 ‘인터내셔널’을 불러보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글을 시작하려니 새삼 ‘인터내셔널’ 앞에서 부끄러워지네요.
나의 삶을 돌아보며,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며 영화 속에 등장했던 ‘인터내셔널’을 꺼내어보려 합니다.

노동자, <단스(Daens)>, <랜드 앤 프리덤(Land and Freedom)> 그리고 ‘인터내셔널’

<단스>라는 영화를 처음 본 건 대학 2학년 때 ‘연극영화감상’이라는 교양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영화를 틀어 놓고 자리를 뜨셨고 불이 꺼진 후 자리에 앉아 있던 저는 슬슬 졸음이 밀려오던 참이었죠. 오래된 듯한 화면색과 지루한 듯한 첫 화면에 실망하고 잘 준비를 하던 즈음, 영화 속에서는 점점 게으른 제 머리와 몸을 깨워 일으키는 사건들이 진행되었습니다. 어느 신부가 사람들과 격렬히 토론하는 듯 하더니 곧 바뀐 장면에서는 수많은 민중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인터내셔널’을 부르며 행진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행진 대열 옆을 지나는 마차 안에는 돈 많은 부호들이 앉아 행진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혀를 차지만, ‘인터내셔널’을 부르며 행진하는 이들의 표정에는 분노와 함께 자신감이 가득 차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인터내셔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아동들은 중노동에 시달리고 열두세 살 여자아이는 임신한 채로 시달리다 목숨을 잃어 쓰레기처럼 버려지던 1893년 벨기에의 공업도시.
작가 루이스 폴이 실존 인물 아돌프 단스의 삶을 소재로 쓴 소설 《피에테르 단스 Pieter Daens》를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참혹한 노동 현실과 자본가들의 비정하고 야비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비춥니다. 그 잔인한 현실 속에서 급기야 한 어린아이가 사망하고 이에 분노한 노동자들의 결의에 찬 행진 속에서, ‘인터내셔널’이 울려 퍼졌던 것입니다.
비록, 봉기는 곧 잔인한 경찰에 의해 진압 당했지만 노동자들의 ‘인터내셔널’은 최초로 그들의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랜드 앤 프리덤>에는 또 하나의 감동적인 ‘인터내셔널’이 있습니다.
파시스트의 반동에 맞서기 위한 스페인 내전의 민병대에 자원하여 스페인으로 향하던 영국인 데이빗은 기차 안에서 프랑스인 베르나르와 여러 민병대원들을 만나 POUM(품 - 맑스주의 통일 노동자당)의 민병대원으로서 프랑코 파시스트들과의 투쟁대열에 동참합니다.
어느 날 새벽, 부대는 파시스트들이 점령하고 있던 한 마들을 공격해 탈환하지만 그 전투에서 IRA출신의 쿠간이 파시스트 사제의 저격으로 사망하고 그의 장례식을 치른 후 누군가의 조용한 선창을 시작으로 '인터내셔널'이 울려 퍼집니다.



한 명의 목소리로 조용히 시작되어 마침내는 우렁찬 합창이 되는 <랜드 앤 프리덤>의 ‘인터내셔널’은 동지의 무덤 앞에서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지는 힘찬 노래와 구호로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감동적인 ‘인터내셔널’이 있는 한편, ‘인터내셔널’을 사랑하는 이들의 뒷통수를 날리는 한 방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바로바로...<에어 포스 원>!!

<에어 포스 원>, ‘인터내셔널’을 비웃다.

아... 잊을 수 없는 <에어 포스 원>의 추억!
위대한 미국 대통령님께서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을 물리치기 위한 작전으로 그들의 장군을 석방해 주는 장면. 감옥에 갇혀 있던 그들의 동지들이 장군의 석방과 동시에 한 목소리로 부르던 ‘인터내셔널’ 위로 곧 자랑스런 미국의 총탄이 날아들더군요.
‘인터내셔널’을 가비압게! 무시하고 테러리스트들을 진압하여 인류를 구원하시는 멋진 헤리슨 포드 대통령님이 어찌나 주먹 떨리도록 존경스럽던지요!!!
오늘날도 그 헤리슨 포드 대통령님처럼 전 인류를 구원하고자 밤잠 못 이루고 계실 저 미국의 부시 대통령님, 여하간 수고가 많으시겠습니다. 그려.

자본의 ‘인터내셔널’을 넘어 민중의 ‘인터내셔널’ 그 날까지!!


우리의 현실에는 그 영화 속의 현실들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 오래전 <단스>가 있던 시대 벨기에 노동자들의 현실이, <랜드 앤 프리덤>의 현실과 <에어 포스 원>의 현실까지도. 그래서 여전히 지구 한 쪽에서는 열 서너 살 어린 아이들이 축구공을 꿰메거나 100원이 없어서 굶어 죽어가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이루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의 자본이 국가와 국가 사이를 넘나들며 어떤 이들의 배를 채우고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날마다 폭격과 테러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죠.
이제 정말로 ‘인터내셔널’을 현실로 불러내야 하겠습니다.
자본의 ‘인터내셔널’이 아닌, 노동자, 민중의 ‘인터내셔널’을 말입니다.


이 문장을 누르시면 '인터내셔널' 러시아 합창곡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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