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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池), 끌어들이다.


 

MOT(池), 끌어들이다.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깊고 어두운 숲 속의 연못. 푸른 물빛이 아닌 검고 음침한 빛깔을 지닌, 마치 늪과도 같은 이미지의 연못 속에 누군가 던져 넣은 작은 돌의 ‘비선형’ 파장.

이것이 MOT의 데뷔 음반 가 지닌 분위기이다.

전반적으로 이들의 자폐적이고 자학적인 가사와 기계음과 지직거리는 잡음이 섞인 연주는 듣는 이의 마음을 한없이 불편하고 우울하게 만들지만 오히려 앨범의 전 곡을 듣고 나면 Radiohead의 톰 요크 (Thomas Edward Yorke)를 연상시키는 이언의 목소리와 함께 가슴 속에 짙은 인상을 남기며 은근한 중독을 유발한다. 어둡고 음습한 숲과 그 안의 깊고 짙은 연못이 묘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듯. 그렇게.


They are...


나는 너의 깨어진 거울

너의 화려한 몰락

나는 서랍 속의 파란 버섯

너의 비밀스런 희망


나는 너를 움직이는 슬픔

잊혀진 첫번째 사랑

나는 너의 숨겨놓은 칼

너를 위한 흑마술


- 'I am' 중에서 -


MOT는 10년여 간 음악 작업을 해 온 이언과 Z.EE로 구성된 2인조 밴드이다. 이들은 2001년 이언이 인터넷에 올린 구인광고를 통해 만났다. 이언은 당시, "스매싱 펌킨스. 라디오헤드. 포티쉐드 등과 유사하면서도 록. 재즈. 트립합을 접목시킨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함께 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로 구인광고를 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결국 이언이 구인광고에서 밝혔던 의도대로 '라디오헤드, 포티쉐드의 그것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제대로 창조해내고야 말았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트립합 비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재즈와 일렉트로니카에 이어 헤비메틀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첫 곡 ‘Cold Blood’는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이다.

‘널 처음 봤던 그날 밤과 설렌 맘과 손톱 모양 작은 달, 셀 수 없던 많은 별 아래 너와 말없이 걷던 어느 길과 그 길에 닿은 모든 사소한 우연과 기억’을 읊조리며 서정적인 분위기로 시작된 노래는 중반에서 ‘모든 추억은 투명한 유리처럼 깨지겠지. 유리는 날카롭게 너와 나를 베겠지. 나의 차가운 피를 용서해’라며 반전을 이루고 가사에 따라 처음에는 서정적으로 들리던 기타의 음색도 후반으로 가면서 점차 우울한 노이즈로 변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I am'에 이르러 트립합 비트와 함께 연주되는 몽환적인 신디사이저의 음향과 기타의 뭉그러지는 사운드로 마침내 전면화된다. 이어 ’Love song'에서는 한층 강화된 기타의 리프가 헤비메틀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계속되는 불규칙한 박자는 ‘해로운 상상 내게 꽃처럼 피어 이렇게 나는 점점 점점 점점 미쳐’하며 노래하는 화자(話者)의 불안한 심경을 극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러한 불안함은 ‘상실’의 기계적 불협화음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하지만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와 ‘날개’ 등 앨범의 후반부로 가면 무겁고 불안하게 치닫던 음색은 서서히 사그라지고 다소 몽환적이면서도 조용한 분위기로 가라앉는다.

이렇게 마지막 히든 트랙인 ‘Mixolydian Weather’에까지 이르면 어느새 이들의 음악에 중독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조심스러운 기대


MOT는 똑똑한 밴드이다.

그들은 ‘Radiohead'와 'Portishead'에 머무르지 않고 기계와 어쿠스틱, 불협화음의 사운드를 조합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음울하고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도 묘하게 대중을 끌어당기는 감성을 지니고 있기까지 하다. 때문에, 아직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부디 이들이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도 새로운 실험들을 통해 90년대 후반의 활발했던 실험정신이 사라진 언더그라운드와 대중음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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