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와단상

분류없음 2016/12/2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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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됐다. 올해엔 10월에 새로 구한 풀타임 일터에 12월 마지막 주 (12월 25일-31일) 를 통채로 휴가 신청을 한 탓에 스케쥴이 없다. 오늘 (12월 23일) 아침에 매니저와 통화를 했는데 그냥 오늘부터 휴가를 시작하란다. 보너스. 타임시트엔 레귤러 타임을 쓰란다. 나야 고맙지.

 

2011년부터 일하는 비정규직-파트타임 직장, 현재는 주말에만 근무하는 곳, 그곳의 스케쥴엔 변함이 없다. 다만 성탄절 (25일), 복싱데이 (26일) 가 법정공휴일이므로 페이를 더 받는다. 기쁘지, 뭐. 다만 작년까지는 12월 마지막주에 미치도록 일을 했다. 정규직은 모두 휴가를 쓰고 비정규직도 듬성듬성 휴가를 쓰니까 손이 모자라고 매니저 또한 경험이 많은 사람을 쓰고 싶어하는 탓에 시프트 스케쥴을 많이 받아 마치 풀타임처럼 일하곤 했다. 올해엔 레귤러 시프트 외에 가외로 할당받은 시프트도 없다.

 

2015년 겨울부터 일했던 또다른 일터에서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 지난 수요일 (21일) 팀 미팅에 다녀왔는데 올해엔 특별히 전세계 음식을 마련한 스페셜디너가 있었다. 동유럽식에서 영국식까지, 아시안 음식은 인디아 음식을 주로, 라틴아메리카 식 핑거푸드와 아프리칸/ 카리비안 사람들이 좋아하는 달짝찌근한 디저트까지 눈과 코가 황홀한 시간이었다 (많이 먹지는 못했다). 내년 말 경에 똑같은 프로그램, 레플리카 사이트를 공립정신병원 (Centre for Addiction and Mental Health: camh) 부지 안에 오픈하는데 사실 꽃개는 그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 풀타임 잡포스팅이 나오면 도전하고 싶은데 어떻게 될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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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올해는 마지막 일주일 (주중) 을 통채로 짝꿍과 오롯이 보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됐다. 캐나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만 5년만에 갖게 된 "페이를 지급받는 공식 휴가" 라 감개가 무량하고 여러가지 상념이 든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휴가를 쓰거나 휴가보너스를 받거나 따위의 일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노동시간에 대해서도 노동강도에 대해서도 단체협약 (Collective Agreement) 에 대해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의, 보통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노동강도-단체협약에 관해선 관심이 많았지만 "나 자신" 의 것으로 생각할 겨를도 여유도 환경도 만들지 못했다. 노동운동을 한답시고 - 그 언저리에 몸담고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노동자가 바로 나 자신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활동가" 라고는 여겼지만 "활동하는 노동자" 라고는 나 자신을 정의하지 못했다. 따라서 당연히 "노동자로서의 권리" 를 말할 때 다른 이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 자신의 "노동자로서의 권리" 에 대해선 인식하지 못했다. 인지부조화. 철저히 암흑에서 살았다; had been left in the dark.

 

무엇이 옳았는지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그것을 따지는 것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다 지나간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의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현재의 그리고 미래의 나 자신을 투사하는 그런 데에는 도움이 된다. 의미가 있다. 

 

주중에 풀타임으로 일하는 직장에는 노동조합이 있다. 이 주제에 관해서 다음에 한 번 정리해봐야겠다 싶다.

2016/12/23 22:55 2016/12/2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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