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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메이커, 한겨레21 (강조는 본인)
정부-민간단체, 자신들 유리한 주장 되풀이
쇠고기 청문회 불구 국민들 혼란 해소 안돼
[커버스토리]“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국민은 진실만 듣고 싶다
미국산 쇠고기를 과연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 이영호 통합민주당 의원은 5월 7일 국회 쇠고기청문회에서 ‘아트’(예술)와 ‘사이언스’(과학)라는 말을 꺼냈다. 정치적인 주관적 입장(아트)과 과학적인 객관적 입장(사이언스)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정부 측 과학자(의사·수의사 포함)와 민간단체 측 과학자들의 상반된 이야기를 듣는 국민으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 측에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과학적 증거를 들이대고, 민간단체 측은 그들 나름으로 광우병이 위험하다는 자료만 설명한다.
‘아트’를 빼고 ‘사이언스’만 들어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프리온, MM형 유전자, BSE, OIE, SRM, vCJD란 용어만 들어도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어려운 용어를 떠나 국민들이 묻고 싶은 질문은 한 가지뿐이다.
“미국산 쇠고기, 과연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요?”
5월 7일 쇠고기 청문회장은 광우병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국민의 눈이 집중됐다. 청문회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광우병은 지구 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광우병이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 장관은 “만약 광우병이 일어나면 책임지고 (수입) 중단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고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타결한 직후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이들은 온라인인 인터넷과 오프라인인 촛불 문화제를 통해 정부의 협상 자세를 성토하고 있다. ‘졸속’이라는 평가를 받는 쇠고기 협상으로 광우병의 위험은 증폭됐다. 이 중 일부는 괴담으로, 어떤 것은 분명한 진실로 드러났다.
국민은 진실만 듣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과학적 진실은 아직까지 광우병의 모든 것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광우병 논란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과학적으로 분명하지 않는 사실을 토대로 여기저기에서 유리한 입장을 끌어대기 위해 확률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청문회에서 차명진 의원은 “일본 연구에 따르면 미국 소로 인한 광우병 발병 확률이 47억 분의 1”이라고 주장했다. 신동천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 측 설명회에서 “인간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1000만 분의 1이냐 2냐에 대한 얘기지 그냥 1이냐 2냐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제로(0)는 아니지만 극히 미미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적 진실, 모든 것 규명 못해
확률 논쟁에 대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정범 대표는 “우주에서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저절로 생길 확률은 제로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에 인간이 살고 있지 않느냐”면서 “제로에 가깝다는 확률을 이야기하는 것은 말장난일 뿐 과학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확률 논쟁은 불확실성에 대한 통제 여부와 연결돼 있다. 김 대표는 “불확실성을 갖고 있지만 사전 예방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이야기해야지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과학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주장 같지만 신 교수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신 교수는 청문회에서 “(광우병 발생) 확률이 적다고 해도 국민 건강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정책에서는 위험이 통제 범위 안에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우병이 현대 사회에서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와 있다고 보는 만큼 불확실성을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풀어 말하자면, 광우병의 위험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개방하는 정책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광우병이 ‘위험하다’가 아니라 ‘안전하지 않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험하다’와 ‘안전하지 않다’라는 말은 비슷한 의미로 들린다. 하지만 미국산 소의 경우를 들여다보면 두 단어의 차이를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위험하지 않지만 안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예가 지난해 정부 측 자료에도 드러난다.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광우병이 아직도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며 미국의 광우병 방역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미국에서는 1997년부터 반추동물사료에 반추동물 유래 단백질의 사용을 금지했으나 소 이외 일부 돼지 및 가금 사료에도 반추동물 유래 육골분을 사용하고 있다. 광우병의 교차오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도축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는 도축 과정에서 0.1%에 한해서만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눈으로 봐서 괜찮은지 보는 검사도 도축하는 소의 5~10%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34마리 소가 광우병에 걸렸지만, 미국보다 광우병과 관련해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축 소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청문회에서 “PD수첩에서 방영한 미국 도축소의 영상물은 동물 학대 영상이 아니라 광우병으로 의심될 수 있는 기립 불능소가 도축 과정에서 어떻게 검역을 빠져나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 영상물 때문에 캘리포니아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검역시스템이 얼마나 광우병에 취약한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농림부에서 작성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분석 검토’에서는 “30개월령 이상의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의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되지 못하였음”이라고 나타나 있다. 광우병이 발생한 19만여 건 중 99.97%가 30개월령 이상의 소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이 자료에서는 또 “미국의 BSE(광우병) 통제체계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30개월령 미만 조건 불가피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협상 기본 방향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180도 뒤집혔다.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30개월 이상인 소의 고기까지 완전 개방하는 것이다.
인간 광우병 잠복기 10~40년
20개월, 30개월이 논란거리지만 미국의 도축장에서 이 소의 월령을 정확히 알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은 없다. 개체이력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에 많아야 15~20%의 소만 월령을 알 수 있다. 도축장에서 치아를 통해 월령을 추정할 뿐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세 번째 광우병 발병 소의 예를 살펴보면 미국소의 광우병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2006년 2월 27일 앨라배마의 한 농장에서 암소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다음 날 안락사한 암소의 사체는 매장됐다. 이 암소의 뇌 연수 일부분인 빗장(Obex)를 검사한 결과 광우병으로 밝혀졌다. 다시 소를 파헤쳐 조사했지만 인식 도구가 없었다. 사체의 머리 검사 결과 태그나 태그가 붙어 있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 소는 2004년 앨라배마의 농장으로 왔다. 미국 농무부(USDA) 동식물검역소(APHIS)의 역학조사보고서에서는 연관이 있는 25개 농장을 조사했지만 추적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의 결론을 줄이면 다음과 같다.
“소들은 구별할 방법도 없고, 크기나 색깔이 비슷하게 생겨서 주인도 잘 모른다. 대부분 소는 태어난 해에 팔려서, 죽을 때까지 몇 번씩이나 팔린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어디에서 왔는지 밝힐 수 없었다.”
이 소는 10살로 판단됐다. 1997년 사료 강화 조치 이전에 광우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5월 6일 신문광고에서 ‘1997년 동물성 사료 급여 금지 이후 미국에서 태어난 소는 단 한 마리도 광우병에 걸린 바가 없습니다’라고 적어놓았다. 여기에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광우병에 걸린 소가 10년령인지 어떻게 과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냐는 것이다. 국내 일부 수의사는 이 소의 치아 사진을 본 후 2년이 되지 않은 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치아로 나이를 감정하는 것은 과학적인 방식이 아니며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문은 광우병으로 밝혀진 것이 3마리일 뿐 전체 1억 마리에 달하는 미국 소 중 몇 마리가 광우병에 걸려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 측 자료에 따르면 인간 광우병의 잠복기는 10~40년이다. 유럽의 경우 1989년과 1990년 소 광우병이 가장 많이 발생했고, 인간 광우병은 1990년대 중반쯤 많이 나타났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미국에서 소 광우병이 2003년 처음 나타난 만큼 2013년이 지나봐야 미국산 소의 광우병이 인간에게 위험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광우병 날뛰어도 못 잡겠네
동물-사람 간 전염되는 치사율 100%의 위험한 전염병…
진단과 사후 관리, 대응 체계 없는 ‘안전불감증’ 개방
▣ 글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2부- 광우병의 습격]
2007년 12월16일, 24살 영국 청년 앤드루 블랙이 죽었다. BBC 방송국 등에서 열정적인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하던 앤드루는 2006년부터 이유 없는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점차 공격적으로 변했고, 살이 급격히 빠졌다. 증세는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 더 이상 걸을 수도, 제대로 말할 수도 없게 됐다. 2007년 7월, 앤드루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 즉 ‘인간광우병’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5개월 만에 사망했다.
![]() △ 질병관리본부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인간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대책위원회를 구성했지만, 1년에 두 번 정기회의를 하는 데 그치는 등 실질적으로 전염병을 추적, 관리하는 기능은 하지 못하고 있다. |
‘30개월’ ‘특정위험물질’ 안전핀 뽑고는
1996년 영국에서 첫 번째 vCJD 환자가 발생한 뒤 영국은 곧장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일을 금지하고, 모든 국민의 헌혈을 금지했다. 광우병 역학조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전담팀도 꾸렸다. 사회 전 영역에 ‘광우병 대책’을 둘러쳤지만 어김없이 지난해에도 희생자는 발생했다. 앤드루 블랙이 166번째 vCJD 희생자다. 이처럼 ‘인간광우병’ 환자가 한 번 발생하면 그 사회는 ‘광우병 위험 국가’가 되고, 국민은 ‘인간광우병’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혈액 등을 통해 사람-사람 간, 쇠고기 섭취를 통해 동물-사람 간 전염이 이뤄진다.
그러나 정부는 이 모든 위험을 무시하고 지난 4월18일 광우병 방어의 두 가지 안전핀을 뽑아버렸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소의 광우병 안전연령으로 여겨지는 ‘30개월 이하’ 조건과 광우병 위험물질인 ‘특정 위험물질 금지’ 조건을 포기한 것이다. 정부는 과연 어떤 대책을 마련해두고 안전핀을 뽑았을까.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하면 우리 사회는 이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vCJD는 신경과 전문의들만 진단할 수 있다. 현재 신경과 전문의들이 있는 180여 개 대학병원급 종합병원이 ‘전국 표본감시 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 기관에서 뇌파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환자의 병이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의 일종인지를 진단할 수 있다. 이 병이 일반 CJD인지 혹은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어서 생긴 vCJD인지를 확진하기 위해서는 뇌척수액을 뽑아내거나 뇌조직을 추출해 ‘생검’을 해야 한다. 뇌에는 광우병 원인물질로서 전염의 주요한 원인인 프리온이 많기 때문에, 이 생검을 하기 위해서는 vCJD를 포함해 CJD만을 전문적으로 진단·진료하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전문 진료기관’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 지정된 전문 진료기관은 평촌 한림대병원 한 군데뿐이다. 이 병원은 “한국인의 유전자나 식습관이 vCJD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논문에서 밝힌 김용선 교수가 책임자로 있는 곳이다. 정해관 성균관대 교수(감염병리학)는 “‘광우병 위험 소’로 인한 광우병 유입이 언제든지 가능한 지금, 전문 진료센터를 늘리고 국민을 대상으로 전문 진단센터가 있다는 얘기도 계속해서 홍보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그런 노력은 전혀 없다. 정부가 발표하는 대책에도 그에 대한 것은 일언반구도 안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진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후관리’라고 지적한다. vCJD는 일단 걸리면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을 적절히 관리하는 사후처리 시스템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로는 이런 ‘사후처리’에 관한 제도도 미비하다. vCJD는 전염병이기 때문에 100% 화장을 해야 안전하지만, CJD 환자를 대상으로 화장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는 전혀 없다. 또 CJD는 병의 원인, 역학관계, 예방법, 치료법 등 아무것도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이를 연구하기 위한 부검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로는 환자들의 기피, 또는 인식 부족 등으로 부검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5년 국립보건원 조사보고서를 보면, 1997년부터 2004년 12월까지 국내에서는 총 202명이 CJD 환자로 의심돼 진단 의뢰됐는데, 이 가운데 130명이 의사 및 확진 CJD 환자로 보고됐고, vCJD 환자로 확진된 사람은 없다. 김용선 교수는 2005년 펴낸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등 인수공통감염증의 현황분석 및 관리정책 개발’이라는 논문에서 “130명의 환자 중에서 뇌조직 생검을 할 수 있었던 환자는 21명에 불과해 뇌조직을 이용한 CJD의 진단이 이루어지지 못하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우리나라가 vCJD(인간 광우병)로부터 안전한가 여부도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최경찬 한림대 교수(신경병리학)는 “뇌조직 생검도 힘든데 부검은 더 어렵다”며 “부검을 제도화해서 CJD 환자가 발생했을 때 모두 부검을 함으로써 CJD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전염병 예방법에 시신 처리 조항, 부검 의무화 조항 등을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 4월18일 타결된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따라, 이제부터 살코기는 물론 ‘광우병 위험물질’인 특정위험물질도 함께 수입된다. (사진/ 한겨레 신소영 기자) |
CJD 환자 추적 못하고 연구도 안 돼
환자 추적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관련 연구도 지지부진하다. 김용선 교수는 같은 논문에서 “아직 국내 CJD 환자의 정확한 수와 동향 및 vCJD 환자의 존재와 동향에 관해서도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환자 추적 및 진단을 위해서는 수의사, 의사, 연구소, 질병관리본부 등이 하나의 팀을 이룬 전담 연구반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의사 4명, 수의사 1명,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감시팀장 1명, 수의과학검역원 검역과장 1명 등이 포함된 ‘인수공통전염병대책위원회’에 ‘CJD(vCJD) BSE 전문분과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위원회가 하는 일은 1년에 두 차례 정기 회의를 여는 것뿐이다. 긴급 안건이 발생할 경우에만 비상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미리 병을 점검하고 원인을 찾는 등 적극적인 대응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감시반 담당자는 인수공통전염병대책위원회 위원이 누구인지 묻자 5년 전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지금은 위원이 아닌 사람들의 이름을 대는 등 위원회 구성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 내 연구시설도 전혀 없다. vCJD는 일단 걸리면 현재로서는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100% 사망한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어차피 치료할 수 없다. 지금은 예방법도 없는 상태에서 수입만 강행한 상태다. 그렇다면 치료약을 개발하고, 한국에서는 광우병이 어떤 방식으로 걸리는지에 대해 연구해야 하는데, 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이 하나도 없다”고 답답해했다.
프리온은 일반적으로 단백질분해효소나 열, 방사선, 포르말린 처리 등에 의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134도에서 18분 이상 고압증기멸균을 시행해야 변성된다고 한다. 그만큼 없애기가 어렵기 때문에 광우병 연구시설은 기본적으로 ‘생물안전기준(BSL)-3’ 수준을 만족해야 한다. 미국 질병관리예방본부(CDC)가 정한 생물안전기준은 1에서 4까지 있다. BSL-3 시설의 설비 요건은 △연결 부위 없이 바닥 소재가 벽의 10cm 높이까지 덮어야 하고 끝부분은 실리콘 접착제로 봉해져야 하고 △바닥은 에폭시 등 단단한 마감재로 마감돼야 하고 △벽은 세제, 염소계 표백제, 수산화나트륨 등과 같은 화학물질에 저항성이 있어야 하며 △견고한 유광 페인트가 칠해져야 하며 △실험실 내 진공흡입 시스템을 설치해 흡입되는 공기가 필터를 통과한 뒤 실험실 밖으로 나가야 하고 △모든 수도꼭지는 역류 방지가 되는 것을 사용하는 등 모든 설비에서 공기와 액체 유출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시설이 없을 경우 ‘프리온’으로부터 안전을 유지할 수 없다.
‘생물안전기준-3’ 만족시켜야 하는데…
우희종 교수는 “최소한의 대학 내 연구시설을 갖추고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보고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들부터 마련해놓고, 미국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다면 조금이라도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라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문만 열고 보는 식의 ‘안전 불감증’ 개방이 국민의 분노를 샀다”고 지적했다.
앤드루의 엄마 크리스틴은 아들을 잃은 뒤 인터넷에 ‘앤디를 위한 정의’(www.justiceforandy.com) 홈페이지를 열고 아들이 왜 vCJD에 걸렸는지 원인을 추적 중이다. 또 1996년 첫 광우병 환자가 나올 때까지 ‘사람에게는 아무 이상 없다’고 홍보한 존 거머 영국 농림부 장관 등 정부 관료 10명의 퇴진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책 없는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은 국내의 수많은 엄마들을 언제 ‘앤디 엄마’ 같은 투사로 만들지 모를 일이다.
보수신문의 ‘탓’ 보도
현실 부정하며 소 뒷걸음질
▣ 김유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차장
‘방송 탓’, ‘반미좌파 탓’, ‘연예인 탓’, ‘인터넷 탓’ …. 미국 쇠고기 전면 개방에 대한 국민의 분노에도 아랑곳없이, ‘보수신문’들은 ‘탓’만 하고 있다. 졸속 협상을 두둔하고 광우병 우려는 ‘오해’로 몰아가려다 보니 국민을 부추긴 책임을 누구에겐가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보수신문’들이 가장 격렬하게 비난한 대상은 지난 4월29일 방영된 문화방송 〈PD수첩〉이다. 5월2일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포문을 열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을 다룬 프로그램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일환으로 미국 쇠고기 개방을 반대하는 정치적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을 통해 “TV 속 ‘미국 쇠고기 괴담’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내용이 많다”고 주장했다. 하루 뒤 <동아일보>도 사설을 싣고 “출범한 지 두 달 남짓한 정권을 타도하자고 외치는 ‘광우병 괴담’의 발신지는 지상파 방송의 일부 프로그램”이라고 방송을 탓했다. 그러나 〈PD수첩〉 보도에 대해 이들 신문은 막연히 ‘과장’이라고 주장할 뿐 무엇이 사실과 다른지 과학적으로 반박하지 못했다. 보수신문들의 ‘방송 탓’은 곧 ‘인터넷 탓’으로 이어졌다.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헛소문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광우병 위험성을 싸잡아 ‘괴담’으로 취급하면서 국민이 이런 ‘괴담’에 휘둘렸다고 주장한 것이다. 나아가 ‘반정부·반미 투쟁을 의도하는 세력’이 이런 ‘괴담’을 계획적으로 유포하고, 여기에 청소년에게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까지 나서 ‘엉터리 소동의 주연’으로 나섰다고 비난했다. 배후 세력을 밝혀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보수신문들의 이런 비난에도 여론이 꿈쩍하지 않자 이번에는 구체적인 ‘배후세력’으로 전교조를 낙인찍었다. 많은 청소년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 몇몇 전교조 지부에서 광우병 쇠고기 반대 활동을 했다는 사실 등이 ‘전교조 탓’의 근거로 주장되고 있다. 이렇듯 ‘탓’ 시리즈를 자가발전하는 보수신문의 근본 문제는 ‘현실 부정’이다. 이들은 졸속협상의 문제와 객관적인 광우병 위험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또 광우병 정국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축적된 결과라는 점도 인정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보수신문들은 사회 각 분야를 헤집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 리더십이 ‘민주정부 10년’을 거친 국민, 그중에서도 권위주의를 경험하지 않은 청소년들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을 모른 척한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보수신문들이 이런 ‘현실 부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조·중·동의 시대’도 끝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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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게 하소서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2부- 광우병의 습격]
1984년 12월 영국 서섹스 지방 스텐트 목장에서 사육 중이던 ‘133번 소’가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흔들고 자세를 바로잡지 못하면서, 걸핏하면 넘어졌다. 이듬해 2월 133번 소는 숨을 거뒀고, 비슷한 시기 목장의 다른 소들도 비슷한 증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병리학자들이 133번 소의 주검을 검시했다. ‘해면상뇌증’과 비슷하게 뇌 조직이 스펀지처럼 텅 빈 상태였다. 영국 정부가 ‘소해면상뇌증’(BSE·이하 광우병)의 첫 사례를 공식 발표한 것은 133번 소가 이상 증세를 보인 지 2년여 만인 1986년 말의 일이다.
![]() △ ‘안전합니다. 믿어주세요~!’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4월22일 워싱턴 중심가 무역대표부청사에서 한국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방 합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AP PHOTO/ MATTS AYLES) |
발병 원인은 알 수 없었다. 다만 도축한 병든 소의 잔유물을 다시 소 먹이로 사용하는 게 전염의 주요 경로로 꼽혔다. 영국 정부는 1988년 모든 병든 소를 살처분하는 한편 도축한 소의 잔유물을 소 먹이로 사용하는 걸 금지시켰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도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까지는 그로부터 10년 세월이 더 필요했다.
‘일본산은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1996년 영국 정부가 ‘인간 광우병’을 공식 인정하자, 기다렸다는 듯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 정부가 앞다퉈 비슷한 발표를 내놨다. ‘미친 소’ 파동이 유럽 전역을 휩쓸었다. 처음엔 몰랐고, 나중엔 감췄다. 쇠고기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게 됐다. 1990년대 중반 유럽에서 쇠고기 소비량이 극도로 위축된 것은 당연했다. ‘신뢰’의 위기가 부른 결과다.
2001년 9월 일본 지바현에서 광우병 사례가 발견됐다. 유럽을 제외한 지역에서 광우병이 발병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광우병 파동이 유럽을 넘어 전세계적 현상으로 번진 계기였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광우병 사례가 발견된 지 2주가 지난 뒤에야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육우업계에선 ‘일본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한 달여 만에 두 번째 광우병 사례가 나왔고, 같은 해 11월 세 번째 감염 소가 발견됐다.
광우병 파동 이전만 해도 일본의 쇠고기 시장은 전도가 양양했다. 1980~90년대를 거치며 쇠고기 소비량은 3배 이상 늘었고,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수입 쇠고기가 몰려들고 있었다. 일본 쇠고기 시장의 3분의 2가량이 수입물량으로 채워졌다. ‘안전’에 대한 믿음은 깨졌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쇠고기 소비량은 광우병 파동과 함께 70%가량 급락했다. 당시까지 단 1건의 광우병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던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산 쇠고기 소비량도 덩달아 50%가량 떨어졌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강력한 ‘처방’이 필요했다. 일본 정부는 연간 120만 마리에 이르는 자국산 도축 쇠고기 전량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하기로 했다. 2002년 중반에 이르면서 일본의 쇠고기 소비량이 광우병 파동 이전에 비해 10~15%가량 줄어든 수준까지 회복된 이유다. 먹을거리 시장에서 안전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미국에서 광우병 사례가 처음 발견된 건 지난 2003년 12월이다. 그로부터 한 달여 만인 2004년 1월13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성인남녀 237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8%가 ‘정부가 광우병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적절히 취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신뢰’는 소비로 이어졌다. 전미목축쇠고기협회(NCBA)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03년 27.9kg에 이른 미국인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광우병 파동과 함께 시작된 2004년 28.6kg으로 되레 늘었다. 2005년과 2006년엔 각각 28.4kg과 28.5kg으로 엇비슷했고, 지난해에도 28.4kg을 유지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는 근거가 있는 걸까?
지난 2006년 12월 미 의회조사국(CRS)이 내놓은 광우병 관련 보고서를 보면, 2002년과 2003년 미 검역당국은 연간 3500만 마리에 이르는 도축소 가운데 각각 2만여 마리에 대해서만 광우병 검사를 했다. 광우병 사례가 발견된 이후 검역을 강화하면서 2004년 6월부터 2006년 8월까지 ‘이상 징후’를 보인 소 78만8천여 마리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 △ ‘신뢰의 위기, 싹이 트는가?’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됐다 회수된 쇠고기. 홀마크/웨스트랜드 파문으로 미 농무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쇠고기 리콜을 단행해야 했다. (사진/ 연합 김재홍) |
미 육우업계가 기존 입장을 바꾼 이유
전미프리온질환병리감시센터(NPDPSC)는 지난 4월3일 내놓은 자료에서 “지난해 미국에서 도축된 약 3500만 마리의 소 가운데, 프리온 질환(광우병) 검사를 거친 소는 전년(47만 마리) 대비 90%나 떨어진 4만 마리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특히 “미국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프리온 질환 검사를 벌이고 있는 캐나다에서 지속적으로 광우병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사를 강화하면, 광우병 발병 건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된 광우병 사례는 모두 16건이다. 이 가운데 13건이 제대로 서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 ‘다우너 소’에서 발견됐다. 미 농무부가 다우너 소 식용 도축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이유다. 하지만 수의검역 과정에 치명적 허점이 존재한다. 일단 검역을 통과한 뒤에는 이상 증세를 보이더라도 식용 도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우너 소 식용 도축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지난 2월 미 검역당국이 사상 최대 규모인 6만4천여t에 이르는 쇠고기에 대해 리콜을 단행한 것도 미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가 캘리포니아주 ‘홀마크/웨스트랜드’ 도축장에서 다우너 소를 육우용으로 도축하는 장면을 공개한 데 따른 조처였다. 당시 리콜 대상 쇠고기 가운데 1만6천여t은 이미 학교 급식용 등으로 소비된 뒤였다. ‘신뢰’가 무색해진 게다.
그동안 다우너 소 도축 전면 금지에 반대해온 미 육우업계가 최근 입장을 바꾼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미육류연구소·전미육류협회·전미우유생산자연맹 등은 지난 4월22일 다우너 소 도축 전면 금지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미 농무부에 냈다. 〈AP통신〉은 이날 제러미 러셀 전미육류협회 대변인의 말을 따 “소비자들에게 (육가공 업계가) 경제적 이득보다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시점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의 이런 기류 변화에 대해 일부에선 “쇠고기 수입국의 압력이 커진 탓”이라고 풀이한다. 실제로 패트릭 보일 미육류연구소 대표는 〈AP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미국 소비자들은 물론 개방이 어려운 외국 쇠고기 시장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다우너 소 도축 전면 금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과학적인 사실보다 중요한 것
미 워싱턴주립대 농경제학과 토머스 월 교수와 질 매클러스키 교수는 지난 2004년 1월 펴낸 ‘광우병이 쇠고기 무역에 끼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광우병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행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건 과학적인 사실보다 정부에 대한 믿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 소비자는 자기 정부를 믿고 있다. ‘신뢰’의 근거는 취약하다.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 ‘믿음’의 근거 역시 취약하기만 하다.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어선 국민은 그러니 ‘실용적’이다. 정부는 어떤가?
출처 : 성공회대 홈페이지
[공개강좌]김수행 교수와 함께 하는 한국경제, 세계경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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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강(5월 21일) :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구조
제2강(5월 28일) : 경제의 금융화
제3강(6월 4일) : 경제의 위기와 공황
제4강(6월 11일) : 세계경제의 구조와 발전
2부 : 현실 분석
제5강(6월 18일) : 1997년 한국공황의 원인과 결과
제6강(6월 25일) :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사이의 대외경제 관계
제7강(7월 2일) : 1980년 이후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1)
제8강(7월 9일) : 1980년 이후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2)
일시 : 수요일 오후 7:00 ~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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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 성공회대학교 주관 :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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