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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31
    [회고록] 관악에서의 지난 1년에 대한 회고(3) - 학4모(1)
    신문기자

[회고록] 관악에서의 지난 1년에 대한 회고(3) - 학4모

  방학이 되어서 거창하게 계획은 세워뒀지만, 막상 제대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생활 습관을 저녁형에서 아침형으로 바꾸고자 했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시도할 의지조차 박약해져가고 있는 시점에 놓여있다. 그나마 제대로

계속 하고 있는 것은 이 블로그질뿐인 듯하다. 그러면 지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볼까 한

다. 보려면 아래를 클릭하시든가.
 



 학4모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그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때는 여름방학이었다. 올

학내를 떠들썩하게 만든 주요 사건 중 하나인보건의료노조 학내 무단 진입사건

발생했다.(이 사건이 ‘그 사건’은 아니다) 그리고 총학생회 자유게시판과 스누라이프

서울대광장 게시판 등지에서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

다. 노조의 학내 진입을 옹호하고 도와준 단과대 학생회장들에 대한 성토도 만만치 않

았다. 이러한 비이성적인 여론과 마녀사냥을 보고 무언가 잘못 됐다고 생각했다. 물론

 

 

  학내 구성원 대다수의 포괄적인 동의와, 학교 측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회를 강행한 것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단순히 그 비판의 이유가 소음 때문

라면 이는 사안의 본질을 호도, 왜곡하거나 아니면 무지한 것이다. 전자 때문이라면

치적으로 특정 세력을 음해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으며 후자 때문이라면

생각하기 귀찮아서, 아니면 진정으로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폭행사건

에 대한 가치판단은 논외로 한다. 비록 보건의료노조가 사과성명을 내긴 했지만, 사건

당시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사람으로서 실상을 왜곡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외부단체의 학내 집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이다. 집회의 성격

은 무엇이고, 이유는 무엇이고, 왜 학교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학내

구성원들의 인식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동안 이런 것들은 제대로

돼오지 못 했고 학내에서 집회가 벌어지면 그 뒤에 나오는 것은 생산적인 논의이기보

다는 이 사건에서 나타난 모습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는 정치적으로 특정세력에

게 유리한 여론적 환경을 조성해주었다. 폭행을 당했던 L모씨는 아마 이 때의 일을 계

기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동정심을 사게 되었으며, 이후 총학생회 선거 출마를 결심하

게 된 최초의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그 때의 몰지각한 분위기를 견딜 수 없었던 나는 이중 아이디를 사용해서 총학생회 자

유게시판에서 노조를 옹호하는 편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총학생회 사이트의 가입

인증 절차는 단순히 이메일로만 이루어지며 따라서 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아이디 개

수에 제한이 없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듯이 너무나 간단히도 발각되고 말았다. 그

리고 그 아이디 중에 실명도 있었기 때문에 실명을 대면서 비난을 하는 것을 보고 한편

으로는 두려웠고(아직 얼굴에 철판이 덜 깔렸을 시절이다) 한편으로는 죄책감이 들었

다. 그 이유야 어찌됐든 이중 아이디를 사용한 것은 도의적으로 잘못한 일이었으니 말

이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이 계속되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당시엔 계절 학기를 수강하

고 있었고 수강 과목 공부를 무척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발각된 이후로는 도저히 집중

도 되지 않았고 계속 그 기억이 나의 뇌리를 잠식하고 있었다. 결국 게시판에 사과문을

게재하게 되었다. 아마 새벽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음을 일단 정하자 글 쓰는 것

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A4 3장 정도의 분량이었는데, 시간은 정말로 얼마 걸리지 않았

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부담감에 대한 반증이리라. 사과문에 이중

아이디 사용을 시인하고, 그 배경을 밝히는 데에 대부분을 할애하고 마지막에 짧게나

마 보건의료노조 사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한 단견을 제시했다.
  

 

  사실 그 사과문의 핵심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의 비판에 있었다. 이중 아이디 중 실

명 아이디 외의 다른 한 아이디의 닉네임은 “예속독재분단 민중패배”였다. 벌써 눈치

챈 사람이 있겠지만 “자주민주통일 민중승리”라는 학생정치조직(이 조직은 최근에 와

해되었다)과 정반대의 뜻을 가진 단어들로 조합된 닉네임이다. 그 계기는 이전 글에서

밝혔던 대로, 거기에 대한 경멸과 환멸감을 느꼈고 차마 실명으로 비판할 용기는 없어

(이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익명을 통해서 비판하기 위함이

었다. 솔직히 말해서 말이 좋아 비판이지 전혀 생산적이지는 않았다. 어떤 잘못을 하면

다른 사람과 더불어 같이 공격하는 식이었으니 어찌보면 아이디를 새로 만든 것 자체

가 애당초 잘못된 일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 아이디가 보건 의료노조를 옹호하기

위한 아이디로 사용 됐다가 이중 아이디로 걸린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사과의 이유

로 다시 그렇게 아이디를 만든 이유로 환원된 것이다. 이런 행동을 함에 있어서, 특정세

력을 공격함으로써 내가 살려고 했다는 의도가 조금이라도 없었다고 부인할 수도 없

고 부인하지도 않겠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의도가 결과적으로 들어맞았다.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그 당시에 보건의료노조 사태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공개적으로 밝

히지 않은(실제로는 옹호하면서도) 단과대 학생회장들과 대비되었고, 사과문에서 비난

한 정치세력(안 그래도 이미지가 부정적인데)은 파렴치한 집단으로 부각되고 나는 그

에 당할 뻔한 불쌍하고 순진한 새내기로 봐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로써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착각이다. 어디까지나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다. 그리고 나도 그 당시 분위기에 발맞춰서 ‘대세

를 더욱 더 강화하는데 이용되었을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사과문을 올려

서 용서해 주었던 사람들도 (일부는 그렇지 않겠지만) 언제든 정치적 입장이 달라지면

예전의 과오를 지적하며 나를 공격할 사람들이다. 이는 비단 학생사회에서만 적용되

는 것도 아니고 정치가 있는 모든 곳에서 그렇다. 다만 그 형태와 강도만 달라질 뿐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에 ‘심리적 주술’이라도 걸린 양 나는 반동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단

과대 학생회장 학적 문제’, ‘보건의료노조 문제의 해결 방법’ 등등의 여러 정치사안에

있어서 ‘반동적 운동권’들의 입장을 지지하고 생각을 같이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만남

을 가지면서 제22대 수의대 회장의 생각에 동조해주었고 때로는 지지하는 쪽지를 보내

기도 하였다. 그 내용은 대략 이랬던 것 같다. “그 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올

바르지 못한 일이 학생사회에 자행되어왔을까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섭고도 화가 납니

다. 학생회비 유용도 관행이고, 총학생회 회원이 아닌 사람(휴학생)이 회장으로서 모든

권한과 의무를 지고 행사하는 것도 관행이고, 충분한 토론과 논의 없이 노조를 학교 내

로 들어오게 하는 것도 관행이고, 두 눈 부릅뜨고 살아있는 학생회칙을 무시하거나 자

의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관행이었고 관행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관행이 아니라 인습입

니다. 그러한 올바르지 못한 것에 맞서서 총운위 내에서도 비록 소수지만 열심히 싸우

고 계시는 회장 님 뒤에는 우리와 같은 다수의 일반 학우들이 있습니다.” 지금 되새겨

보니 약간 창피하기도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 당시의 생각과 가치관을 지금의

생각과 가치관으로 비판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자만감인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확고하게 믿지 않으면

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적어도 나는 그렇다)
 

 

  각설하고, 황라열 전 회장 탄핵 사건(내지는 절차 문제), 보건의료노조 폭행 사건, 송

동길 전 회장 직무대행의 사퇴로 인한 49대 총학생회의 해소로 인해서 그 원인을 당시

의 단과대 회장 및 단과대 학생회의 비민주성으로 돌리며 학생의, 학생을 위한, 학생에

의한 학생회를 만드는 모임이 생겨났다.(약칭 ‘학4모’. 원래 명칭은 서울대 학생사회를

비추고 미래를 조망한다는 뜻에서 등대지기였다. 이후 공모를 통해 개명했는데 그 명

칭이 학4모이다. 그리고 공모에 응모한 여러 개의 명칭 중 바로 내가 응모한 명칭이 채

택되었다. 한 마디로 학4모의 명칭은 내가 만든 것이다) 생기자마자 바로 가입했다. 아

마 4번째 정도였던 듯하다. 처음에는 참 분위기가 좋았다. 학생사회와 학생회를 뭔가

올바르게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게끔하는 분위기였다. 사람들도 다들 괜찮았다.(성격

면에서) ‘수해복구 봉사활동’, ‘세미나’ 등을 같이 하면서 서로 안면도 트고 돈독해졌

다. 하지만 학4모에 걸었던 기대는 점차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 성격이 애초부터 그랬

던 것인지, 변질된 것인지는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으나 핵심 구성원으로 볼 때는 후자

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첫 번째 실망을 하게 된 계기는 바로 회고록 1부에서 나와 인연을 맺게 된 교지관악 편집장

김지산씨 가입처리에 관한 논란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 가입을 할 때 세 개의 질문에 답하게

돼 있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학4모의 이념적 지향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김지산씨

는 이 질문에 대해 학4모의 의도대로 대답했고, 내가 생각하기에 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구성원들 사이에서 딴지가 들어왔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이

가 없었다. 물론 생각이 같음에서 비롯되는 동질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꽉 막힌 현 학생회의

비민주성과 일방성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 점에서 갑

자기 생각나서 덧붙이자면, 제50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탈정치, 先복지, 다원주의 고고싱

’이라는 선본 이름도 모순 덩어리다. 대학생의 정치/사회 참여를 중요시하고, 최소한 심정적 지

지라도 보내는 그/녀들의 의사는 배제하는 다원주의가 무슨 다원주의란 말인가? 하여튼 가입

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는 이들의 의견이 많아서 결국 가입 안건이 poll에 부쳐졌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했지만 다소 놀랍게도 찬성 1명, 나머지 전부 반대였다. 그리고 그 찬성 1명은 바

로 나였다. 한편으로는 당혹했거니와 한편으로는 무서움을 느꼈다. 극단적인 배타성

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망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실망을 하게 된 계기는 학정조 개념의 오도이다. 학4모는 자신이 학정조임을 부인

했다. 그리고 외부 학정조와 학생회와의 연계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정치에 대한 개념의 부재에서 오는 심각한 모순이다. 바로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지금의

학생사회에서,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정치적인 행위인지(올해 비권이 총학생회를 ‘장악’했다고 난리를 피워대는 언론들을 보라!)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른 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학생’들이 모여 ‘조직’한 모임이 바로 학정조인 것이고 이는 외계

에서 갑자기 나타난 희한하고도 특이한 단체도 뭣도 아니고 우리 주변에서 지천으로 볼 수 있

는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것만으로도 끝나지 않았다.

 

 

  세 번째 실망을 하게 된 계기는 ‘스텝 제도’ 신설 시에 회원 자격을 2학년 이상으로 한

것 때문이었다. ‘스텝 제도’란 운영진과 비슷한 지위를 갖는 ‘스텝’을 여러 명 뽑아서

그 사람들로 하여금 학4모 전반에 관한 운영과 집행과 결정에 대한 권한을 주는 시스

템이었다. 스텝 자격이 2학년 이상이라는 것은 얼핏 보면 응당 별 무리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 자격에 해설을 붙인 것을 보고 어이를 상실하고 말았다.(해설을 안 붙이는 것

이 나을뻔 했다.) 1학년은 운동권 선배에게 ‘세뇌’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2학년 이상으

로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학4모 회원 중에서 1학년은 딱 3명 있었다. 1명은 49대 총학

생회 문화국원으로 일했던 사람이고, 다른 1명은 의대 다니다가 중퇴해서 나이로는 6

수였던 사람이었고, 나머지 1명은 바로 나였다. 이렇게 봤을 때, 저 해설이 의도하고 있

는 대상은 누군가인가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도 없었다. 뜻을 같이 하자고 모인 사람

에게 보이는 이러한 작태에 배신감을 느꼈으며 그 한심한 인식/행위 수준에 경멸감을

느꼈다.

 

 

  학4모는 정말 지향만 놓고 보면 좋은 모임이다. 그리고 모두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학생사회와 학생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배제할 수도 없고 배제해서는 안 될 자생

적 모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식론과 방법론에서 크나큰 모순점과 미천함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이 모임이 개선해야 될 사항이기도 하다.(물론 스스로 개선해야 할 것이

다. 개선을 하지 못하면 없어질 모임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학4모가

이상적인 지향을 내걸고는 있지만 그러한 지향 속에는 엄청나게 정치적인 의도가 숨

어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도를 갖고 좋은 말을 가지고 함께 하자며 학우들을 꼬드기

고 있다는 것이다.(나도 그러한 사람 중 1명이었을지도) 자세히 풀어서 말해보면, 학내

에서 ‘운동권’을 없애는 것, 최소한 힘을 못 쓰게 하는 것이 바로 학4모의 진정한 의도이

고 그 의도는 바로 학생의, 학생을 위한, 학생에 의한 학생회를 만든다는 그럴 듯한 말

로 포장 돼 있다. 결국 이 모임도 소수의 인자들이, 브레인들이 핵심 운영 원리와 담론

을 재생산해내고 있으며 회원은 단지 거기에 정치적으로 '이용' 당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이용에 동의하는 사람에게는 할 말이 없다)

 

  이 모임에 대해 실망을 하고 그 본질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탈퇴하지 못했

다. 그리고 그러한 애매한 가입상태가 나로 하여금 내가 가진 정치성을 공개적으로 발

현하는 것을 억제케했다. 분명 학4모의 입장이 전혀 나의 입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

하고 대놓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었다. 활동과 생각을 억제하는 일종의 억

제 장치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얼마 전에 결국은 조용하게 떠나갔다. 학4모

회원 중에서 총학 선본 2개가 나왔는데 이에 대한 학4모의 입장은 회원 중에 선거 나

오는 것과 단체는 별개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우스운 궤변이었다. 그리고 학4모 나름

중립성을 지켜주기 위해서 선거 나가는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탈퇴를 했다. 그 때의

분위기를 '틈 타서' 나도 탈퇴했다. 당당하게 입장서를 내고 탈퇴하지 못한 것은 나의

소심함에 대한 책망으로 이어졌다.

 

 

 

  또 하나의 조직에 대해 실망을 하며, 나의 여름방학은 지나갔다. 그리고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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