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초보은과 신세 갚기

반갑게 받아보는 카톡문자가  있다. 한 모임에서 알게 된 분으로부터다. 고사성어도 있고, 사회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도 있어서 오는 족족 열심히 받아읽고 있다. 오늘은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는 고사성어였다. 결초보은이라는 뜻은 죽어서도 잊지 않고 은혜를 갚는다는 뜻이다. 죽어서까지 입은 은혜를 갚는 사람이나 그런 일을 배푼 사람이나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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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아야 할 것이 있다면 갚고 받을 것이 있다면 받아야 하는 세상 이치다. 그러나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었을 때는 딱히 보답을 바라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입은 은혜나 신세는 "후일 잘 되서 꼭 갚아야지"하는 정신이다. 남에게 신세를 지고도 갚을 줄 모르는 얌체도 좋지 않고 갚을 형편이 됐으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는 사람이 있다면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이다. 반대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갚을 형편이 못 되는 사람은 세상살이가 그만큼 고달프테니 여전히 딱한 사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초보은의 유래는 이렇다. 옛날 중국의 진나라에 위무자라는 사람이 있었다. 위무자의 아버지는 아들 위과에게 이르기를 "나 죽거들랑 네 서모(庶母)를 개가시켜라."하고 당부를 한다. 하지만 막상 죽기 바로 전에는 무덤 속까지 데리고 가겠다고 한다. 즉 같이 묻어달라는 것이다.

 

산 사람을 묻는 것을 순장이라 하고 쓰던 물건을 같이 묻어주는 것을 부장이라 한다. 오래 전 옛날에는 순장제도라든지 부장제도가 엄존하고 있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산 사람을 묻는 순장이 될 것이다. 순장을 당하는 사람은 힘없는 천민이나 돈에 팔려온 가난뱅이거나 몸종이다. 반면에 권세있고 돈있고 빽있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아서 여기엔 인간 세상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권세있는 자가 첩이나 종을 같이 묻는 이런 풍습은 살인행위 그 자체라 할 수 있고, 무자비한 생명경시다. 그런데도 권력자들은 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물건처럼 순장했던 것이다. 풍습이나 관습의 얼굴을 뒤집어쓰고 별 거부감 없이 아무렇제도 않게 행해지는 이 같은 일이야말로 오히려 더한 야만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위무자는 자기 아버지가 죽기 바로 전에 한 말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한 말이기 때문에 정신이 취할 바가 못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멀쩡했을 때 한 말을 제대로 된 유언이라 여겨 서모를 순장시키지 않고 개가시킨다. 

 

한편 위과가 전쟁에 나가게 되었다. 싸움은 끝날 줄 모르고 상대 장수 두회와 백중세를 벌이며 일진일퇴를 거듭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적장 두회의 말이 갑자기 엮어 늘어뜨린 풀에 넘어지게 된다. 이틈을 타서 위과는 적장을 사로잡을 수 있게되서 싸움에 이긴다. 

 

그날 밤 위과의 꿈에 웬 노인 하나가 나타나 말한다. 자신은 개가해서 잘 살고 있는 서모의 아버지라고 밝힌다. 비록 죽은 목숩이지만 딸을 살려준 은혜기 고마워 그에 보답하기 위해서 풀을 엮어서 상대 장수의 말이 걸려서 넘어지도록 힘을 썼노라고 한다. 노인은 자기 딸의 생명을 구해준 보답을 그런 식으로 보답한 것이다.

 

결초보은은 이렇게 죽어서까지 은혜를 갚는다는 이야기다. 감동적이다. 옛이야기나 고사성어에 깃들어 있는 미담은 우리에게 사람다운 도리를 가르쳐준다. 공자의 말씀에 '배우고 익히면 이 아니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말이 있다. 배우고 익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인데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이 뒤따르는 삶은 얼마나 더 즐거운 일일까?

 

하면, 나는 누구에게 무엇을 얼만큼 베풀었으며, 반대로 내가 입은 은혜나 신세는 무엇이었는가 이따금씩 생각해 볼일이다. 저녁이 되면 하루를 점검하고, 일주일 뒤엔 한주간의 일을 헤아려 봐야한다. 이런 일을 소홀히 하면 사람은 그만큼 성숙한 길에서 멀어진다.

 

'오수의 개'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려움에 처한 주인을 구한 개에 관한 이야기인데 짐승도 자기를 길러준 주인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교훈을 들어있는 예화이니 만큼 사람은 말해 무엇하랴 싶다. 결초보은까지는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선행을 하면서 사는 삶이야말로 진정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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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9 17:09 2013/10/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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