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물, 고창 “고인돌 군락지”
-5천년 세월을 깁고 앉아 경이로운 이야기 전해주다
[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얼마 전 마음으로만 벼르던 고창엘 다녀왔다. 이곳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 군락지다.
지난 번 도보여행에서 발병이 났었다. 이래저래 정중동(靜中動)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고창 가자.”는 전화가 왔다. 당일 여행코스란다. 오래전부터 “나 고창 한 번 가보고 싶어.”하고 입버릇처럼 노래를 부르던 그 여자의 초대에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따라나섰다. 돈 한 푼 안들이고 여행을 거저 하게 된 셈이다. 이런 경우 나이에 상관없이 “야호, 신난다!”하고 가벼운 소리라도 지르며 자축해도 좋겠다.
고창은 고인돌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전라북도에는 총 고인돌 3000기가 분포돼 있는데 고창에만 그 반이 넘는 1568기가 있다. 이들 중 죽림리 매산마을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447기가 2000년 12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고창의 고인돌에는 꼭 무덤용뿐만 아니라 제사용 고인돌로도 추정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완만한 산등성이가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앉아 그 많은 고인돌들을 품어 안고 있다. 얼마나 아름답고 설레는 풍광인가. 이들이 기원전 수백에서 수천 년에 이르는 역사의 산증인들이라니! 갖은 풍상을 겪으며 꿋꿋하게 버텨온 저 아득한 구석기시대의 증거들이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롭다. 신비스럽고도 자랑스럽다.
고창에는 동백꽃 등 온갖 꽃이 만발해서 화창(花敞),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와서 우창(雨敞), 가을엔 하늘이 높고 푸르다 해서 고창(高敞), 겨울엔 눈이 많이 와서 설창(雪敞)이라고도 불린다는 고창은 무려 기원전 3천년 세월을 웃돌고 있는 그 고인돌들만으로도 세계 어느 도시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명물고장이다.
그로부터 수많은 나날이 흘렀다. 오늘도 청 보리밭 눈부시다. 그 많은 풍상을 견디며 한 땀 씩 기워온 세월이었다. 굽이굽이 굽이치며 우린 서로 만나고 있다. 그래,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고창에 가면 시뻘건 동백꽃과 선운사 풍경소리 들으며 흥얼흥얼 쟁쟁쟁 갱갱갱 아흐다롱디리 알앤비 소울 랩 그리고 그리고 비보이들이 비보잉하는 거 구경하며 어른돌 아이돌 할 것 없이 살고 있는 고인돌들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