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이 대수냐?... 반듯한 내 코도 의심받는다
아름다운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걸까?
얼마 전에, 부산의 한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2명이 사망하고 한사람은 중태에 빠진 것이다. 다른 나라, 미스 아르헨티나 출신의 ‘솔란지 마냐노’도 성형수술 후 닷새 만인 지난 11/29일(현지시간)에 목숨을 잃었다. 미스 아르헨티나 솔란지 마냐노의 성형수술 이유는 좀 더 탄력이 넘치는 엉덩이 라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게 다 성형외과에서 벌어진 의료사고다. 예쁘게 다시 태어나려다가 아주 영 저세상으로 가버린 이 사건들,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잘 모르겠다.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대로, 미스 아르헨티나인 ‘솔란지 마냐노’는 솔란지 마냐노 대로 모두 다 미에 대한 집착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예뻐지려는 욕구 앞에는 이제 남녀노소가 따로 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그러나 돈 많이 들고 위험이 따르지만, 잘만 하면 달라진 용모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생을 꿈 꿀 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수술을 감행하는 사람이 흔해졌다.
성형에 대한 기대감은, 매스컴과 각종 광고는 물론 성형으로 인해서 예뻐진 연예인들이 부지런히 역할모델을 해대는 바람에 평범한 사람들도 성형을 결심하는 데 아주 큰 몫을 하고 있다.
언뜻 생각나는 한 예가 있다. ‘ㅍ’이라는 유명한 3인조 여자가수 중 하나였던 ‘ㅎㄹ’이 초창기에는 가슴이 빈약했었단다. 근데 가슴확대수술을 한 후부터는 가히 cf의 여왕이라고 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을 보면서 수많은 연예인들과 기획사들은 돈과 명예를 거머쥐기 위한 비슷한 욕망으로 인해서 나도, 우리 소속사 누구누구도 ‘ㅎㄹ’처럼 되기 위하여 ‘ㅎㄹ’ 따라하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음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러 저런 이유로 우리 사회도 지금 바야흐로 ‘성형을 권하는 사회’를 넘어 이제는 성형중독사회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 그렇다. 하도 많은 환상과 욕구가 맞물려 있는지라 이 성형이라는 열차는 이제 좌우당간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싶어하는 신묘한 열차가 되어가고 있다.
세상이 이렇다보니 나 역시 성형에 대한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생겼다. 며칠 전 이다. 옷 수선 집에서였다. 한동안 사람들 앞에 나설 일이 없었던 터라서 굽 낮은 신발에 바지 차림으로 굳어진 나의 오랜 패션 스타일, 드뎌 변화를 찾아야하는 시점이 찾아왔다.
‘뭐 입을 만한 옷 없나?’ 눈을 번득이며 장롱을 뒤져 찾아낸 것이 정장 옷 두벌이었다. 하지만 옷은 이미 철지난 구닥다리, 무엇보다도 어깨가 넓은 것이 눈에 거슬렸다. 궁리 끝에 당연 빠따로 찾아간 곳이 수선 집이었다.
가끔 들리는 동네 수선 집, 이 아줌마 꽤나 멋쟁인 데다가 옷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의 차림새며 용모에 대해서 여간 훈수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딸들의 옷 투정, 용모 투정 등등.... 뭐 이런 얘기쯤은 손님들에게 양념 삼아 늘 입에 달고 사는 아줌마다. 다 좋다. 근데 이 아줌마는 대뜸 내게 한다는 소리가
“그 코, 수술 한 거 아니에요?”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참 나? 이거 기분 묘하네! ... 대체 내 코의 어디를 보고 성형을 한 코냐고 묻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사실 빼어난 미모를 가진 모친 덕에 이날까지 코에 대한 콤플렉스 하나만은 벗어나서 살고 있는 행운을 누리는 사람 중의 하나다. 이런 내게 ‘코 성형했냐?’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코 성형했냐’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해지면서 입에서는 참 나? 소리가 절로 나와 나도 몰래 한 번 더 혼자 말을 해봤다. 참나!
“참 나 아줌마도, 우리 친정 식구들, 키는 좀 작아도 인물 하나만은 보통은 되는 집이에욧!”
고개를 저으며, 코 성형이 대체 웬 번지수가 틀린 소리냐는 듯이 말했다. 그것도 모자라 손을 코에 갔다 대고서 “이 코 주무르고 흔들어 보세요!”하며 비틀고 누르고 흔들어 보이며 생 쇼를 다 해보였다. 내친김에
“동생 봤잖아요! 이래 뵈도 우리 동생은 여학교 때..... “닥터 지바고 보셨어요? 여주인공은 쥴리 크리스티? 그 여배우 닮았다는 소리 많이 듣던 용모에요. 지금은 좀 한 물 갔지만요....”
코를 성형하지 않았냐는 수선 집 아줌마의 말에 뜬금없이 동생 얘기며 영화 얘기로까지 번지수가 다른 곳으로 마구 달린다.
“아줌마 동생, 이쁘지요~”
나의 기세에 눌렸는지 수선 집 아줌마는 내 말에 순순히 수긍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왜냐면, 동생한테도 그 코, 그 눈 성형하지 않았냐는,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으니까. 이 아줌마는 남의 얼굴 ‘성형이냐 아니냐?’를 판정하는 것이 취미생활로 굳어졌는가 보았다.
“그럼, 다른 데는 없어요? 오늘 유난히 얼굴이 튀네요....”
“아이구머니나, 정말.... 참 아줌마도 왜 그러세요?”
화장을 짙게 한 것도 아니고, 유난히 예쁜 얼굴도 아닌 내 얼굴이 튀게 보인다며, 기어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아주머니의 말에는 또 한 번 참나~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정말 어디 손댄 곳 없냐고 재차 묻는 아줌마의 튕이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으이그, 그러는 아줌마는요 어디 없어요?”
“눈~요. 몇 년 전에.....”
“얼마주고 했는데요. 얼마요?”
남이 뭘 했다면 값이 궁금해서 왼 만하면 지체 없이 값을 물어보고 싶어진다.
“80줬어요......”
“네, 그렇군요..... 수술 덕 좀 봤군요. 그 눈?”
‘어쩐지 눈이 동그랗더라니....... 저 아줌마야말로 수술했구만...’
쌍꺼풀 수술쯤이야 요즘은 간단한 수술이겠지만, 것도 재수 없음 영 아닌 경우도 있다. 아는 언니의 딸은 쌍까풀 재수술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했다. 그런데도 맘에 안 드는지 눈을 가릴 목적에선지 모자를 눌러쓰고 다녔다. 남 일이라서 평소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일이 이 시간 지금, 왜 뜬금없이 ‘ 쌍커풀수술’이 잘못되어 속앓이를 하고 사는 남의 집 딸 일에 까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자연미인들 까지 ‘성형했냐?’는 의심을 받으면서 살아야 하다니... ㅜㅜ 참 참....
돈을 쳐 들였을망정 수술에 성공만 했다하면 세상에 다시없는 선녀처럼 폼 잡고 사는 사람이 있고, 일부에서는 성형부작용 때문에 인생을 오히려 한숨과 후회로 사는 사람이 있다. 한마디로 인공과 천연이 뒤섞여 공존하는 세상이다.
성형수술이 큰 돈과 직결되는 수술이다 보니 한편으로는 은근히 부를 상징하는 수술로까지 비치고 있는 게 걱정이다. 이래저래 성형수술은 수많은 이야기를 낳고 이 이야기는 다시 확대 재생산 되어 씹을 거리 안주거리를 제공하는 순환이동이 빈번한 세상이 돼버렸다.
이래서 이 세상은 재밌고 우습고 흥미진진하다는 건가? 와우! 시끄럽고 희한하고 복잡하다. 그리고 비극이고 희극이다. 미추, 부와 빈, 행운과 불운, 빛과 어둠 등 셀 수 없이 양면성을 띄며 이쪽과 저쪽으로 대비되는 것들로 인해 세상은 요란하고 오늘도 지구는 여전히 자전하고 공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본래 타고난 자기 용모를 가진 자연 미남 미녀들이여 그대들 앞에 비록 도매금으로 ‘성형했다’는 의심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닥친다 해도 ‘성형이 뭐 대수인가?’ 번듯한 코, 성형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예쁘면 좋은 거 아닌가.
예쁜 게 뭔지......
예쁘다는 소리 들어서 싫다는 사람 있음 나와 보라고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