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 할 수 있는 길은 어디인가?
[제] 구정치인들의 새그릇이 될 빅텐트론은 가장 경계해야 할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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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 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안철수 전 대표의 새정치연합 탈당이 가시권에 들어 온 지금, 세간은 탈당 후 안철수의 행보에 관심이 많다. 즉 그가 움직이는 곳에 어떻든 세력이 모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평론가들이나 안철수와 가까운 인사들,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생각하는 현역의원들은 안 전 대표가 새로운 당을 창당하고 그 안에 현재 밖에서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세력까지 아우르기를 바라는 것 같다. 이른바 빅텐트론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정답이 아니다. 특히 성공의 길이 아니다. 이 방식은 다시 새로운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구정치인들에겐 훌륭한 방식일 수 있으나 국민도, 새정치를 말하는 정치 지망생도, 안철수 본인도 다 같이 죽는 길이지 사는 갈은 아니다. 이 방식은 그냥 정치는 정치인끼리를 꿈꾸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2007년 1월 22일 임종인, 1월 23일 최재천, 이계안, 1월 28일 천정배, 1월 30일 염동연, 2월 3일 정성호 의원이 연이어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이어서 2월 6일 김한길 강봉균 등 23명의 의원이 집단 탈당했다. 이들은 탈당 후 '중간지대 창당'이라는 열린우리당 재생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즉 새천년민주당을 깬 뒤 분열되어 있는 당시 여권 우호세력을 하나로 묶지 않으면 2007년의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정치공학이 작용한 것이다.
이 정치공학을 앞장서서 이끈 이가 김한길이다. 김한길 강봉균 의원 등은 따라서 중간지대 창당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이들은 2007년 5월 7일 의원 20명이 가담한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창당, 원내 3당으로 등극했다. 이 당이 출범하자 열린우리당에서 16명이 추가 탈당했다.
단숨에 막강한 세력을 형성한 이들은 2007년 6월 27일 민주당과 합당, 중도통합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꿔 새로운 신당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다시 2007년 8월 3일 중도통합민주당은 또 해체 수순을 밟는다. 즉 열린우리당에 남은 이들이 합류할 수 있는 빅텐트가 필요하다는 쪽과 열린우리당과 함께할 수 없다는 쪽이 부딪친 것이다.
결국 국회의원 19명이 집단탈당, 열린우리당 추가탈당파와 함께 8월 5일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다. 이어서 곧바로 나머지 열린우리당 세력이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합류하므로 ‘대통합민주신당’으로 2007년 대선을 치렀다. 그러나 이미 세력은 와해 된 상태였다. 친노 핵심들은 관망하거나 문국현씨가 창당한 창조한국당으로 분화되었으며, 중도통합민주당은 다시 당명을 민주당으로 바꾸고 이인제를 대선후보로 뽑아 완주했다.
결국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모두 대선에서 참패하면서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합당을 선언한다. 이렇게 탄생된 당이 통합민주당이다.
그러나 2008년 총선, 열린우리당 핵심이었으며 친노의 구심점이던 이해찬은 한나라당 출신의 대표에게 공천장을 받을 수 없다며 탈당, 장외로 나갔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정치에 뜻이없다”며 변호사를 개업했다. 또 다른 한 축,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임한 유시민 의원은 대구출마라는 명분으로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결국 대외적으로 친노핵심들이 모두 외면한 통합민주당은 손학규 대표가 옹립한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칼질로 ‘구태정치인’은 모두 걸러낸 뒤 총선에 출진했으나 2008년 18대 총선에서 81석을 얻는데 그쳤다. 반면 이 총선에서 압승한 이명박 정권은 노골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핍박했다. 그 핍박을 버티지 못한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3일 자결했다. 이 사태는 잠자던 친노세력을 깨웠다. 그리고 이후 이 야권은 끊임없이 통합을 말했다.
총선에서 압승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과 종편설치를 가능케 한 언론4법의 강행통과, 김재철 사태로 명명된 MBC장기파업, 노종면 등이 해고당한 YTN사태 등에 이어 KBS의 장악까지 이어졌다. 야당은 이를 제어하는데 어떤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야당은 통합이 대세였으며 연대가 대세였다. 2010년 통합민주당은 민주노동당 등과 선거연대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자 뒷전에 있던 친노그룹이 왕성하게 움직였다. 노무현 서포터스의 실제 ‘행동대장급’인 문성근은 ‘백만민란’이란 이름으로 전 야권의 하나를 말했다. 이해찬 문재인 한명숙이 참여한 ‘혁신과 통합’은 옹골진 친노세력의 구심점으로 작용,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에 자신들이 모든 것을 다한양 으스댔다.
이 같은 당 안팍의 통합여론은 손학규 대표를 움직였다. 다시 빅텐트론이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그냥 민주당에 입당하면 될 일임에도 이들은 언론에 ‘대통합’이라고 쓰여질 명분이 필요했다. 2011년 12월 민주당과 한국노총, 1회용 빅텐트 정당으로 만든 시민통합당이 합당했다.
시민통합당은 혁통의 이해찬 백만민란의 문성근이 주도적으로 추진했으나 이용선(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을 상임대표로 김두관(경상남도지사), 남윤인순(내가꿈꾸는나라 공동준비위원장), 문성근(국민의명령 대표), 문재인(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시민주권 상임대표. 이상 가나다순)이 공동대표가 되었다. 이 당과 민주당 한국노총이 합당하는 형태의 신당을 창당했다. 이 정당이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전신이다.
지금 안철수 대표 탈당 후 행보에 대해 상당수는 다시 빅텐트론을 말한다. 현재 밖에서 신당창당을 작업 중인 천정배 주도의 ‘국민회의’ 박주선 주도의 ‘통합신당’ 박준영 주도의 ‘신민당’ 김민석 주도의 ‘민주당’을 다 합하려면 안철수와 함께 탈당한 현역의원 주도로 밖에서 빅텐트형 당을 창당한 뒤, 이 텐트에 나머지 신당세력의 합류를 그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답이 아니다. 안철수도 신당도 다 죽는 길이다. 앞서 장문의 역사를 기록한 것은 바로 이렇게하면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열린우리당의 지리멸렬로 이대로는 안 된다며 탈당, 새로운 세력을 구축했는데 그게 새로운 세력인가? 아니다. 그냥 손가락질 받고 지탄을 받던 정치인과 정치세력이 옷만 갈아입은 것이다. 시민통합당과 합당, 민주통합당이 된 민주당은 새로운 세력인가? 아니다 그냥 친노세력의 부활을 통한 열린우리당 시즌2였다. 안철수의 새정치 세력과 통합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다른가? 아니다. 당 키워놓고 문재인과 친노를 꽃가마 태워준 것 뿐이다.
그런데 지금의 분란은 이들에게 꽃가마에서 내리라고 하는 것이다. 야권 분란의 역사는 이것이다.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이후 현 새정치연합까지 꽃가마를 만들어서 친노를 태웠다가 다시 내리라고 했던 역사가 야당 분란의 역사다. 그렇다면 간단하지 않는가? 친노 외에 나머지들이 살려고 친노를 태우고 그러다가 친노가 망해먹는다는 여론으로 또 친노와 결별하는 역사...이 흑역사만 청산하면 되는 것...이 간단한 것을 하면 된다.
지금 나오는 박텐트론, 현재 자신들이 태워 준 꽃가마에서 친노들이 내려오지 않겠다고 하므로 꽃가마 자체를 부수고 새로 만들자는 것 이상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꽃가마가 새로운 가마이며 새 신부가 탔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이미 거기 탈 사람은 정해진 것 아닌가. 현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들이 옷을 바꿔 입는다고 그것이 신당이라고 믿을 사람은 없다. 기성정치인, 기성 야권에 신물을 내는 국민여론은 친노만 미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상 친노는 옹골진 지지세력이라도 있지만 비노 비주류는 그도 없다. 그들 스스로 누군가에게 업히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이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러므로 그들은 지금의 당권싸움을 공천권 싸움이라고 문재인이 말해도 할 말이 없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신당은 사실상 필요없다. 이들이 친노와만 결별한다고 한국의 정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결국 이들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겨줄 수 있는 지도자가 누구인가를 따지다가 문재인으론 안 될 것 같아서 다른 길을 모색하려고 하는 것 정도라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길까지 오면서 2번의 빅텐트, 3번의 대통합 역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역사들은 흑역사로 치부된다. 만약 안철수가 지금 다시 이 같은 역사에 점을 하나 더 찍는 행보를 한다면 그 또한 또 다른 김한길이며 정세균이며 손학규가 될 뿐이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새누리당은 현역의 20% 정도를 교체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현역들의 반발이 거세다. 그런데 국민감정은 19대 현역의 70%이상 교체를 원한다.
이런 국민감정에 맞춰 신세력을 구축한다면서 ‘물갈이 대상’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현역들의 둥지를 만들어 주는 신당을 한다면 그 또한 구태다.
그래서다. 나는 안철수 전 대표가 그나마 세간의 지탄을 덜 받는 소수 의원들과 함께 지금 창당발기인 대회를 앞둔 천정베 신당인 국민회의 합류를 권한다. 시간도 좋다. 13일 11시 기자회견 후 오후 2시 발기인 대회 현장에 참석, 축사를 한다면 언론의 초점은 천정배보다 안철수에게 더 비춰질 것이다. 정치는 타이밍인데 이 타이밍만큼 좋은 타이밍은 없다.
현재 국민회의는 840명의 발기인이 스스로 낸 3억4천만 원의 자금으로 한국정치르 바꾸겠다며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이 세력으로 현역 70%를 바꾸는 혁명(?)을 안철수가 성공시킨다면 안철수는 다음 대권에 가장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그 전례를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보여줬다. 시민운동가 박원순이 기성정당 민주통합당의 박영선 후보를 누르고 통합후보가 된 것은 그때도 민주통합당을 보는 유권자의 눈이 매우 차가웠다는 증거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보다 더하다. 좋은 후보만 선정한다면 내년 총선은 신당의 압승이 될 수도 있다. 안 전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