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박정희’, 박근혜 씨에게
 
- 당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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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고 있소. 모든 것이 당신 탓만은 아닐 것이오. 그때가 1998년, 18년 동안 숨어 지내던 당신이 압도적 표차로 보궐선거에 당선되어 국회의원이 되던 날 나는 전율했소.

지금으로부터 또한 18년 전 사건이었소. 우연의 일치겠지만 당신의 18번 숫자는 매번 18년이구려. 나는 그때 경상도 대구라는 도시의 엽기성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보았소. 이후 대구는 당신을 5선 의원으로 키워냈으니, 아! 당신의 위대한 탄생지 대구, 동시에 대구는 친일 쿠데타의 번번한 온상.

“전방은요?” 또 18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 어느 날 새벽, 아버지가 죽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당신 입에서 나온 첫 마디가 이것이라는 알았을 때 사실 나는 웃었소. ‘아버지 하나 죽었을 뿐인데 지가 뭐 갑자기 국군통수권자라도 된 줄 아나?’ 생각이 짧은 내가 이 정도의 생각밖에는 못했던 것이지요.

그만큼 나는 당신을 우습게 알았던 것이지요. “38선은요?”라고 했다는 설도 있었고, “휴전선은요?”라고 했다는 설도 있었어요. 나는 이후 당신의 끊임없는 말실수로 보건대 38선 설이 맞지 않을까 추정할 따름이오.

작년에 당신은 “120년 전 1894년은 갑오경장이 있었던 해”라고 했지요. 당신의 역사 교양 덕목에 동학항쟁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인데, 나는 그것이 유전자에 기인한 것이라고 간주했소.

당신을 ‘거룩’하게 만든 것은 친일수구언론들이었소. 주제넘게도 그 아버지의 딸이라는 이유 하나로 국군통수권자처럼 행세한 당신의 만용을 그 언론들은 ‘높은 수준의 애국심’ 또는 ‘국가안보능력’이라고 칭송했지요. 그때 헌법에 따라 대통령 직을 승계한 전직 총리 최규하에게 당신은 단도직입으로 “내가 하면 안 되겠느냐?”라고 말했다는 유언비어가 돌기도 했지요.

당신은 ‘고도의 애국자’에다 또한 ‘비련의 프린세스(princess)’로 격상되었소. 여기에는 친일수구언론뿐 아니라 유사진보언론도 한몫 거들었지요. 그 속된 것들은 서슴없이 당신에게 ‘비련의 공주’, ‘퍼스트레이디’, ‘화사한 귀족적 미소’, ‘재클린 오나시스의 아우라’ 등등을 주워섬기며 당신의 이미지를 띄워 주었지요.

할머니들이, “아이고 불쌍해라, 우리 박근혜”라고 하는 데에는 기실 “아이고 우아해라, 우리 박근혜”라는 뜻이 이미 담겨 있는 것이지요. 아, 그리고 선거 때마다 ‘선거의 여왕’, ‘미다스의 손’ 등을 빼먹지 않으며 당신을 한껏 부풀려 주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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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지 나는 당신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소. 아마도 당신이 북에 가서 거기 지도자를 만나고 왔을 때인 것 같소. 당신이 소속된 한나라당에서 밀려났을 때지요. 나는 7.4남북성명이라는 사기극을 회상하면서, ‘아, 권력을 잡으려고 동족을 이용하는 것, 어쩌면 저렇게 아비를 빼닮았을꼬’ 이런 소회를 가졌었다오.

나는 당신이 ‘그 아버지의 딸’이라서 두려웠던 게 아니오. 나는 당신이 그 아버지를 닮는 게 국가적 사명이라고 확신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두려워지기 시작했던 것이오. 여자 박정희, 하지만 당신은 박정희보다 더 외로운 박정희, 박정희보다 더 단순한 박정희. 하나만 더, 당신은 박정희보다 더 어휘력이 빈곤한 박정희.

아버지의 권력의지를 빼닮은 여자 박정희, 아버지의 부정선거를 빼닮은 여자 박정희, 아버지의 인권탄압을 빼닮은 여자 박정희, 아버지의 용공조작을 빼닮은 여자 박정희, 아버지의 역사말살을 빼닮은 여자 박정희,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조선>과 <산케이>에서 퍼뜨린 ‘7시간의 풍문’인데, 그렇다면 아버지의 궁정동을 빼닮은 여자 박정희.

먼 훗날 역사는 기록할 것이오.

“옛날 남북조시대 대한민국에 ‘박정희가(家)’가 있었는데, 그 집구석에 필적할 만한 가문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이전에도 박정희만 한 가문은 찾기가 어렵다 할 것이다.”

당신이 아버지와 같지 않은 것도 있었소. 1952년생인 당신은 일본군인은 아니었지요. 그런데 당신은 어제(28일) 일본과 위안부 협상을 감행했소. 그것은 ‘한일협정’이라는 아버지 유업을 50년 만에 완성한 화룡점정이었소.

명백한 사실 하나는 아버지에 이어 당신은 이 민족사에 불가역적인 누설을 끼쳤다는 것이오. 이것은 필경 ‘국가적 사명’이 아니라 ‘국가적 범죄’로 기록될 것이오. 당신은 당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아직 모르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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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9 12:47 2016/01/0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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