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행동,,,먹이행위

나의 행동 중에서 가치있는 행동은 과연 몇가지나 될까 싶다. 글을 쓰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이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 놀고 먹고 읽고 만나는 행위가 적절이 이어진 후에 원하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말이다. 허무와 자괴감과 조금의 만족이 반복되는 생활이다. 고심참담 끝에 짧은 칼럼이나마 완성한 순간은 잠깐 동안 만족감이 찾아온다. 아 ~ 글감을 잡고 제목과 부제목을 생각해 자판을 두르리고 본문으로 들어가서 머리를 굴리면서 글을 전개해나가며 완성하려고 노력하는 순간은 몰아의 시간이다.

이런 몰입과 노력은 분명 가치가 있다. 작업에 계속해서 매달리는 이유고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글쟁이는 자신을 신뢰하지 못한다. 무한히 길게만 느껴지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주지 못하기에 정체성을 망각하는 시간을 지내게 된다.

글쟁이라는 것을 굉장히 의식하고 살면서 글을 못써내는 부류는 그래서 이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지 못하기에 무슨 패배자나 되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에 비해서 글은 못 쓰면서도 글쟁이라는 말만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염치가 없는 사람이다. 자신을 속이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말이다. 못 쓰면 나는 글쟁이가 아니야! 하고 과감히 인정할 줄 알면 괜찮은데,그래서 자기가 잘 하는 쪽으로 가면 되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폼만 재는 사람은 진정성 있는 사람이 아니다.

예전에는 200자 칸이 인쇄된 원고지에 글을 쓰면서 고독하게 작업을 하다 보니 글을 쓰는 사람과 글쟁이가 아닌 사람들하고 차별이 좀 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다 컴퓨터 키보드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식으로 겉에서 보기에는 다 비슷해 보인다.

이래저래 무료하고 허기진 하루였다. 목요일 얘긴데, 마침 전화가 왔다. 지인 李로부터, "어디세요?" "집입니다." '어서 나오세요! 박기자님 좋아하는 족발요. 그거 먹읍시다." "40분 이내로 나가지요"

네 나가죠. 나가서 좀 먹어야 겠다. 신나는 일이니 망설일 것은 없다.노원역 10번 출구에서 만나 중계동으로 차를 몰았다. 난 루저인가 유저인가? 글이라는 결과물이 없으면 쪽도 못쓰고 존재감도 없는 여자. 하지만 뭐 여기 내가 먹은 족발은 나의 즐거움이고, 식도락을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고로 주장한다. 사람이 먹는 무엇을 먹는다는 것은 특별한 행위이다. 집에서 있는 것 꺼내서 챙겨먹는 것이 아닌, 초대받고 나가서 족발 전문점에서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음식을 먹는 것이니까 그런 식사는 나름 특별하다.

많이 먹었다. 막국수도 사양하지 않고 열심히 먹었다. '오늘은 많이 잡수시네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사양하지 않고 많이많이 먹었다. 지금 많이 먹은 것에 대한 자랑질이다. 이게 무슨 자랑 할일인가 싶지만 그렇다.

힘들고 적적한 하루의 끝에 다가온 특별한 시간과  그 먹이행위는 늘 새롭게 떠오르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가 아닌가. 잊어버릴 만하면 절실하게 다가오고 반복되는 지상과제 바로 먹고 사는 문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6/02/28 16:01 2016/02/28 16:01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8434pjr/trackback/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