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카페, 미사리에서 강촌 라이브 카페까지~

 

  

나는 전철 족이다. 뒤집어서 말하면 자나 깨나 두발로(!) 족인 것이다. 웬만한 곳은 걷고, 정이나 먼 곳이면 버스나 전철을 탈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다. 전철족이기 때문에 볼 수 있고 겪을 수 있는 그런 일에 가끔 맞닥뜨리게 되는 일이 적잖게 생긴다.

  

일요일이었다. 6호선 전철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가 갈 목적지는 석계역, 차를 탄 곳은 망원역이다. 망원역은 비교적 출발점에 가까운 지점이기 때문인지 일찌감치 빈자리를 찾아 앉을 수가 있었다. 방금 끝난 철학 강좌에서 받아 쓴 ‘강의노트나 읽으면서 가야겠군.’하고 노트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난 데 없이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7080 라이브 카페’ 어쩌구저쩌구 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러고 나서 통기타 반주소리에 맞춰 부르는 노래가 차안 가득히 흘러넘치고 있었다. 흔히 있는 전철 안 잡상인이었다. ‘난 해당 사항 없는 사람이니까........’하고 하던 일에나 집중을 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내 앞에서 멈추는 소리가 났다.

  

‘이상하다. 뭐지?’하는 순간, 분홍색으로 된 CD 하나가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어? 아저씨~’

안 산다는 말을 되도록 빨리 한마디 던질 요량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 아저씨 얼굴은 싱글벙글인 데다가 입은 흥얼거리기에 너무 바쁜 모습이다. 그 모습이 하도 재밌고 웃기게 생겨서 나도 모르게 귀밑까지 찢어지게 웃고 말았다. 걸렸다. 마주보고 웃었으니 내 비위 장으로는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

  

“상품권도 받나요?”

언제부턴가 현금이나 카드결제 대신에 문화상품권도 받게 되면서부터 동생은 책을 사보라면서 자신의 가게에서 받은 상품권을 간간이 내게 주는 것이었다. 퍼뜩 그 생각이 났다.

 

“아, 그럼요! 받죠오~”

 

상품권도 받는다는 말에 CD는 꼼짝없이 사게 된 거 이왕이면 나도 한 건 하자 싶었다. 전철을 타다 보면 가끔은 정말 말을 붙이고 싶을 정도로 궁금하고 특이한 사람이 없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난

 

“저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하고 용기를 내어 물었다.

 

“아, 그럼요! 되죠오~”

“아저씨 상품권 여기요!”

CD를 받아들고 카메라를 찾아서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이 일 얼마나 되셨어요?”

“3년요!”

“사는데 지장은 없으시고요?”

“저축도 하면서 살아요!”

“네에~ 많이 파시나 봐요?”

“ㅎㅎㅎ.........”

“즐거우시고요?”

“그럼요~”

 

스치듯이 금세 지나가면 그만인 아저씨를 향하여 부지런히 질문을 던졌다. 이름 하여 ‘미사리 카페에서 강촌 라이브 카페까지’ 여기다 ‘통기타 70.80 카페’라고 쓰여 있는 CD 장수 다. 이 CD가 잘 팔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저축까지 하면서 산다니 듣는 입장에서도 나쁘지는 않았다.

  

아저씨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고 그러는지, 옷 입은 모양새로 봐서는 영락없는 b-boy 스타일이었다. 생업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인지도 모른다. 아저씨가 명랑하고 흥미롭게 보여서 나쁠 건 없다. 궁색하고 답답한 모습을 하고서 주눅 든 목소리로 말했다가는 장사 공치기 십상이니까 말이다.

  

전철 안은 아차 하면 혼잡하고 비좁은 상황이 돼버린다. 이 틈을 비집고 존재감을 들어내야 물건 하나라도 판매할 수가 있을 것이다. 승객들은, 차 안에서 상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러니 단 몇 초 이내에 관심을 끌지 못하면 장사 공치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전동차 안에서도 이런 진풍경이 벌어지는 걸까?

 

 

케이스에는 CD가 6장이 들어 있었다. CD 하나에 18곡이 실려 있으니까, 모두 108곡 쯤 된다. 미사리에 가면 카페가 많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강촌도 이에 뒤지지 않는 그 어디인 곳인가 보다. 오늘 집에 가면 나도 한번 미사리에서 강촌 라이브 카페까지 음악으로나마 섭렵해 볼까 싶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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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0 10:31 2010/05/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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