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잡설] 안철수...이 당은 내 거야(?) -⓹
-정치 공학적인 관점과 바닥민심 사이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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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후보의 당대표 도전을 두고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9명의 원외위원장들과 지자들의 열화와 같은 권유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일부 팬심이 작용한다고 해서 결정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정치는 아편’이라더니, 안 전 후보가 5.9대선이 이후 잠시 쉬는 동안 극심한 금단증세에 빠지게 됐는가 보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쫓아다니는 펜클럽문화가 형성되기 시작됐다. 이들 중 일부는 사생 팬이 되고, 또 다른 일부는 좀더 유연한 방향으로 진화 발전해나갔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지도 어언 25년째에 이른다. 그런데 이제는 어른들도 나서서 펜클럽이나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다. 가히 백화난만(百花爛漫) 격이다. 촛불과 탄핵정국을 지나 대선정국을 맞으면서 특정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때마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여건 형성도 한몫한  때문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피선거권이 있다. 안 전 후보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당대표 선출에 출마를 하든말든 그의 자유다. 이를 전제로 두 가지만 짚고자 한다. 그의 출마는 지나친 선거공학적인 판단과 오너 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안철수의 출마를 종용하는 안팬들은 “국민의 당에 안철수가 없다. 머리는 당연히 안철수야! 안철수 없는 국민의당은 당이 아니고, 안철수가 없으면 당이 망한다.”는 논리다. 그들에게는 안철수를 빼고는 그 어떤 길도 답이 아닌 것으로 확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를 뒤집어보면 “안철수 망하면 안 돼.”로 귀결된다. 내로라하는 정치평론가들이 제대로 짚은 거다. “국민의당에는 머리와 다리는 있는데 허리가 없다.”는 점이다. 말과 같이 머리와 다리를 형성하는 안철수와 안 전 후보의 사생팬들뿐인 정당이라면, 안철수가 “이 당은 내거야!” 하는 마인드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당은 정말 안철수 사당이 맞다. 이 지점에 허리들이 끼어들 틈이라곤 없었다. 여기서 허리는 당의 중진들이다.
 
국민의당을 바라보노라면 뭔가 빠져있다는 느낌을 항상 지울 수 없었다. 안철수가 “이당은 내거야!‘하는 뉴앙스를 강하게 풍길 때마다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국민의당 의석분포도를 보면 초선의원의 비율이 무려 2/3에 육박한다. 초선의원들은 상당기간 국회 내의 생태계를 익히기에만도 정신없는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당내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란 힘든 입장이었다. 안 전 후보 앞에서든, 정치 9단이라고 하는 박지원 대표 앞에서든 대선이 끝나기 직전까지 이래저래 침묵모드를 유지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 전 후보의 등판으로 당의 이미지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면 가만히만 있진 않을 거다. 초선의원은 초선의원들대로 당의 중진들은 중진들대로 안철수의 “이 당은 내거야!”하는 강고한 의식에 왈가왈부하기 싫어 입 꽉 다물고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두고만 보고 있을 것 같지는 않을 거로 본다.
 
잠깐 시선을 돌려보자. 아동문학에 ‘이강은 내거야!’라는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인 인디언 소년 알공깡은 할아버지와 아름다운 호숫가로 구경나왔다가 주변의 신기한 것에 반한 나머지 “이강은 내거야!”라고 소릴 지른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알공깡을 데리고 강의 상류에서 하류까지 여행을 떠난다.  그러던 중 알공깡은 강가에서 노니는 온갖 동식물을 보며 “할아버지 이강은 새들과 사슴, 물고기들의 것이기도 해요,”하고 말한다. 알공깡은 여행을 통하여 아름다운 자연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던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이 당은 내 당이야, 지금 물러나 있으면 나는 잊혀 지고 말아’ 하는 시선에서 내린 정치공학적인 결정과 바닥민심 사이에는 간극이 클 수밖에 없다. 안  전 후보를 바라보는 당원들의 피로도도 극심한 상태다. 아무쪼록 안 전 후보는 자신의 출마문제를 외눈박이 식으로가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판단했으면 한다.
 
*글쓴이/박정례 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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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3 13:37 2017/08/0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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