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발 ‘녹두프로젝트’와 ‘동북아협력체재’-③
-시베리아여행을 기억하며-③
[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정동영 대표가 <녹두프로젝트>를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동북아협력체재 나아가 동북아연합에 대해서 거론했다. 그가 말하는 녹두는 압록강(鴨綠江)에서 ‘록(녹)’자를, 두만강(豆滿江)에서 ‘두’자를 따서 붙인 이름으로서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자는 정책이다.
참고로 압록강은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서북쪽의 천지부근에서 발원하여 우리나라와 중국의 국경을 가르며 서해로 흘러드는 강이고, 두만강은 백두산 동남쪽 대연지봉의 동쪽 기슭에서 발원하여 동해로 흘러드는 강이다. 대저 세계 4대문명의 발생지 모두 자원의 보고인 강을 끼고 발달한 것에서 보듯이 압록당과 두만강 또한 둘 다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서 시작한 점이 커다란 의미가 있다 하겠다.
마침 알프스산을 좌우로 라인강과 다뉴부강을 끼고 있는 유럽은 중세의 암흑기를 거쳐 세계 1,2차 세계대전을 겪었으면서도 전쟁 후 불과 7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 제일의 선진국이 돼있다. 우리도 부단한 노력과 뚝심으로 남북이 함께 번영을 구가해야한다.
녹두프로젝트와 동북아협력체재
전쟁 없이 잘 살아보자는 것이 정동영이 말하는 <녹두프로젝트>고 남북미중일러가 다자간 협력과 이해를 바탕으로 당장 동북아연합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북아협력체재를 구축하자는 의견이다.
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남북미중일러가 상호존중을 하며 방해세력인 냉전세력을 단호하게 경계해야 한다. 그것은 명민한 대처와 정교한 실천방안과 상대를 인정하는 통 큰 양보에 기반 했을 때 실현된다. 정동영은 이를 한데 묶어서 ‘큰마음정신’이라 부르고, <녹두프로젝트>와 동북아협력체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저마다 새겨둬야 할 6개의 준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 정동영 대표는 과거에서 배우고 현 위치에서 지킬 건 지키자고 강조하고 있다. <녹두프로젝트>를 뒷받침하는 선례로서 110여 년 전 안중근 의사가 주창한 ‘동양평화론’과 EU의 성공사례를 예시하고 있다. 먼저 후자인 EU는 1950년 프랑스의 로베르 슈만과 독일의 콘라드 아데나워가 ‘유럽석탄철강공동체’라는 경제협력체 구상으로부터 발단되었고, 단일유럽법과 1993년 마스트리히트조약에 의해 ‘유럽공동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출범하면서 회원국 12개국에서 오늘 날에는 28개 회원국의 유럽연합체를 형성하였다.
그런데 안중근 의사는 이보다 먼저 110여 전에 ‘동양평화론’에서 단일화폐, 단일군대 등을 주장하였다. 그 중요내용은 한.중.일 삼국은 서로를 대등한 국가로 인정하고, 이웃국가에 대한 침략과 영토 확장을 시도하지 말 것이며, 서로 평화적으로 공존.공영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실천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여순(뤼순)을 중심으로 동양평화회의를 조직하고, 3국 공동은행 설립과 함께 공동화폐 사용, 3국 공동의 군대를 창설하고, 나라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각기 이웃나라의 언어를 익히고, 상공업의 발전을 도모하자고 강조했다. 이를 보증하기 위해서 로마교황청을 비롯한 이해당사국이 아닌 밖에서의 외교적 인증을 말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다자간 외교다. 동양의 정치-경제-문화 공동체를 국제적으로 선포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이등박문이 극동평화론으로서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합리화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류사적으로 볼 때 진정한 승리자는 누구인가? 안 의사의 공용화폐 사용 안(案)은 지금으로 봐도 획기적인 제안이 아니겠는가. 유럽연합의 공용화폐인 유로화 사용을 보라.
녹두프로젝트와 동북아협력체재의 성공을 위해
다시 말하지만 정 대표는 <녹두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이 ‘큰마음’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주장의 기저에는 냉전세력들이 구사하는 은밀하고도 끈질긴 방해와 호전성에 대한 경계심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70년 이상 고착돼온 남북의 대결구도와 4대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위치는, 북한이 대륙세력인 중.러와 가까운데 반해 한국은 해양세력인 미.일과 좀 더 밀접한 관계로 양측이 피차 편중돼 있거나 기울어져 있는 상태이다. 이를 극복하여야만 <녹두프로젝트>의 성공과 동북아평화체재를 구축할 수 있는데 각국이 ‘큰마음정신’과 아래의 ‘6개 준칙’을 지켜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자고 한다.
-과거를 묻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서둘러야 한다.
-받는 만큼 돌려줘야 한다.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서로 믿어야 한다.
-이해와 존중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110년 전에 안 의사가 주창했던 것은 한.중.일 삼국 중심의 전략이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시대변화를 반영한 미.러를 포함한 4대국 보장과 ‘6자간 협력체재’를 주장했고, 오늘 날 정동영은 <녹두프로젝트>를 통한 남북한의 번영과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현실 극복과 국제외교사적인 관점에서 남북미중일러의 ‘동북아협력체재’를 구축하자는 진화 발전된 비전을 말하는 거다. 이어 EU처럼 동북아연합으로까지 발전하면 더 좋다는 말이고.
연해주의 옛 이름은 해조다. 1860년 농민 13가구의 이주를 시작으로 조선인들은 해조 땅에서 새로운 삶을 가꾸기 시작했다. 독립항일투사들도 해조 땅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안중근 의사와 함께 11명의 애국지사들이 단지동맹을 맺은 곳도 해조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녹두프로젝트는 폭넓은 대동정신을 기반으로 새롭게 부상한다. 선각자는 시대를 타고 나기에 고 김대중 대통령의 4대국 보장론과 6자회담 정신을 이어받아 정동영은 남북미중일러가 해조에서 ‘해조평화회의’를 열자고 강조한다. 남북미중일러 6국은 당장에라도 가능한 경제-문화 치원의 협력체를 구성하자는 것이 정동영 제안의 요체이다. ‘큰마음’을 갖고 ‘6개 준칙’을 지켜나간다면 길은 열려있고 마음은 통한다.
*글쓴이/박정례.르포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