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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상황 정리 짜집기판/ 새벽길

출처: http://blog.naver.com/gimche/140015153347

 

룰라와 브라질 노동자당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하나?

두달 사이에 룰라에 대해 언급된 글들을 모아서 짜집기했다.

김영길이라는 언론인의 글을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보를 획득할 수는 있을 듯하다.

 

룰라는 지난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유엔과 한국 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6차 정부혁신 세계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온 것인데, 실질적인 주된 목적은 한국과 일본, 나아가 아시아 지역의 브라질에 대한 투자유치를 촉진하는 것에 있었다. 민주노총의 이수호 위원장을 만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의 초점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유사성에 있었다. 한 때나마 주위 사람들에게 노무현과 룰라는 다르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ㅡ.ㅡ;;

 

소위 좌파 정권이 "급진적인 개혁 탓에 기득권층의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부패로 인해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현실은 정말 씁쓸하다. 대안도 딱히 보이지 않고... 제일 바라지 않았던 상황이다.  

 

진보평론 2005년 여름호에는 룰라와 브라질 노동자당이 왜 이 지경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Alfredo Saad-Filho/ Lecio Morais가 잘 정리해놓았다. 이것은 웹에는 없고, 책을 봐야 한다. ㅡ.ㅡ;; 조금 길긴 하지만, 술술 읽을 수 있다.


Shattered Dreams:Lula, Neoliberalism and the Twilight of the Brazilian Workers' Party
산산이 부서진 꿈: 룰라, 신자유주의 그리고 브라질 노동자 당(Workers' Party)의 황혼
(Alfredo Saad-Filho/ Lecio Morais-번역: 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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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길 없이 확산되는 룰라 대통령의 '8월 위기설'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71>

프레시안 2005-07-18 오전 9:36:05

 

사면초가 처한 룰라, PT당 탈당 강력 시사

사상 최악의 뇌물 스캔들에 쿠테타설도 나돌아

민중언론 참세상 윤태곤 기자 peyo@jinbo.net 2005년07월18일 15시02분

 

브라질 노동자당,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

[해외칼럼주장] 룰라, 좌파 집권 프로젝트 안정화 미명 하에 국회의원 매수

민중언론 참세상 조세 꼬레아 레이치 (번역: 전소희 - wto반대국민행동 사무처장) 2005년07월15일 16시13분

 

브라질 노동당의 어두운 장래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68>

프레시안 2005-07-04 오전 11:47:29

 

위기에 빠진 브라질 룰라 대통령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66>

프레시안 2005-06-24 오후 2:30:46

 

노동자 출신 대통령 룰라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룰라,국제 국내 문제를 막론하고 연이은 갈짓자 행보

민중언론 참세상 윤태곤 기자 peyo@jinbo.net 2005년05월23일 19시21분

 

브라질, 룰라의 아킬레스건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59>

프레시안 2005-05-26 오전 10:32:52

 

룰라, 한국에 오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소중한' 만남

월간 사회운동 2005 년 6 월 (55호) 정지영 | 사회진보연대 정책편집부장 발간일 : 2005-05-30

 

1만2천 브라질 농민, "룰라는 약속을 지켜라”

경찰 폭력 진압으로 응수, 룰라와 브라질 민중 완전히 갈라서나

민중언론 참세상 윤태곤 기자 peyo@jinbo.net 2005년05월18일 19시19분

 

서방언론들이 본 브라질 룰라의 리더십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57>

프레시안 2005-05-21 오전 11:17:46



1. 룰라의 리더십

 

룰라의 취임 초부터 브라질 대통령궁 출입기자로 일해왔던 유력 서방 언론사의 한 특파원은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외신기자협회 이사회모임 후 필자와의 대화에서“룰라 대통령은 언론을 유효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더라”면서 “국가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나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모습을 언론에 보여주고 해결방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 등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룰라의 인기는 취임 초에 비해 바닥권에 머문다고 분석했다.


물론 룰라 대통령의 당 장악력에도 문제가 있지만 룰라의 통치스타일이 부의 공평분배를 추구하는 정책을 약속하고도 사회주의를 지향한다거나 자본주의를 배척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중도주의를 걷고 있어 구심점을 잃은 당원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지적이 있다. 또한 취임 초 선언한 극빈서민 위주의 민생 우선정책도 경제난에 발목이 잡혀 IMF와 대기업들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난이 당내일각에서 강하게 일고 있어 좌도 우도 아닌 룰라의 애매모호한 행보가 당원들간의 반목만 부추긴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브라질의 중앙정치무대에서 기반이 허약한 노동당은 최근 뇌물파동 이후 당이 사분오열 되고 민심은 노동당과 룰라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 국민들의 지지도가 수직으로 하향곡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2. 외교문제

 

룰라 대통령의 외교력과 국정수행능력에 대해서 역시 서방언론들은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있었던 중남미-아랍연합 정상회담에서도 룰라는 자신이 호스트이면서도 협력자이자 경쟁관계인 초대손님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에게 모든 면에서 압도당하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는 후문이다. 또한 서방언론들이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양 대륙의 정상회담 기간 동안 이 회담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야 할 브라질정부의 핵심 주무부서 장관들(산업자원부 장관과 내각 수석장관,브라질 국립개발은행장 등)이 리우에 있는 한 경제세미나 참석을 위해 대거 자리를 비운 해프닝이었다.


그리고 룰라는 4월 말 측근 인사를 베네주엘라로 보내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차베스에 전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주도의 FTAA에 맞서 베네주엘라의 우고 차베스와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아메리카를 위한 볼리바르 대안’(Bolivarian Alternative for the Americas, ALBA'이라는 새로운 경제블록을 라틴 아메리카 모든 국가들에게 제안해놓고 있다. 미국의 FTAA안은 쿠바를 제외한 아메리카 34개국을 모두 포함하고 있고 베네주엘라와 쿠바의 ALBA 안은 미국을 제외한 라틴아메리카 모든 나라들을 포괄하고 있다.


또한 룰라는 5월 10일에는 브라질리아에서 남미-아랍 34개국의 정상들을 모아 제1회 아랍연합-중남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양 대륙간 관세특혜협정 체결과 미국의 일방적 국제 정책에 대한 분명한 반대 내용을 담고 있는 브라질리아 선언문 채택을 주도하기도 하였지만, 좌파정당의 지지로 당선됐으나 측근 비리와 급격한 경제자유화 정책, 친미노선등으로 인해 민중들과 의회에 의해 축출당한 루시오 구티에레스 에콰도르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군용기를 보내 구티에레스와 그 가족들을 브라질로 빼돌려 에콰도르 민중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다.


2. 부패ㆍ뇌물파동

 

지난 6월 6일 야당인 브라질노동당(PTB)의 로베르투 제퍼슨(Alberto Jefferson) 대표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PT당의 총무이자 재정위원장인 데루비우 소아레스(Delubio Soares)가 각종 입법활동에서 여당을 미는 조건으로 야당인 민중당과 자유당 의원들에게 매달 세비 외에 비공식봉급(남미 의회와 행정부공무원들 사이에서 관행처럼 이어져온 뇌물)을 3만 헤알(한화 약 1,500만원)을 주고, 야당이지만 PT지지로 돌아서는 의원들에게는 100만 헤알(한화 약 5억원)을, 그리고 자신이 소속한 노동자당에게는 ‘정치 계약’의 일환으로 4백만 헤알 (약 20억원)을 줬으며, 이런 계약에는 노동자당 대표 조세 제노이누(Jose Genoino)가 직접 개입되어 있다’고 폭로하였다. 제퍼슨은 “지금까지 밝혀진 룰라 정부내의 부정부패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정부투자기관과 관련업체, 그리고 정부의 고위공무원들이 담합하여 뇌물이 오간 각종 자료를 공개했다. 말썽이 된 비공식봉급은 정부에 협조한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입각하지 못한 집권노동당간부와 원외당원들에게도 광범위하게 지급되었다는 폭로가 뒤따라 룰라의 청렴성과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혔다.


이로 인해 룰라 정부의 전 민간 국무총리이자 오른팔이었던 조세 디르세우(Jose Dirceu)가 6월 16일 사퇴를 해야만 했고, 룰라 정부에게 남아있던 최소한의 도덕성까지 파탄나고 말았다. 처음에 룰라 대통령은 뇌물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절대로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며 해당 의원을 명예훼손죄로 하원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에 이르렀지만, 브라질의 한 언론사에 의해 중앙우체국 고위관리가 룰라의 최고위층의 한 간부에게 두툼한 현찰봉투를 건네는 순간을 포착한 몰래 카메라 필름이 방영됨으로써 뇌물사건이 사실로 밝혀지자 디르세우 수석장관이 총대를 메고 자진 사임을 하게 된 것이다.


이미 지난 해 2월, 2002년 대선 당시까지 PT당 대표를 지냈고 룰라 정부의 선임 장관인 조세 디르세우의 하원 담당 자문역인 왈도미루 디니즈가 브라질 최대의 카지노 업주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당시 PT당은 이 사건을 ‘개인 비리’로 처리하고 넘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메가톤급 폭로로 인해 PT당의 창당 주역으로 각각 룰라 대통령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리던 조세 디르세우 선임 장관과 조세 제노이누 PT당 대표가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룰라는 조세 제노이누 전 PT당 대표와 소아레스 전 재정위원장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조세 디르세우 전 선임장관이 이 사건에 깊숙이 연루되었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룰라의 측근들이 브라질 내 일부 언론사 편집장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네며 여론몰이를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 확산되고 있는 형편이다.


룰라 대통령은 이번 뇌물사태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할지라도 행정부와 집권당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부정부패를 사전에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하여 즉각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가 이 지경으로 확대되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브라질 역사상 최대의 뇌물파동으로 집권 노동당의 창당멤버이자 당을 이끌어 온 3두 마차 가운데 조세 디르세우 수석장관과 조세 제노이누 당 총재가 정계를 떠난 이후 룰라 대통령의 최후선택만이 남은 것이다.


3. MST와의 관계 악화를 비롯한 국내 실정


지난 1984년 최소한의 토지도 소유하지 못한 브라질전역 23개 주 4백60만 이상의 소작농촌 가장들로 결성된 MST(Movimiento de los Sin Tierra - 무토지 농민운동)는 룰라 대통령의 대선도전의 최대의 동맹군이었다. 룰라는 선거유세 중 이들을 향해 “내가 농지개혁을 통해 여러분들이 땅을 갖게 할 것이고 여러분은 다시는 농장 점거에 나설 필요가 없을 것”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룰라는 대선에 승리한 이후 이들에게 한 공약이행에 등한시했고, MST는 룰라 정권을 향해 선거공약 이행을 외쳤다. 그래서 지난 5월 브라질전역에서 2만여 토지 없는 가정이 길가에서 텐트생활을 하면서 룰라가 자신들에게 한 약속이행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1만2천여명의 고이아스주 MST회원들이 룰라와의 면담을 외치며 브라질리아로 도보행군을 하였다.


사회개혁을 통한 농지분배를 외치는 1만 2천명의 브라질 농민들은 5월 1일부터 17일간 250Km의 대행진 끝에 브라질리아에 입성해 ‘농지개혁’ ‘FTAA 반대’ ‘미국반대’를 외쳤다. 브라질 대통령궁, 의회,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인 농민들은 특히 미국 대사관 앞에서 패스트푸드 제품등을 태우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는데, 이에 대해 브라질 경찰들은 폭력으로 응수했다. 농지개혁을 주 내용으로 하는 16가지 항목의 요구안을 가지고 간 MST대표와 룰라 대통령이 만나 대화하는 동안 대통령궁과 의회 앞에서는 기마경찰을 선두로 한 경찰 병력의 진압이 시작된 것이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최소 30명의 MST 농민들이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러한 충돌은 룰라 정부 출범 이후로 따지면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17일의 시위에서 MST는 농지개혁 외에도 최저임금 인상, 아이티로부터 브라질 군인의 철군등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MST의 시위대 중에는 브라질 국기보다 베네주엘라 국기를 흔드는 사람들이 더 많기도 했다.


브라질의 경작 가능한 토지의 대부분을 인구비율 0.6%의 극소수의 대지주들이 소유(1%의 사람들이 45%의 농지를 소유하면서 1억8천만명의 소작인을 거느리고 있다)하고 있으며, 31%를 차지하는 농부들이 소유한 토지는 1.4%에 불과한 현실이다. 이에 MST본부는 브라질의 불평등한 토지 소유 체제를 혁파하는 것을 목표로 자신들에게 자녀들과 먹고 살 만큼의 곡식과 채소를 경작할 최소한의 토지라도 분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룰라는 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인가?


룰라의 신자유주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룰라는 집권 이후 경제, 사회 전반에서 일관되게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실행했고, 향후에도 룰라는 이런 정책들을 심화하면 심화했지 스스로 철회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한 때 전 세계 좌파의 유력한 희망으로 부상했던 그가 직접 나서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외국자본에 투자를 구걸하며 온갖 반-노동자적, 반-민중적인 조치들을 약속하는 투자유치단장 역할을 자임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IMF의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수용했고 ‘선성장-후분배’ 기조에 따라 연금제도를 ‘개혁’했다. 브라질은 인도, 러시아, 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로 불리며 국제 투기 자본들의 찬사를 받고 있고 룰라 또한 1세계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고금리 정책’ ‘밀어내기식 자원 수출’을 통한 국제투기자본 비위맞추기가 존재한다는 혹평이 여기저기서 제출되고 있다.


룰라는 후보 시절 IMF와의 협약을 통해서 카르도주 시절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 외채 지불과 강력한 긴축정책, 인플레이션 억제, 민영화/사유화 정책 고수, 노동부문 개혁 등이 그 내용이다. 당선 이후 그는 외채 지불을 충족하기 위해 전임 카르도스 정권과 IMF가 긴축 재정을 통해 GDP의 3.75%에 해당하는 재정흑자를 내겠다는 약속을 했던 것보다 한 술 더 떠 재정흑자 목표를 4.25%로 상향 조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외채 지불을 위한 흑자 재정은 대부분 사회 복지 예산의 삭감으로 충당되었다. 무토지 농민들에게 거대지주들의 노는 농지를 구매해 분배하겠다는 농지개혁 프로그램과 ‘포미제로’라는 이름의 기아 추방 프로그램도 재정흑자 목표 달성을 위해 대폭 축소했다.


브라질은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5차 WTO 각료회의를 무산시킨 농산물 수출 개도국들(G-21)의 반발을 주도했는데, 이는 브라질의 농산물 수출기업들을 보호하고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한 룰라 정부의 전투적인 방어였지 세계화나 WTO 체제를 반대하고 제3세계 가난한 농민, 농업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은 결코 아니었다. 같은 맥락에서 룰라 정부는 FTA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FTAA를 반대하는 MST 조직, 사회운동 조직들은 2002년에 FTAA 반대 국민투표를 조직하여 천만 명 이상 참가, 95% 이상의 반대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룰라는 그 투표에 참가하기를 거부했고, 노동자당에도 투표에 개입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당선된 후에는 서비스 시장, 투자, 지적 재산권에 대한 미국의 개방 요구를 수용하고, 그 대가로 미국이 농산품 등의 분야에서 무역장벽이 낮출 것을 요구하면서 오히려 FTAA 협상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룰라는 노동자에게 공격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사회경제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서는 노·사·정 사이의 사회협약이 추진되었는데, 그 내용은 법인세 감축과 외국인 투자자 세금 혜택을 골자로 하는 세금 개혁, 노동 비용 절감과 복지 정책에서의 후퇴를 골자로 하는 사회안전망 개혁이었다. “노동자 대통령”이 노동자들을 후려치고 있는 꼴이지만, 노동자당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브라질노총(CUT)은 룰라 정부의 퇴행적이고 반동적인 노·사·정 협의에 대한 반격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브라질노총의 상층부를 정권의 자문단, 입각 내정자, 노동자당의 선거 후보자로 흡수하고 보조금 등을 통해 포섭하는 룰라의 실질적 혜택도 작용한다.


사실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지난 세계사회포럼에서부터 룰라와 브라질 민중들 사이에 간격이 있음이 드러났다. 포르투 알레그레와 다보스를 왔다 갔다 하며 양다리를 걸친 룰라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연설장 밖에서는 브라질의 노조, 농민들을 중심으로 룰라 반대 집회가 벌어졌고 제임스 페트라스 빙햄턴대 교수가 그 집회에 참가해 룰라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맹공을 가하기도 했다.


4. 정치 상황

 

룰라 행정부는 구세대 정치인들을 능가하는 부패 양상을 보여 브라질 정국에 총체적인 위기를 불러 왔고 이 위기는 룰라와 노동당을 파멸의 길로 몰아 가고 있다고 남미의 정치평론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룰라 정부와 노동자당의 위기는 룰라 행정부가 신자유주의에 대한 지지, 이로부터 촉발된 논란과 노동자당의 방어적 태도와 맞물려 있다. 이번 사태는 새로운 정치를 향한 매개로서의 노동자당의 도덕적 유산, 신뢰와 정당성을 완전히 붕괴시키고 있다.


‘투까노 tucano’[브라질민주사회당의 별칭]들이 카르도주가 집권한 8년 동안 여당을 이루면서 사유화와 거시경제적 규제를 통해 금융자본의 이해관계에 노골적으로 복무하는 ‘도매’ 식의 합법적 부정부패에 기반했다면, 룰라 정부는 좌파의 집권 프로젝트를 안정화한다는 미명 하에 개별 국회의원을 매수하는 ‘소매’ 식 전통으로 되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페르난두 엔리케 카르도수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회 내 연정과 부패한 우익 정부기관에 기반한 기존의 통치방법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노동자당은 이번 뇌물파동으로 이미 당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으나 야당들의 비난과 언론들의 제안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끝까지 야당의 정치공세라는 반박으로 일관, 집권능력이 있는 수권정당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이 앞장서서 구정치인들의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다른 나라의 진보정당들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점이다.

 

PT당 주류 세력들은 ‘룰라가 낙마하면 다음 대선에는 당내 최대 우파인 팔로치 재무장관이 대안으로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PT당이 더욱 우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당내 좌파와 브라질 민중들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가하고 있다. 친정부 좌파 - ‘민주적 사회주의 Socialist Democracy(DS)’와 ‘좌파연합 Left Articulation' 주류 지도부 - 는 델루비우를 비호하기 위해 당 관료들과 디르세우의 계략 뒤에 줄을 서고 있으며, 동시에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약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타르시시우 짐머만 Tarcisio Zimmerman, 올란두 데스콘시 Orlando Desconsi, 호아웅 그랑다웅 Joao Grandao 등 의회 내 민주적 사회주의 의원들, 그리고 몇몇 좌파연합 의원들은 애초에 우정사업 관련 혐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라는 요구를 지지하지도 않았다.


PT당 직전의 집권당이며 PT의 최대 경쟁자인 사민당은 이 파문이 급진적 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며 룰라 정권의 지지율이 낮아지는 정도에서 막기 위해 비난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브라질의 ‘정통 우파’로 불리는 자유전선당만이 룰라와 PT당의 부패를 강력하게 공격하고 있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4. 대안?

 

투쟁과 저항이 거세질수록 룰라의 정치 행태도 강화될 것이다. 대중의 실리적인 기대의 일정 부분은 포섭하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은 배제하면서 투쟁의 통합력과 운동의 단결을 해치려 할 것이다. 실제로 룰라는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공공 부문의 파업은 무참히 짓밟았지만, 금속 노동자들에게는 일정 정도의 임금인상을 보장했다. 그리고 룰라가 언젠가는 초심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도 운동이 직면한 난관 중 하나다. 룰라는 초심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해방은 스스로의 투쟁과 운동으로 쟁취해야 하고 자신의 해방이 다른 사람의 해방과 맞닿을 수 있는 보편적인 권리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운동의 이념과 원칙을 잃은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인민의 삶을 볼모로 한 자본주의 위기 지연 방식인 한 ‘잃은 자들’의 불만은 언제나 존재해왔고 이를 대변하겠다고 자처하는 이들은 언제나 선거 전에는 가장 강력한 신자유주의 비판자였다가, 선거 이후에는 이런저런 변명과 현실적인 이유로 가장 충실한 신자유주의 추종자가 된다.


지난 1월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 참가자들은 룰라에 항의하는 시위를 조직하기도 했고, 룰라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그것을 당내에 관철시키는 독단적인 방식에 반대하는 지식인, 활동가들이 노동자당을 탈당하여 새로운 당을 만들기도 했다. 룰라에 반대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 금속 노동자들, 도시의 불법 점거자들의 파업과 투쟁도 있었다. 이런 투쟁은 아직 소극적으로 룰라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수준이고, 그것을 뛰어넘는 대안으로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다.

 

노동자당 좌파블럭(어떤 세력인지 확실하지 않다) 소속 의원 12명은 우정사업 관련 부정부패 혐의에 대한 감사를 애초부터 요구했고, 정부와 노동자당에 악영향을 미치더라도 제기된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책임자는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파블럭은 또한 정부 및 노동자당의 부패한 행동, 룰라 및 팔로치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그리고 이에 대한 여당의 지원이 갖는 연관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엘로이사 엘레나 Heloisa Helena의 사회주의와자유당(P-Sol)은 소속 의원들의 최근 선언에서 볼 수 있듯이 비종파적 태도로 노동자당 좌파와 연대를 하는 등 현재 위기에 긍정적으로 대응했다. 무엇이 어떻게 되던 간에, 엘로이사 엘리나는 2006년 선거에서 핵심 인물이며,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사면초가' 상태에 빠진 룰라를 향해 노동당 내의 석학으로 불리는 치코 데 올리베라 교수(상파울로대 사회학 교수)마저 'BRASIL de FATO'지와의 인터뷰에서 "룰라와 집권노동당은 국가의 장래보다는 당과 노동자들에게만 관심을 기울인 실패한 정권"이라고 몰아세우며, "룰라와 노동당은 돈은 가졌으나 권력은 갖지 못한 실패한 정부"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룰라는 내년 대선에 출마할 의지도 없으며 혹시 출마한다고 해도 재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이제 룰라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은 브라질 의회 내의 뿌리깊은 부패를 청산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의 재선 금지법을 상정하고 관료들과 국회의원들의 부정부패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정치개혁법을 완성시키는 것이며, 이것만이 자신과 노동당을 지키는 유일한 선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브라질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나아가 자신은 2006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룰라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7일, 브라질의 한 TV방송국은 룰라 대통령이 “PT당의 행위에 대해 더 이상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또한 향후 PT당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화면을 방송했다. 이 화면에서 룰라 대통령은 “PT당은 정권 출범 이후 당 노선의 방향을 과도하게 잃었고 이제는 허약한 정당이 되버렸다”고 최근 위기의 책임을 당에 떠넘기는 모양새를 보였다.

 

남미 현지의 정치평론가들은 '룰라 대통령의 8월 위기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군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경고했다. 룰라 정부는 집권 후 몇 번이나 군인 급여인상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 왔다. 군 봉급을 인상하면 전체 공무원들이 동요하고 인플레 요인이 생긴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공무원들과 노동당원들은 각종 비리에 개입해 돈을 물쓰듯하고 군은 박봉에 시달리며 어려운 생활을 하도록 내팽개쳐져 희생만 강요했다는 불만이 군 전체에 팽배해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룰라 정부를 향해 실력행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군부 전체의 불만이 위험 수위에 오르자 브라질 군부 지도자들은 "룰라 정부가 7월 급여를 어떻게 지불하는가를 두고본 다음 결정하자"고 하급장교들을 달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룰라의 8월 위기설을 부추기고 있다.

 

 

야래향

관련이 있는 것 같아서..글을 엮겠습니다. 2005/07/18 21:37

 

ㅅㅎㅊ

저기... 김영길씨 글은....대략 난감한 수준인데...사실관계도 과장되거나 틀리는 적이 많고...흠...인종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 편이라... 그 분의 글은 대략 신용을 안합니다만...

그리고 농민과 경찰의 대치... 그것도...참세상에 실린 것과는 좀 성격이 달랐는데...그것도 좀...

근데 참세상은 왜 그리 룰라와 PT에 필요이상으로(!) 민감하고 비판적인가요?

PT가 갖고 있는 한계에 대해서 무조건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김영길씨의 글이나 참세상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너무 함부로 한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함부로 찰 만한 만만한 성질의 정당도 나라도 아닌데 말이죠...말이죠...
2005/07/18 22:43

 

새벽길

야래향/ 넵.
ㅅㅎㅊ/ 저도 솔직히 애매하고 잘 몰라서리 뭐라고 말하기 어렵더군요. 그래도 있는 자료 가지고 한번 정리해보자고 한 건데, ㅅㅎㅊ님이 말씀해주시면 좋지요. 아는 수준에서라도 말이죠.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거든요. 베네주엘라에 대해서도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은 편이라, 난감한 점이 많아요.

MST와의 관계 설정문제, 연금개혁, CUT와의 관계, 그리고 PT 내에서 DS 그룹에 대해 더 알고 싶은데, 그러려면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해서리...
2005/07/19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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