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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선거 중간보고

어제 제가 거주하는 곳 모처에서 베네수엘라에서 온 분들을 모시고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 대한 중간보고를 들었습니다. 뭐 다들 아시는 바처럼 차베스의 지지율은 50%, 혹은 60%까지도 바라보고 있다고 하고, 상대편 후보의 경우 25% 정도 바라보고 있는데 "그것도 많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미 opposition의 경우 쿠데타 이후 시기를 놓쳤다"고 하더군요.

 

부르주아에서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는 무슨 opposition 쪽을 지지하는 세력이 카라카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운운하는데, 그건 다 헛소리고, 차베스가 나타나기만 하면 수백만명 씩 사람들이 운집하는 중이랍니다. 도로는 너무 좁아서 고속도로를 폐쇄해놓고 집회해야 된다고 하네요. 사실 이런 '동원'이 문제가 아니라, 민중들의 각성 수준이 중요한 것인데, opposition 쪽에서 무슨 헛소리를 하더라도 끄덕도 하지 않고 있는 민중들 수준이 발제자는 매우 자랑스럽다고 하더라구요. 제국주의적 질서와 국내적 상황에 대해서도 매우 잘 알고 있고, 차베스와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의식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사실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는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별 이변없이 끝날 것 같고, 세계 사람들의 관심은 오히려 베네수엘라 민중들이 이후의 사회주의 혁명 (일국이든 세계적 수준이든) 에 대해 어떤 복안들을 가지고 있나 하는 점일 듯 합니다.

 

1. 도전들

 

다들 아시는 바처럼 베네수엘라는 내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는 중입니다. 그중 가장 큰 것이, 특히 콜럼비아 등에서 건너와 있는 paramilitary들, 그리고 혁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안위를 위해서 (공무원 월급과 복지수준이 꽤 좋다고 하네요) 정부에 들어와서 혁명을 방해하는 사람들, 뭐 이런 점들이라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베네수엘라 내에 콜럼비아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꽤나 거주해왔고 해서, 이들이 어떤 반혁명적 조직에 가담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매우 힘든 상황이랍니다.

 

외부적으로는, 차베스의 국제적 행보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많지만, 45년 반둥회의의 주역들 수준의 그런 저개발국 중심의 카리스마들이 결집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를 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아시아에서는 네팔을 지금 주목을 좀 해봐야한다고 하고. 어쨋든 이번에 산디니스타도 돌아오고 했으니 라틴 아메리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 지켜보는 것은 여전히 의미가 있을 듯 합니다. (여담이지만, 발제자분이 Che, Fidel, Chavez, Evo라고 적힌 빨간 티셔츠를 입고 오셨던데, 매우 탐나더군요. ㅎㅎㅎ)

 

2. 질서재편의 계획들

 

인민위원회

 

7만 개 이상의 협동조합(co-operatives)들이 생겨나고 노동자 자주관리가 현실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시겠지만 책도 한권 나왔지요.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인민위원회같은 것이 각지에서 꾸려지고 있는데, 중요한 점은 이 인민위원회 수준에서 '생산'을 책임진다는 것이예요. 그러니까 허울만 좋은 지방자치제 뭐 이런 것과는 수준이 다르다는 점. 예를 들어줬는데 뭐 그런 식이라고 하네요.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올해는 상황이 이러저러하니까 나랑 너랑 쟤랑 셋이서 옥수수 농사를 지을께, 너는 그걸 매니지를 하고, 걔는 다른 사람 하나랑 판로를 좀 모색해보고... 이런 인민위원회들을 포괄하는 상급단체가 있고, 이것이 대통령 산하 기관으로 바로 보고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런 위원회들이 얼마나 만들어져있는 지는 주 정부의 성향이 어떤 지에 따라 좀 다르긴 하다네요.

 

장기적으로는 이들이 현재의 부르주아 국가를 외부에서 둘러싸고 국가를 대체하거나 하는 이런 전략적 관점이 필요할 텐데, 이에 대해서는 논의를 시작하려는 참이랍니다. 4월에 나온 법안이 이런 내용들과 특히 국가에 대한 논의를 포괄하고 있답니다. 볼리바리안들을 혹시 보신 분들을 알겠지만, 볼리바리안 헌법을 조그만 책으로 해서 항시 소지하고 다니잖아요? 이 4월의 법안도 요즘 그런 유행을 타고 있나 봅니다. 번역을 좀 해야 할텐데...

 

토지개혁

 

토지를 몰수해서 빈농이나 소작농들에게 평등하게 분배하는 토지개혁에 대해서 질문이 나왔는데, 이게 정부수준에서는 어떻게 되고 있는 지 모르겠고 농민들 수준의 투쟁이 일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다가 살해도 당하고 그런다네요. 베네수엘라도 수도 근처 (전체 토지의 5%) 에 전 국민의 40%가 몰려 사는 등 인구의 집중율이 높아서, 농촌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낙향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그런 점도 토지개혁의 걸림돌이라고 합니다.

 

전위당 건설

 

워낙 혁명 조직들 사이에 정치적 경쟁이 심하여 차베스가 요즘 제기하고 있는 것이 혁명을 위한 단일 정당 건설인데, 이에 대한 논의가 잠시 있었습니다. 현재 존재하는 정당들은 다 10-20년 정도 된 신생정당들이고, 공산당의 역사가 60년 정도 되었는데, 공산당도 단일정당 건설에 큰 이의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하네요. 생각을 해보시면 이게 정말 단순한 문제가 아닐 것을 아시겠지만, 아무튼 이런 문제들이 선거 후, 내년 1월 이후로 미뤄져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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