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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적수 없는 차베스, 12월 대선 앞두고 자신만만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94> 세계적인 사회주의 세력 구축 선언  
2006-09-12 오전 9:59:11

 

"사회주의는 소멸되지 않았다. 다만 잠들어 있었을 뿐이다. 이제 사회주의가 부활할 때가 됐다. 나는 범세계적인 사회주의를 이끌 강력한 정치세력을 구축할 것임을 선언한다."
  
  유엔에서 미국을 역할을 약화시키기 위해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전 세계 순방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는 12월에 치러지는 대선유세를 시작하면서 외친 일성이다. 지난 10일 수도 카라카스 중심가인 볼리바르 대로에서 열린 대선유세장에서다.
  
  차베스는 이어 베네수엘라 내 정치세력의 단합을 촉구하고, 전세계 사회주의 정치세력을 이끌어갈 '볼리바리안 혁명당' 창당을 천명했다. 베네수엘라 집권 여당인 기존 제5사회혁명당과 친()여권으로 분류된 4개의 정당을 하나로 묶는 거대 여당을 탄생시켜 자신을 지지하는 전세계 사회주의 정치세력들을 이끌어 가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볼리바리안 혁명을 외치는 차베스가 이제 자신의 정치적인 꿈을 중남미통합에 한정시키지 않고 범세계적인 신사회주의 혁명으로 확대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범세계적인 사회주의 정치세력의 통합을 선언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 베네수엘라 정부


  차베스는 이 같은 자신의 정치적인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오는 12월 대선 승리를 전제로 2010년 대통령 연임제한을 철폐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떠돌던 2030년까지의 집권계획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그러나 차베스는 "내 개인적으로는 개헌에 대한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대통령 무제한 연임제 개헌은 내가 아닌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자신의 장기집권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의사에 달려있다는 얘기 속에는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물러나겠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기도 했다.
  
  차베스는 이날 자신의 차기 대권 도전은 28명에 이르는 야당후보들과의 싸움이 아닌 미 제국주의와의 전쟁이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선거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특수군 중령 출신의 차베스는 군 작전을 수행하듯 선거운동을 추진하고 있어 흥미를 끈다.
  
  이 자리에서 차베스는 자신을 지지하는 차베스주의자(Chavistas)들로 구성된 선거 운동원들의 조직은 군대와 유사한 편제를 띠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차베스가 밝힌 선거운동원들은 11358개 규모의 대대와 44698개로 세분된 소대 규모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 소대원들은 일인당 10명씩 차베스 지지표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치열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군대조직을 본뜬 차베스 지지세력은 전체 1000만 표 득표를 위해 베네수엘라 전역의 가가호호를 방문해 차베스 지지를 호소하고 선거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야말로 정치인 차베스가 선거불패 신화를 이룰 수 있게 해준 진정한 힘인 것이다.
  
  '차베스의 대선게임은 이미 끝'
  
  현지 정치평론가들이 차기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차베스에게 대적할 유일한 대항마로 꼽고 있는 인물은 주지사 출신인 민주행동당(Accion Democratica) 마누엘 로살레스 후보다.
  
  로살레스 후보는 자신은 미국의 괴뢰정권이 아니며 그렇다고 쿠바를 무작정 지원해 주는 차베스형 정부도 아닌 진정한 민주정부를 수립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로살레스가 차베스를 압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현재 차베스의 지지율은 약 60%이며 로살레스가 30% 선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차베스는 사실상 대선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고 이제 사실상의 관심사는 어느 정도까지 지지세를 확보 하느냐는 것이다. 차베스의 대선게임은 이미 끝난 상태라는 얘기다.
  
  한편 차베스가 범세계적인 사회주의 주도세력이 될 것임을 자처한 건 최근 그가 중남미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연달아 순방하면서 자신을 향한 지지세를 확인하고 폭넓게 퍼진 반미감정을 실감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최근 아랍연합국가들이 차베스 지지를 선언한 것도 이변으로 꼽힌다. 아랍연합은 전통적으로 친미파 국가들이 주도해 왔으나, 최근 중동사태가 악화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쿠웨이트 등 22개국이 베네수엘라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지지했다는 것이 차베스의 주장이다

중동의 <알 자지라> 방송국을 방문한 차베스. 아랍연합국가들도 차베스 지지를 선언했다. 베네수엘라 정부


  베네수엘라의 안보리 진출을 자신하고 있는 차베스는 "전세계 국가의 과반수 이상이 미국에 등을 돌리고 베네수엘라를 지지하고 있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나는 전세계 개발도상국들과 인류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미 제국주의와 싸우고 있다"고 주장한 차베스는 "기필코 안보리에 진출해 제3세계 국가들의 입장을 대변하겠다" 고 목청을 높였다.
  
  차베스는 이어 "미국 국내에서조차 나를 지지하는 세력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제국주의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큰소리 치기도 했다.
  
  차베스가 대선을 앞두고 부쩍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외교적인 대결 구도로 판을 이끄는 것은 자신의 호언대로 유엔 안보리에 진출한다면 세계 최대강국 미국을 누른 외교적인 승리로 평가를 받게 될 것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만일 베네수엘라가 안보리 진출에 실패한다 해도 미국의 방해와 압력 때문이란 걸 부각시켜 반미감정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결국 상황이 어떻게 변해도 차베스나 베네수엘라는 잃을 게 없다는 얘기다.

 

김영길/프레시안 기획위원

출처: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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