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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하는 사람이 노동자이건 아니건 알 게 뭐람

 

42차 전(全) 구로동 은하-변혁주의자 테란 지회 대표자 연석 회의에서 전 은하 소비에트 보내는 성매매 하는 사람이 노동자인가 아닌가 안건 토론 속기록에 대한 의견 첨부 중 발췌
 
trans. by GlaDOS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다. 이 한마디에서 이 사람이 노동자인지 소생산자인지 소위 농경영자인지 구분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당근 몬산토 당근 농장에서 당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노동자이거나 중간 관리자일테고 충북 진천 어느 산자락에서 자기 땅을 일궈먹는 사람이라면 보통 소생산자라고 부를 것이다. 혹은 동네 할머니 30명쯤에게 일당 3만원씩 주고 농장을 경영한다면 자본가라고 규정될 것이고 마약 조직의 땅에서 양귀비를 키우고 일정 비율을 상납하고 남은 걸 암시장에 팔아서 먹고 산다면 농노라고 할 수 있다. 고전적인 단어를 듣고 싶다면 워낭소리의 소가 사실 사람이었다 ... 라면 노예란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심지어 지구탐험대에 나올법한 오지에서 부족민들끼리 조촐하게 짓고 있다면 친북좌익 공산공동체의 구성원일 확률도 있다!
 
뭐 비슷한 이치로 성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본질적으로 어떤 계급이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사실 위에 상술한 웬만한 '계급'의 역사보다는 유서가 깊으니까. 이 사람들이 이른바 생산관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는가 혹은 생산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등등을 고려해야 견적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어떻게 보면 이 사람들에게 '몸' 이외에 다른 생산 도구가 있을 수 없으니까 몸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을테니 얘들은 소생산자다 ...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일단 '몸'의 통제권이 자신에게 없는 경우는 넘어가고서라도 '몸' 하나로 성매매를 하기란 쉽지않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오늘부터 성매매를 해서 월세를 내야한다고 가정하고 성매매를 하기 위한 준비물을 챙겨보자. 피임도구나 휴대폰 이런 세세한 거는 대충 넘어가고, 일단 무엇보다 구매자를 찾는 단계에서 일차로 벽에 부딫히게 될 것이다. 뭐 생활 정보지에 휴대폰 번호 남겨놓고1 ...  이런 어중간한 생각은 경찰의 단속을 도울 뿐일테니까.  즉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서는-경쟁자를 물리치거나 경찰이나 양아치 등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서는-안전하게 구매자를 접선할 수 있는 장소 혹은 연락망, 또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대포폰이나 위장 사무실, 혹은 관료나 경찰 때로는 조직폭력배와의 커넥션 등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조건들을 모두 혹은 일부 갖추고 개인 영업을 한다면 프리랜서 혹은 소생산자로 볼 수 있을 것이고 포주와 고용관계를 맺고 월급-보통 성과급이겠지만-노동자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운영하되 조폭이나 포주가 뒤를 봐주고 보호비 등을 뜯는다면 봉건적인 관계라고 규정할 것이고 보도방 등에 소속되어 노래방, 술집 등에 파견을 나간다면 하청 노동을 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혹은 인신매매로 낙도 다방에 팔려갔다거나 원양어선 등을 타고 있거나 부당 계약으로 부당한 빚이나 벌금제 등에 묶여있다면 노예 아니겠는가. 혹은 야구선수급 연봉을 받으면서 소위 강남 텐프로를 뛰고 있다면 야구선수나 연예인이 그러하듯이 노동자라고 잘라 말할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성매매업종 종사자를 하나의 계급으로 보거나 이들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운동을 하나의 경향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더더군다나 현실적 운동에서 인적으로건 경향적으로건 당면한 공동의 위협에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업자와 직원을 걸러내는 것도 힘들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얘들은 (혹은 얘들의 입장은) 노동자적(?)이지 않으니까 얘들 인생 어떻게 되든 알바가 아니야는 아닐 것이다. 소위 친북좌빨 나부랭이들이라면 계급적 이해가 대다수의 보편적 이해가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이들 속에서 노동자 계급적 경향을 발굴하고 조직하여 계급의 해방은 물론이거니와 인간의 성적 결정권이 짓밟히는 형태의 모든 행위 자체를 종결짓도록 앞장 서거나 앞장 세우거나 해야하지 않나 싶긴한데 알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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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론 용돈벌이나 반노숙을 각오한다면 소위 조건 만남을 노리고 채팅 사이트에서 영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생업으로 가져가기는 좀 무리가 있다.텍스트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