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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동자, 총파업으로 국가 올스톱

올림픽 유치와 국민투표 앞둔 전략적 파업으로 정부에 강력한 압력
윤태곤 기자 peyo@jinbo.net
총파업으로 프랑스 전역 마비

프랑스의 모든 주요 노조들이 일시에 파업에 나섰다
사진 출처 : AFP 통신
  

지난 주, 프랑스가 올스톱됐다.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 55개 도시의 대중교통이 실질적으로 마비됐다. 국내선 항공편도 파행적으로 운행됐고 우체국과 학교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지난 10일, 정부의 노동유연화에 맞선 프랑스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였다. 현행 주 35시간인 법정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퇴직 연금혜택을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시라크 정부의 노동 유연화 정책에 맞선 프랑스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서 지하철, 여타 대중교통, 교외선 철도, 국내선 항공, 우편, 공립 학교의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제대로 운행되지 못했다.

파리의 경우 지하철 중단률과 교외선 철도 중단률은 각가 75%와 80%에 달했다. 프랑스의 허브 공항격인 ‘샤를르 드 골 공항’과 국내선 항공편의 중심인 ‘오를리 공항’에서도 상당수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프랑스 경찰은 이 날 조업을 중단하고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을 대략 57만명 가량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프랑스 주요 노총의 집계로는 이 날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100만을 넘어섰다.

“주35시간 노동제를 유지하라“

대부분의 교외선 철도가 운행되지 못했다
사진출처 : AFP 통신
  

프랑스 민간 부문 노동자들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기존의 35시간 노동제 유지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이 날 함께 거리로 나섰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 장 프랑시스 꼬뻬는 이 날의 전국적 저항이 ‘성공’했다고 인정하며 “많은 문젯거리가 있고 많은 요구와 고민들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전 분야의 임금협상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날 거리로 나선 시위대의 대부분은 임금을 인하하기 위한 시라크 정부의 압력에 대해 반대하고 나선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사회주의자들이 차지했다. 노동시간 연장과 복지 혜택 감소에 저항하고 대규모 가두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규제완화와 실업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문구를 내걸고 나서기도 했다.

한편 지난 1월, 프랑스 실업률은 10퍼센트를 상회했고 이는 최근 5년내 최고 수치에 달했다. 반면 프랑스 주요 기업들의 순이익은 기간 중 최고에 달해 프랑스 노동자들은 극심한 환멸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프랑스의 주요 노조들에 따르면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2000년 이후 최소 5%정도의 구매력이 손실됐다고 한다.

프랑스의 진보적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노동자들의 수입이 늘지 않는다면 사회적 위기는 점점 심화될 것”이라며 “현재 프랑스인들의 (정부와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아주 낮다”고 논평했다.

올림픽 유치 상황 평가단 방문에도 아랑곳 없이 강행된 총파업

파리를 방문한 올림픽 유치상황 평가단
사진출처 : AFP 통신
  
그리고 이 날 파업의 주요 지도자중 한 명인 프란시스 홀란드는 라파랭 총리에게 “주요한 문제점들에 대해 빠르고 명확한 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음 날인 11일, 장 루이 보를루 노동부 장관은 민간부문의 임금협상을 다시 시작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고 르노 두뜨릴 공공부문 장관은 ‘아무런 전제 조건’을 두지 않고 노조 지도자들과 곧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프랑스는 2012년 올림픽을 파리에서 유치하겠다고 이미 IOC에 신청했다. 총파업이 일어난 날은 올림픽 유치 준비 상황 평가단이 파리를 방문해 실사한 날이었고 평가단은 파업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겼었다. 프랑스 정부는 평가단을 파업노동자들이 나선 파리 시내 반대편으로 안내했지만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한편에서는 CGT를 비롯한 프랑스의 주요 노총은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총파업 날짜를 올림픽 유치 준비 상황 평가단 실사 일자로 맞췄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 중 일부는 ‘올림픽 유치를 지지’한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거리에 나서기도 했지만 파업과 올림픽 유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공식적 언급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프랑스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파업에 나선 르노 자동차 노동자
사진출처 : AFP 통신
  
또한 프랑스 정부는 5월 29일로 예정된 EU 헌법 찬반 국민투표에서 노동자들이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있어 프랑스 노동자들의 파업 효과는 극대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경제 일간지 라 뜨리뷴은 “사회적 불만과 국민투표 사이의 위험한 결합을 피하기 위해 정부에게 주어진 시간이 거의 남지 않았다”고 논평했다.

결국 최소 50만 최대 100만에 달하는 프랑스 노동자들의 총파업은 하루 동안 국가를 거의 마비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프랑스 노동자들은 파업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정부의 올림픽 유치 신청을 활용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언론이나 여론은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심지어 올림픽 준비 상황 평가단 조차 “파업권은 프랑스 민주주의의 당연한 일 부분”이라는 공식 논평을 내놓았다.

작은 국제행사라도 있으면 ‘무파업선언’을 종용하고 나서는 한국의 보수언론들이나 정부와 대조되는 지점이다.

이 밖에도, 결국 노동자들이 단결과 투쟁을 통해 유리한 지점에서 정부를 교섭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지점에서 15일로 예정된 민주노총의 임시대의원대회와 4월 비정규 개악안에 맞선 총파업 준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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