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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4/19
    장애인차별철폐 운동을 민중운동의 보편적 과제로!
    산적-1
  2. 2005/04/07
    동북아 평화 운운하는 ‘세력균형론’의 기만성
    산적-1

장애인차별철폐 운동을 민중운동의 보편적 과제로!

사회화와노동 260호 2005년 4월 19일(화)


장애인차별철폐 운동을 민중운동의 보편적 과제로!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억압과 차별

 

지난 3월20일, 어묵을 팔며 하루 1-2만원의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청각장애인 김모씨가 노점단속을 당한 뒤 관할 시청으로부터 7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고 월세 30만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 고민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같은 날 밤 9시 30분 경, 잠실대교 남단에서는 점점 심해지는 뇌병변장애로 인한 가족의 부담에 괴로워하던 최모씨(47세)가 한강에 몸을 던져 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또한 지난 2월 18일에는 장애인 주모씨(53세)가 생계의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강서 구청 현관 앞에서 목을 매 숨을 거두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죽음은 효율성과 경쟁만을 강요하고, 공동체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진 자만을 더욱 배불리는 것으로 귀결되는 비상식적인 사회에 의한 타살이다. 장애인이 지닌 차이를 철저한 차별과 배제로 만들고, 기본적인 교육권, 노동권, 이동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이 땅의 정부에 의한 잔혹한 타살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장애인들이 사회적 권리를 박탈당하고 억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각종 통계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장애인 실업률(29%)은 비장애인 실업률(6%)의 5배가 넘고, 전체 장애인의 51.6%가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이며, 장애인의 컴퓨터 활용 수준(27.6%)은 비장애인의 컴퓨터 활용 수준(66%)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 땅의 장애인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고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심각한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2001년 오이도역의 장애인용 수직형 리프트 추락 참사를 계기로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2002년부터 조직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의 활동은 우리 사회에 장애인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내는 한편, 장애운동을 활성화하는데 있어 소중한 성과를 만들어오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 3월24일부터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소속 장애인 30여명이 '대한민국에는 장애인 인권이 없다!!'는 검정색 플랭카드를 내걸고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농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옥란 열사의 기일이기도 한 3월 26일에는 제1회 전국 장애인 대회를 열어 장애해방열사의 정신을 계승하여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에 나설 것을 선포하였다. 지난 4월 12일에는 점거 농성이 진행 중인 국가 인권위원회 앞에서 '중증장애인 노동권확보와 장애인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한마당' 행사가 그리고 4월15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장애인교육권연대 주최로 '장애인 교육권 확보와 장애인 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전국부모결의대회'가 열렸다. 또한 4월 16일에는 제3회 장애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몸으로 쓴 장애 여성 잔혹사'라는 주제로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차별에 고통 받아 왔던 장애여성들의 투쟁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2005년에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쟁단을 중심으로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한 법률제정, 장애인 생존권 생활권 쟁취, 장애인의 사회적 권리 확보를 요구하며 차별 받는 장애인의 인권확보를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2005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의미와 과제

 

그 동안 장애차별철폐 운동은 이동권과 교육권을 중심으로, 단순히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들을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2004년 12월에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기도 하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의식 변화, 장애 운동의 주체 재생산과 외연 확장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동안 장애 운동을 주도해왔던 장애인이동권연대나 장애인교육권연대와 같은 단위의 경우 기본적으로 단일 사안을 다루는 연대체의 성격으로 인하여, 그리고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장애인의 날을 기점으로 하는 한시적 투쟁체의 위상을 가짐으로 인하여, 장애인 문제 전반에 대해 일상적이고 조직적인 투쟁을 수행하는 데에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장애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기반으로 하여 현재의 장애인 투쟁이 민중 운동에 있어 단지 하나의 부차적인 부문운동으로 환원되지 않고, 신자유주의가 양산하는 다양한 억압과 차별에 저항하는 보편적인 투쟁이 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과제가 필요하다.

 

첫째, 보다 확장된 노동권·생활권 쟁취 투쟁이 중요하다.

 

UN에 따르면, 세계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장애인 가운데, 중증 장애인의 약2/3가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대중교통 수단과 건강 서비스가 열악하거나 구비되어 있지 못한 경우, 그리고 교육, 고용 및 기타 소득기회에 충분히 접근할 수 없을 때 심각하게 타격을 받게 되는 집단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경우, 2000년 장애인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8.2만원으로 도시근로자의 평균 가구소득(233.1만원)의 46.4% 수준에 불과하고, 전체 장애인 가구의 약 62.5%가 월 100만원 미만의 소득자임을 알 수 있다. 또한 15세 이상 133만2천명의 장애인 중 경제활동인구는 63만7천명이며, 취업자 수는 45만6천명(71.6%), 실업자 수는 18만1천명(28.5%)이다. 결과적으로 97만6천명의 장애인들이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과 국가는 자신들이 바라는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장애인은 이 사회에서 평균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없고 빈곤과 소외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에서의 배제와 차별은 곧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권리에서의 차별을 재생산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양한 요구들을 제기하고, 그 결과 사회복지제도 개선 등을 통해 얻게 된 혜택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이제 이러한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 장애인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근본적인 노동권·생활권 쟁취 투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여기에서 장애인의 노동권은 '노동할 권리'와 '노동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는 것이며, 생활권은 이러한 노동권의 개념으로 모두 포괄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의 문제와 관계되는 권리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투쟁은 단지 장애인차별철폐 운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여성/이주 등 신자유주의 지배 전략 속에서 끊임없이 분할, 배제되고 있는 여러 운동과 함께 만들어가야 할 투쟁이다. 지금까지 장애운동에 연대해왔던 사회운동의 과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장애인을 비롯하여 이 땅에서 하나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되어 온 다양한 주체들의 노동권과 생활권을 제기하고, 이를 보편적인 민중의 요구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둘째, 진보적 장애 운동을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

 

현재의 장애 운동이 사안별 연대 혹은 한시적인 공동 투쟁체라는 위상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장기적인 시야에서 장애민중의 삶을 변화시키고 남한 사회 변혁적인 민중운동과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입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적 장애운동의 정체성과 담론을 형성하며 지속적인 현장투쟁을 벌여낼 수 있는 대안 세력의 구체화 및 이의 확장을 위한 '진보적 장애운동 연대체 건설' 흐름은 매우 소중하고, 유의미하다.
새롭게 건설될 진보적 장애운동 연대체는 장애인문제를 변혁적 입장에서 분석하고 발언해 낼 수 있는 이론적·전략적 입장을 마련하는 것, 장애운동이 전체 민중운동과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기만적인 포섭과 배제의 전략 속에서 더 많은 차별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운동으로 발전하는 것, 그리고 그 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펼쳐져 왔던 장애 운동을 전국화하고 한국 사회 전역에서 차별에 저항하는 장애인 대중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투쟁이 벌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하고 조직하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하고자 한다.
사회운동, 민중운동은 이러한 진보적 장애운동 연대체 건설 흐름에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장애운동을 단지 장애인의 권리만을 요구하는 투쟁으로 사고하는 것을 넘어서, 장애차별철폐 운동이 장애운동의 성장과 더불어 차별에 저항하는 다른 운동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장애운동을 하나의 운동적 의제로서 정당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연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차별에 의해 고통 받는 장애여성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이 사회 구조 속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불평등하고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차별 받는 상황 안에 장애 여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존재하지 않는 듯 논외로 취급되며, 이중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비장애 여성과 장애 남성보다 빈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출산, 육아, 보건, 위생이나 가사 등에 있어서도 비장애 여성보다도 훨씬 많은 비용들을 부담해야만 한다. 그러나 실태조사나 국민기초 생활보장 제도의 계측시행 시 장애 여성의 이러한 현실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장애 여성의 현실이 제대로 파악될 수 있는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도 적극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장애여성은 성폭력과 성매매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지난 3월 27일 4명의 성매매 여성의 목숨을 앗아간 하월곡동 화재사건의 현장에서 구조된 장애 여성은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하였고, 2003년에도 성남 성매매 집결지에서 두 명의 장애여성이 구출되었던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장애여성들은 교육현장에서 배제되고, 노동현장에서도 소외된 상태에서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포주들이 관리하기 쉽기 때문에 성매매 현장에 놓여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차별 속에서 극심한 빈곤으로 내몰리고 극단적인 폭력과 성폭력에 의해 고통 받는 장애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애여성 역시 하나의 당당한 투쟁의 주체로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장애 여성 역시 스스로의 삶의 문제에 대해서 당당하게 발언하고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사회 운동적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420 장애인의 날을 모든 차별에 저항하는 '차별 철폐의 날'로 만들자!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 모순에 맞서 차별에 저항하는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은 경쟁과 효율의 원리 속에서 끊임없이 분할과 배제를 낳는 신자유주에 저항하는 가장 보편적인 투쟁이다. 더 이상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길 거부하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권리들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번 420장애인차별폐투쟁은 이런 의미에서 더욱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또 다른 차이에 의해 차별 받는 비정규직, 여성, 이주 노동자, 빈곤 계층 역시 신자유주의의 배제와 억압 속에서 당당한 투쟁의 주체들이다. 이 주체들이 서로의 운동을 상승시킬 수 있는 연대와 공동 투쟁의 기풍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출발로서 이번 420장애차별철폐의 날을 차이에 의한 차별로 인해 억압받는 장애, 비정규직, 여성, 빈곤, 이주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의 날로 만들자. 나아가 앞으로 있을 노동절 투쟁에서도 이들이 당당한 주체로서 투쟁할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가 보편적인 인민의 권리가 되고, 여러 주체들의 투쟁이 노동자들의 투쟁이 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어가자.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은 이런 의미에서 지속되고, 확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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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평화 운운하는 ‘세력균형론’의 기만성

[사회화와 노동] 제 258호 2005년 4월 6일 수요일 동북아 평화 운운하는 ‘세력균형론’의 기만성 ‘동북아 세력균형’론이 회자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3월 22일 육군 3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한반도는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해나갈 것이며 주권국가로서의 당연한 권한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이른바 ‘동북아 균형론’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한 축에서는 한-미 동맹의 파탄을 우려하며 ‘386 반미투쟁 세대의 과대망상’이라며 개탄의 목소리를 높이는가하면, 또 한 축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중국과 미-일 동맹 중 어디에 무게를 실을 것인지 갈등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또한 독도-다케시마 사태로 불거진 한-일간의 외교갈등에서 노무현정부가 일본에 대한 강력한 항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일본과 미국에게 할 말은 하는 ‘자주적인 외교노선’이 본격화되었다는 언론보도도 심심치않게 등장하고 있다. 한-일간의 외교적 긴장고조와 북한의 핵보유선언, 중국-대만문제, 미국의 동아시아 주둔미군재편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동북아시아의 군사, 외교적 갈등에 대하여 노무현 정부가 내걸고 있는 ‘세력균형자’론은 ‘한반도의 자주성 실현’에 조응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 3월 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언급, 일본에게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실질적 배상요구,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강력한 불만토로, 미국의 대북강경노선 비판 등과 같은 맥락에서 노무현 정권의 ‘자주외교, 자주국방 실현’이라는 모토가 비로소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덧불여지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한 정부가 한-미-일 동맹에 문제를 제기하고 외교와 국방정책에 대해 독자적인 자기노선을 가지겠다는 발언을 공식적으로 하고있다는 것은 분명 이례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동북아 세력균형론”은 산적해있는 동북아 외교, 군사문제에 자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는가? 동북아 세력균형자로서의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세력균형론’을 설명하기 위해 “한-미-일 남방 3각 동맹은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가 언제까지 그 틀에 갇혀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중국의 존재와 한반도 분단상황은 여전히 동북아에서의 냉전적 갈등구도를 존속시키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미-일 동맹의 목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냉전적 갈등구도에 머물러있지 않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2월 19일 워싱턴에서 양국 외무-국방장관간의 ‘2+2회담’을 통해 새로운 미-일 안보공동선언을 채택하였다. 이 선언은 해외주둔미군재배치 계획(GPR)에 따른 자위대와 주일미군간의 역할, 임무, 능력을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구체화하는 것과 더불어 ‘미-일 동맹의 세계화’를 강력히 천명하고 있다. 냉전시기 일본은 ‘반공’의 전진기지로서 소련과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사활적인 이해가 걸려있는 지역이었고, 때문에 미-일 동맹은 강화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도 미-일 군사동맹은 오히려 급속도로 강화되었다. 미국은 가상 주적인 소련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냉전이 최고로 치달은 시점에서조차 일본에게 부과되지 않았던 군사적인 중책을 일본에게 맡겼다. 1996년 클린턴과 하시모토 일본총리가 서명한 미-일 공동안보선언은 일본에 10만 명의 미군주둔을 찬성하는 것을 골자로 일본본토방위에만 머물렀던 미-일 동맹을 완전히 재구성하였는데, 이는 1997년 미-일 방위협력지침((U.S.-Japan Guidelines for Joint Defense)에 의해 구체화되었다. 몹시 어색하게도 국가 간 외교협약을 ‘지침’이라고까지 명시하고 있는 이 새로운 군사조약은 미국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 시작하고 수행하는 전쟁이라도 그것이 일본의 안보에 관련되었다고 생각되면 일본 자위대의 참여를 준비하도록 하고 있다. 이 ‘지침’에 들어있는 ‘주변사태’라는 표현은 ‘주변’은 어디까지인지, ‘사태’란 무엇인지를 어디에도 명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는 ‘주변사태’는 지리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황적인 개념이라는 모호한 표현만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그 ‘주변’이 한국과 대만해협이 되었든 중동이나 서남 아시아가 되었든 세계 어디든 상관없으며, 다만 미국이 판단하기에 ‘사태’가 일본의 평화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될 때, 미국과 일본은 즉각적인 군사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방위지침의 배경은 1995년 채택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인데, 이 전략의 창시자이자 당시 국무부 차관이었던 조셉나이((Josepg Nye)는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미-일 안보관계는 (바퀴가 빠지지 않게 고정하는)린치핀(linchpin)이다. 우리에게 미-일 안보관계는 아시아에서나 전 세계적으로나 근본적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린치핀’인 미-일 동맹 하에 한-미 동맹 역시 지속적으로 현대화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2004년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에 이어 올해부터 ‘차관급 고위급전략회의’를 개설한다. 이는 2006년 새로운 ‘한-미 안보공동선언’을 작성한다는 일정을 가지고 있으며 한-미 동맹의 전반적인 미래구상이 명시될 예정이다. 이는 ‘2.19 신(新) 미-일 안보선언’을 작성하는 과정과도 동일한 수순을 밟고 있는데, 자위대와 주일미군의 통합운용처럼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역할분담과 통합운영이 중요한 쟁점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전략을 위한 ‘한-미-일 동맹의 현대화’는 일본과 한국의 독자적인 군사역량강화와 동맹국들의 ‘자율적인 무장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미-일 동맹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는 한-미 동맹은 ‘미-일 동맹의 세계화’에 발맞추어 현대화되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일본과 중국의 갈등을 제어하는 ‘세력균형자’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데, 바로 여기에 미-일, 한-미 동맹의 중요한 임무가 부과되는 것이다. 일본의 재무장화는 동북아에서 미-일 동맹 강화의 또 다른 얼굴이며, 북한, 중국, 러시아까지 뻗쳐있는 일본주도의 영토분쟁은 동아시아에서 지속적인 갈등의 요인이자 동시에 미국의 동아시아 전력배치의 합리적 근거로 작동되고 있다. 한국 역시 적합한 역할을 부여받아야 하는데 동북아에서 보다 안정적인 미국주도의 다자간 안보체계를 확립시키는 과제, 즉 북한과 중국에 대해 견제와 화해를 조절하는 역할을 받아 안고 한국정부 스스로 자국의 비용을 들여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지위를 유지, 강화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자주’의 실체는 있는가?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세력균형론’을 거론하면서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한국정부가 이견이 있음”을 드러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3월 8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으로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간의 이견에 대해 주한미군 추가감축이라는 미국의 협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군과 무관하게 국군이 한반도 방위를 스스로 맡을 수 있도록 자주국방계획을 빠른 시일 내에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이 선전하고 있는 ‘자주외교노선’과 더불어 ‘자주국방실현’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국정부의 주체적인 해결방안인 양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스스로도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는 ‘한-미 동맹의 현대화’의 핵심은 주한미군의 감축과 함께 한국군의 ‘군비증강’을 전제로 하는 군사체계의 재편에 있다. 정부는 이미 2003년 11월 17일 럼스펠드가 방한하여 개최된 제 3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이라크 추가파병과 함께 용산 미군기지 평택 이전, 주한미군 10개 임무 한국군 이양, 한미전력증강방안, 주한미군의 아시아 지역군으로서의 위상과 성격변화 등을 일괄 타결하였다. 주한미군의 평택미군기지집결과 전력재편을 통한 신속대응군화의 구상에 빠지지 않는 것은 주한미군임무의 한국군이양문제와 한-미연합사령부에 부과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문제다. 국방비 증액과 한반도 주변의 첨단무기 및 전력증강계획은 주한미군 재편을 중심으로 하는 한-미 동맹 현대화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한국정부의 국방정책이다. 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 (Global Defence Posture Review)은 주둔미군의 규모 축소와 해당 지역방위를 동맹국의 ‘무장화’를 통해 진행한다. 한국은 이미 ‘협력적 자주국방’의 이름으로 2조 원의 예산을 들여 2011년까지 주한미군 감축을 메울 전력증강을 진행하고 있다. 2005년도 국방예산 10% 증가, 전력투자비의 12.6% 증대, 그리고 주한미군으로부터 넘겨받은 10개의 특정임무 중 증축사업, 탐색구조임무 전환 장비 등 총 3개 사업에 186억 원을 새로 편성하였고 임무이양과 관련한 예산은 총 368억 원을 증액하였다. 국방부는 한국군이 독자적인 감시, 조기경보 등 정보수집 및 지휘통제(C4I)를 구축하는 것에 2008년까지 2조 6994억 원의 돈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군은 미국에게 4대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이지스함, 정찰위성, 대지(對地) 크루즈(순항)미사일, F-15K 전폭기, 무인 정찰기(UAV), 공중급유기를 구입하여 이미 대북억지력을 넘어서는 동북아 지역방위역할을 부담하고 있다. 이렇듯 미국이 일본의 재무장화를 독려하는 것과 똑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는 ‘협력적 자주국방’은 현대화된 한-미 동맹의 핵심이다. 미국은 남한의 전력증강을 통해 동북아 군비경쟁과 긴장감 유지,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지역방위비 절감이라는 다양한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 결국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미간의 이견이란 지극히 부차적이고 형식적인 절차문제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부는 ‘자주적’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동원하여 ‘동북아 세력균형자’를 운운하며 미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을 대신 수행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대북 억지력 차원을 넘어서는 전력증강과 동북아 전체를 사정거리 하에 두고 있는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한반도 배치시키면서 미국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정책의 철저한 하수인 2002년 주한미군은 경기북부지역 훈련장 4천 만평을 반환하고 1백54만평을 신설, 확장한다는 계획(한미연합 토지관리계획)을 발표했다. 이 협정은 같은 해 10월 정기국회를 통과하여 평택에 75만평에 달하는 토지가 미군기지화되는 것을 승인하게 된다. 이 때부터 평택시민들은 15개 시민사회단체로 평택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미군기지 확장 반대투쟁을 전개해왔다. 2003년 4월 전국의 미군 기지를 평택과 대구, 부산으로 통폐합한다는 주한미군 재편 계획에 따라 용산기지와 미2사단 등 주한미군 핵심부대가 평택 팽성읍과 서탄면 일대로 이전하려 하고 있다.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기를 반복하고 있는 주민들은 1백 14개 사회시민단체 구성된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를 구성하여 본격적인 저항을 준비하고있다. 최근 국방부는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감정원을 위촉하여 본격적인 물건조사를 시작하였고 마을 주민들의 저항이 불거지자 헬리콥터를 동원해 항공촬영을 하는가하면 미군부대 철조망 안에서 사진을 찍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물건조사를 강행하고 있다. 또한 “0216경비대책”이라는 문건이 입수되었는데 이는 평택경찰서가 작성한 것으로 문정현 신부 등 특정인에 대한 감시 및 사복형사들의 수갑휴대를 의무화하는 등 주민들을 범죄인으로 간주하며 공권력 투입을 본격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평택시민 전체의 80%가 반대하는 평택미군기지 이전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주한미군 감축계획과 함께 협의된 주한미군의 평택기지로의 집결, 이를 위한 평택미군기지의 확장 및 신설은 주한미군의 아-태 지역 신속 대응군으로의 전화, 즉 ‘전략적 유연성’을 달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실행계획이다. 주한미군의 집결지인 평택과 대구, 부산은 주한미군이 동아시아 분쟁발생 시 어느 지역이든 1시간 이내에 출동할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가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군대가 동북아 분쟁개입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했다. 그러나 유사시 동아시아 지역 어디로든 즉각 출동할 수 있는 동북아 신속대응군의 집결지인 평택미군기지 이전을 허용하고 있으며, 동북아 전체를 겨냥한 최첨단 미국무기를 도입하기 위해 국방비를 소모하고 있는 행위! 이것이 동북아 분쟁이 이미 깊숙이 휘말리고 있는 것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민중의 평화를 기만하지 말라. 노무현은 마치 한국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견제하고 있는 것인 양, 또한 ‘세력균형론’을 통해 동북아 전쟁을 막아내는 주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인 양 온갖 정치적 수사를 늘어놓으며 민중의 평화를 기만하고 있다. 민중이 제기하고 있는 ‘진정으로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들‘ 대해 노무현은 답할 수 있는가. 전 세계 민중이 상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동북아 평화란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에 파병한 한국군과 자위대부터 철수하는 것이며, 북한은 물론 동아시아 전체 민중을 살상할 수 있는 대량 살상무기와 최첨단 무기체계를 한반도와 동아시아로부터 즉각 철수시키는 것이다. 또한 주민의 생존권을 앗아가는 평택미군기지 이전협상을 전면무효화하고, 주한, 주일미군을 아-태 지역 신속배치군으로 재편하려는 계획을 저지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예산의 여섯 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감축하고 대북선제공격론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이다. 동북아 평화를 운운하며 미-일 동맹의 우산을 떠받치고 있는 한-미 동맹을 규탄해야 한다. 동북아 민중의 평화는 화려한 정치적 수사로 꾸며진 노무현 정부의 기만적인 군사, 외교정책으로서가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민중들의 반미, 반전, 대안세계화운동으로서만 비로소 획득될 것이다. 발행처: 사회진보연대 서울시 용산구 갈월동 신성빌딩 4층 T.778-4001 F.778-4006 E-mail:pssp@jinbo.net 홈페이지 : http://www.pssp.org 통신방 : go pssp(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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