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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을 둘러싼 최근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의견서 2>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사태 평가의 쟁점


이 상 훈 | 조직교육국장


1. 대대사태 평가의 세 가지 흐름

- 대대사태 평가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진행 중이다.

1> 이번 사태를 노동운동순치의 계기로 보는 정권과 언론의 평가(사회적 대화를 통한 투쟁과 교섭의 병행,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정립의 계기로 보는 민주노총 우파의 입장은 이에 종속되어있다.)

2> 사회적 합의주의 반대의 입장은 옳았지만, 대응전술의 과도함이 있었다는 입장(사회적 합의주의 분쇄를 위한 불가피한 사태였다는 전노투 일부의 입장 포함)

3> 이번사태를 지체된 민주노총 혁신의 필연적 귀결로 보고, 대안적 노동자운동 창출에 매진해야한다는 입장


- 정권과 언론은 이번사태를 의외로 ‘노동운동 죽이기’로 몰고 가기보다는 ‘노동운동순치’의 계기로 삼고 있다.

: 순치의 기본방향은 1> 민주노총내의 강경파 분리매도와 정규직대공장 노조의 기득권 제한, 2> 노동운동에 잔존하고 있는 잠제적인 반체제적인 지향의 최종적인 제거, 3> 대형노조에 대한 외부회계감사와 같은 통제감시장치 도입, 4> 노동운동의제를 기존의 ‘일자리 지키기’에서 ‘일자리 창출’로 유도, 5> 고용신축화와 일상적 구조조정 지속의 파괴적 효과와 점증하는 사회 갈등적 요소들의 관리를 위한 안정적인 협력 파트너쉽 형성


- 민주노총 우파는 자신들이 이미 제출한 노동운동혁신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대응

: 우파의 혁신방안은 1> 투쟁일변도의 노동운동을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는 타협적 노동운동으로 2> 전투적 조합주의의 기반이 되어온 대공장 기업별 노조를 중앙집권적인 산별로, 3> 이미 상당부분 사라진 노조의 사회 변혁적 운동의제와 문화를 개별적이고, 정책대안적인 사회개혁의제로 바꿔내는 것이다.


- 전노투의 일부 강경세력은 이번 사태를 사회적합의주의 분쇄를 위해 벌어진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사태로 인식한다. 이들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는 투쟁으로 돌파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혹은 위기 부인) 그러나 구체적인 투쟁계획과 전망의 부재는 이들의 주장을 다분히 의지주의적인 입장수준에 머물게 하고 있다.

- 전노투, 노힘, 중앙파 일부를 포함한 민주노총의 다수 현장 활동가그룹의 기본 태도는 사회적 합의주의 반대의 입장은 옳았지만, 대응전술의 과도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 이번사태를 민주노총 우파와 정권의 사회통합이데올로기에 대한 좌익적 비판의 부재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보고, 대안적인 노동자운동 창출에 매진해야한다는 입장. 그러나 사회진보연대를 포함한 이러한 입장들은 아직 현실적인 입장과 세력으로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2. 대대사태 평가의 쟁점 1

: 사태의 본질 - 사회적 교섭안 저지, 혹은 민주노총의 개량화 저지는 물리적 충돌을 감내할 수 있는 핵심쟁점이었는가?

- 이번 사태의 본질을 단순히 우파지도부에 대한 좌파의 문제제기 과정에서 빚어진 전술적 착오로만 볼 수는 없다. 즉 사회적교섭안 반대 입장은 옳았으나, 전술적 대응이 과도했다는 식의 평가는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사후적인 평론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사회적 교섭안 철회안」은 한창 벌어지고 있는 대중의 투쟁을 억누르려는 지도부를 무력화하여 투쟁을 지속하자는 형식도 아니었고, 별도의 투쟁 안을 거부하는 지도부를 타격하는 형식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사태는 당면한 <비정규직 개악안 저지 2월 파업>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사회적 교섭>안의 찬반에 머물렀을까?”, “왜 <사회적 합의안 철회안>은 변혁적 노동자운동의 구심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에 답해야 할 것이다.


- <사회적 교섭안>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이것이 노동자계급의 새로운 단결을 형성하기 보다는 노동자계급의 일부를 수혜적 참여 층으로 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교섭안>은 어떠한 개혁에도 반대하는 보수파와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좌파 모두의 공격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회적 교섭>에 대한 반대는 반<사회적 교섭>파를 결집하는 방식으로는 좌익적인 신자유주의 비판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즉 <사회적 교섭>에 대한 반대는 ‘위로부터의 정책개혁’과는 종별적인 노동자계급 주체 형성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대안형성’의 틀이어야 한다.


사태의 본질 : <민주노총의 대표성과 리더쉽 위기>

- 이번사태를 불러일으킨 민주노총의 근본적인 한계와 과제는 정권과 자본, 노동자운동의 각 정파 모두가 확인하고 있는 바대로, 비정규, 중소영세 미조직 불안정 노동자들의 문제를 민주노총이 대표하고 있지 못한 현실에 있다.

- 그러나 민주노총이 직면한 대표성(정당성)과 리더쉽의 위기는 민주노총의 투쟁 강경파를 배제한 순치로 풀릴 문제도 아니며, 그 역의 지도세력교체로 극복될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의 재건이 아니라 민주노총으로 표상되어온 사회변혁적인 노동자운동의 대표성과 리더쉽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의 쟁점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러므로 민주노총의 위기는 민주노총에 대당하는 제3노총이나, 민주노총의 체계를 유지한 가운데 미조직노동자들의 점진적 조직화를 통해 해결될 문제도 아닌 것이다.


- 민주노총우파지도부와 전노투 등의 반대파는 민주노총이라는 노조조직 차원의 이익을 방어하고자하는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관점을 공유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국면에서 미시적 경제정책조정의 성격을 가지는 구조조정을 막아내기 위한 방어적 활동이 어떤 유의미한 성과를 내올 것이란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우파지도부의 <사회적 교섭안>은 이같은 현실을 고스란이 받아들이는 대안으로, 노동자계급의 분할과 위계화를 동반하는 「위로부터의 정책개혁」 과정에 이들 불안정노동자들의 주체화가 아닌 민주노총이 「일자리 창출 파트너쉽 형성」(고용 유연화, 효율성임금체계, 일상적 구조조정)에 참여하자는 안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은 투쟁과 교섭의 병행으로 표현된 허구적인 사회적 교섭과 정치적 경제주의 혹은 우파적으로 재해석된 사회적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노투 등이 대표하고 있는 <사회적 합의주의 반대-실질적 총파업안>은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형식으로는 극복되기 어려운 의지주의적인 대안이다. 원칙적인 반신자유주의 입장을 가지면서도,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이라는 매우 불분명한 입장 하에서 기존 노동자운동의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 계획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는 우파에 대한 소수 반대파로서만 존립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즉 <사회적 교섭안>에 대한 찬반은 민주노총이 직면한 대표성(정당성)과 리더쉽 위기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고 또 그로인해 찬반논란이 증폭되었지만, 부재한 대안형성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대안부재의 책임소재와 상호반정립의 근거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려운 쟁점인 것이다.


3. 대대사태 평가의 쟁점 2

: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은 왜 불가능했는가?, 자기파괴적인 정파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 이번 사태는 사회적교섭 찬반논쟁의 격화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된 충돌도 아니며, 사회적교섭 반대입장의 전술적 착오도 아니다. 우리는 먼저 이수호 집행부의 사회적교섭안 강행처리 방침과 전노투의 사회적교섭안 철회방침의 충돌이 왜 물리적 충돌로 치달았는지를 발본적으로 숙고해야 한다.


- <사회적 교섭안>이라는 구체적인 안에 대한 찬반 입장은 뚜렷했지만, 당면현안인 <비정규직 개악안저지 2월 파업>에 대한 입장이 별다르지 않았던 상황에서 물리적 충돌의 파괴적인 후과를 정당화시켜줄 만큼의 실질적인 쟁점은 매우 불분명하였다. 민주노총지도부가 반대파에 비해 2월 파업 실행의 의지가 떨어진다는 사실은 2월파업의 상과 계획에 대한 분명한 논점에 기반하여 대중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즉 양측의 대립이 물리적 충돌로 치달은 본질적인 이유는 당면한 <비정규개악안 저지 2월파업>으로 표현되는 구조조정저지투쟁의 불확실한 전망으로 뚜렷한 대안이 상호부재한 가운데, 양측의 대립이 대안부재의 책임전가 양상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집행부가 투표강행과정에서 보여준 비민주성과 전노투의 물리적 대응방식의 한계는 오히려 부차적인 원인이다.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벌이지고 있던 현장에 걸려있던 <2월 총파업, 비정규개악법안저지> 플랭카드가 위기에 빠진 민주노총의 조직적 이념적 구조를 공유하는 강온파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내세우는 대안부재책임의 알리바이였다는 사실이야말로 근본적인 현 사태 평가의 출발점이다.

그런 가운데 대의원대회 석상의 좌우대립은 일부 핵심 활동가들 간의 불분명한 심정상의 <사회적 교섭>을 옵션으로 하는 2월 투쟁안과 그렇지 않은 2월 투쟁안 간의 대립으로 나타났다. 즉 <사회적 교섭안>찬반 입장은 상호부재한 대중적 정당성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확보하고자하는 책임 떠넘기기의 양상을 띠었고, 이러한 대립은 필연적으로 대안 없는 물리적 충돌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경제공황시기에 기존의 고용-임금 및 노조조직을 방어하기 위한 투쟁은 지배체제와 지배계급의 위기 진행과정에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종종 대중의 일차적인 저항은 지배계급내 개혁분파의 정치적 동원에 종속된다. 집단적인 형태의 저항행동 마저 지배계급이 단결한 결과이지 피지배계급이 단결한 결과가 아니며, 이 과정에서 (기존 체계에 머물러있는) 조직대중의 자기방어행동은 점차로 내외부적으로 의심되고 공격받는 자기한계의 정당성여부에 골몰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때 대안체계적인 관점과 이에 부합하는 운동이 등장하기 이전에 객관적으로 주어진 운동의 방어적 한계를 받아들일 것이냐 거부할 것이냐의 형태의 쟁점은 기본적으로 자기파괴적인 성격을 가진다.

(망하는 회사에서 회사-현장을 벗어나는 계획 없는 구조조정반대는 노조사수VS구조조정수용으로, 국민경제적인 민족(국가)적 대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반세계화 대안은 산업별 이해에 종속된 국제경쟁력-수출경쟁력 확보로 귀결되어 산업별 이해관계와 위계화에 기반하여 분열된 노동자들 간의 대리전이 된다.)


그렇다면 지배계급의 정치적 동원을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혹은 그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한 우리의 원칙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지배계급의 대응에 의해 출현하게 되는 새로운 계급투쟁의 조건을 객관적인 기반으로 하는 대안체계적인 운동 형성의 성패에 달려 있을 것이다. 또한 대중의 자기방어행동은 정치적으로 한계적이지만, 그 자체로 정당하며, 대안체계적인 행동은 자기방어행동의 외곽이 아니라 그 내부로부터 형성된다는 점이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먼저 확인해야할 기본원칙이 아닐까한다.


4. 대대사태 해결방향

: 2/22 대의원대회의 평온한 개최와 폭력사태 주동자 징계는 사태의 형식적인 봉합에 불과하다.

- 민주노총집행부의 사태 해결방향은 기본적으로 비조합 단체, 비대의원 현장조합원의 대대 참가제한과 대회장내 질서규율 확보일 가능성이 높다. 2/1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던 것도 참관인석의 연호(대회장 참가)에 대한 물리적 제지였다.

그러나 민주노총 조직의 폐쇄성이 강화되는 방향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민주노총은 그 설립과정에서 비노조 노동자운동단체 배제, 지역운동으로부터의 노동자운동 철수를 감행함으로써 탈사회운동적인 방향을 지향했다. 오늘의 사태가 이러한 반사회운동적 지향이 빚은 근본적 혁신 지체의 결과라고 본다면, 비노조 운동단체, 해고자, 미조직-비정규직 비조합원, 비대의원 평조합원의 대의원대회 논의참여-참관을 제한하고, 토론질서규율을 강화하는 등의 대응방향은 이러한 민주노총의 운동사적 역행에 입각한 반동적인 대응인 것이다.

민주노총의 대표성 위기는 오히려 조직구조를 더 열린 구조로 혁신하는 방향을 통해서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민주노총 지도력/조직력의 위기의 원인은 민주노총집행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현장(동력)과 무책임한 전투성도 아니며, 우파 지도부의 타협과 변절도 아니다. 자본주의 구조적위기와 이에 동반하는 민족국가-정치의 위기, 말하자면 집단적해결방식의 포기와 대안부재가 그 원인이다. 때문에 그 대안 역시, 전투성의 완화, 강경지도부구축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보다 확장된 연대와 민주적 관계의 재정립 과정을 통해 새롭게 형성되어야하는 과제인 것이다.


5. 우리의 입장과 과제

: 불개입인가, 대안적 비판의 형성과 새로운 대중운동적 실험의 착수인가?

- 현실적합성과 지도력을 잃은 사상이념이 새로운 대중적 기반의 창출과 사상이념의 자기 혁신 없이 자기세력의 기득권을 중심에 놓고 움직이는 경우, 기존의 조직과 사상체계는 종파주의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 없는 묵시록적인 개탄은 또 다른 책임전가일 뿐이며, 침묵과 방조에 다름 아니다. 전노투 등의 대응이 우파지도부에 대한 책임전가를 통한 반정립인 것처럼 전노투 등에 대한 책임전가를 통한 ‘반정립의 반정립’ 이상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우파의 타협과 변절’이 노동자운동 위기진행의 구조적인 조건인 것처럼 ‘좌파의 무능’ 또한 비난과 책임전가로는 풀릴 수 없는 구조적 조건이다.


: 운동의 재개와 금융-군사세계화 비판에 적합한 운동 좌파의 형성, 노동조합의 사회운동적 개조

-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당형태의 위기’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분석해왔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파성의 지양과 ‘운동의 재개’를 통한 ‘운동좌파의 형성’, ‘노동조합의 사회운동적 개조’라는 대안방향을 논의해왔다. 노동자운동의 근본적 혁신에 대한 이러한 pssp의 기본방향은 분명하다. 그러나 입장의 추상성과 조직적 근거의 부재 속에서, 현실적으로 양측의 대립이 2/1사태와 같은 방식으로 격화되는 과정에서 pssp와 같은 입장은 자기입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인 노동운동 혁신군 형성의 과제는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보다 발본적인 입장/계획의 형성, 제3의 대안을 실현하는 모범(소규모일지라도)의 현실적 실험의 지속이라는 측면으로 접근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그간 우리가 줄곧 주창해온 노조조직의 사회운동적 개조, 사회적 연대 실현의 문제의식에 입각해볼 때,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대안적 방향을 추상적인 차원에서나마 정리해보자면, 그것은 1> 인간학적(성적 지적) 차이속의 평등과 국제주의에 적합한 새로운 노동자운동의 사상이념 혁신과, 2> 현장주의와 정파성의 동시극복을 통한 대안적인 노동자 운동형태(ex)노동자 지역사회운동)의 창출일 것이다.


이를 통해 pssp는 현재 존재하는 민주노총내의 좌우대립을 지양하고자하는 기본 방향 하에서, 기존현장좌파에 대한 ‘비판적 지지’라기 보다는 ‘지지적 비판’의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노동자운동의 우경화와 코포라티즘화에 대한 보다 발본적인 대안적 비판의 지속적인 탐구와 쟁점 형성의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우파의 변절과 좌파의 무능을 객관적 조건으로 하는(양비론이라기보다는 자기파괴적 대립을 상대화시켜내는 방식의) 다양한 현실 대중운동적인 실험을 지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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