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에 해당되는 글 4건

  1. 아름다움에 대한 오기 (3) 2010/10/11
  2. 밭벼 산두(육도) 심기 (4) 2010/05/19
  3. 고구마 농사 (2) 2010/05/15
  4. 닭장 완성 201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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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죄죄한 베 조각이라 해도 좋을 옷을 걸치고, 거의 뼈만 앙상한 두 다리를 힘껏 벌리고 땅 바닥으로 폭 고꾸라질 듯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힘들게 괭이를 휘두르고 있다. 큰 흙덩이를 파도에  비유하면 농부의 뒤로는 완전히 조용해진 호수면과 같이, 일념으로 두드려 부순 지면이 퍼져있다. 놀랍게도 흙을 부순 구획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경계는 자로 그은 듯이 보기좋게 직선이다. 무의식적인 행위의 결과일 리가 없다. 경계선은 그의 의사에 따라 직선으로 만들어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 의지랄까, 아니면 옹고집이, 집약농경에 참여하는 농부가 고독하게 흙 앞에 마주설 때 종종 발휘되는 것이다.

파종이랑 긋기, 이랑 돋우기, 쟁기질하기, 모두가 직선이 되도록 일한다. 뒤돌아보아 그것이 완전히 뜻대로 되었을 때 누구에게 자랑할 것도 아니다, 그 ‘오만’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자신에게 바치는 예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흙을 갈기만 하는 인생에서, 일하는 가운데 미(美)를 찾아 그것을 추구하는 생애였다. 라고 하지 않는다면, 지상에 왔다가 사라져간 수백억 집약농경민의 인생은 너무나도 비참하지 않은가. 작은 새조차도 먹이를 쪼아먹으면서 ‘놀이’를 한다고 말한다. 세상에 머무르는 대부분을 먹이를 생산하기 위해 일하는 인간의 근육통을 치유하기 위해, 신은 모든 일에 아름다움을 부여해 주었다. 이 은총이 없었다면 그들은 아주 옛날에 이미 노동을 내팽개쳤을 것이다.

 

쓰노 유킨토 _ ‘누가 지구를 지켜왔는가. 소농’  4장, 소농의 의의를 탐색한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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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밭고랑만 봐도 고랑 주인의 농사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내 밭고랑은 여전히 삐뚤삐뚤

 

올 봄에 밭을 갈아놓고 앞으로 만들어질 밭 모양을 상상하며 '예술 농법'이라고 혼자 이름 붙여 보았다.

 

한 철 지나 내 마음속에 남은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오만'이 아니라 '오기'

 

'두고보자 내년아!'라고

 

그러나,

아름다음이 과연 악다구니로 될까?

그냥 나혼자 하는 말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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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1 23:46 2010/10/11 23:46

 

상두 아니고 산두입니다.

해남에서는 발음할 때 '사안두'의 '사' 발음의 끝에서부터 '안'짜를 높은 음으로 발음하여 '두'짜를 짧게 끊습니다. 쉽게 말하면 전라도 사투리 악센트로 '산두'를 읽으면 된다는 겁니다.

 

산두 이 친구는 밭에 심는 벼입니다. (보고싶어도 조금만 참으십시요. 조금 아래 사진 올라갑니다.)

논에 심는 벼는 수도(水稻)라고 하지요. 저는 처음에 수도작 수도작 그래서 수도 깔고 심는 건 줄 알았다는...

애니웨이, 밭에 심는 벼는 육도(陸稻)라고 하고 육도의 다른이름이 산두山稻이지요. 아, 그런데 한자를 잘 보니 산두의 한글 두자도 실은 한자'도'와 같군요. 한자를 보고 나서야 산두가 발음 뿐 아니라 단어조차 사투리로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동네 할아버지께 산두로 배웠으니 죽을때까지 산두로 알렵니다. 영어로는 upland rice 라는군요.

 

이 밭벼 산두를 심기 위해서도 어느 작물과 마찬가지로 쟁기질을 하고 로터리를 치는 기본 작업을 해야 합니다. 아 저희 밭은 한가지 더 있지요. 3년이나 묵었기 때문에 제초 작업을 포함해야 합니다.  아래 사진은

농업기술센터에서 꽁짜로 해주는 토양분석 시료를 채취하고 있는 곧 산두 밭이 될 땅입니다.

오래묵은 풀들이 두껍게 깔려 있지요. 토양 분석 결과 유기물 함량이 무지하게 높게 나오더군요.

그러나 유기물 함량이 높아 땅심이 좋은 밭이 되는 거랑 작물을 심기 위해 밭이 되는 거랑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산두 밭 전경입니다. 1000제곱미터가 조금 넘는 밭입니다. 310평정도 되는 밭이지요.

쟁기질과 로터리를 마친 상태입니다.

 

저희는 이밭을 만나고 나서야 쑥대밭이란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요. 4월초만해도 10분만 뜯으면 쑥 한두바구니는 금방채워지는 이 밭을 축복 받은 땅이라 칭송하였답니다. 하지만 쟁기질을 시작하고 나서 밭 가로 밀고 들어온 시누대 뿌리와 거미줄처럼 땅속에 뻗어있는 쑥 뿌리들을 캐내느라 칭송은 사라지고 부릅뜬 두 눈에 핏줄 선 팔뚝만이 우리의 감정 상태를 표현해 주었지요.

제초제 발명 전 역사 속 농부들의 한과 아픔이 스민 '쑥대밭'이라는 말이 폐부까지 파고 들어온 날이었습니다.

 

 

 

 

로터리 치는 짝궁님

그리고

 

 관리감독중인 그 남자

 

 

이 친구가 바로 산두입니다.

일반 볍씨랑 별 차이 없어 보이지요?

네 저도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육안으로 식별하지 못합니다.

 

사실 저희는 이 밭에 밭찰벼를 심을려고 했었지요.

'번개찰'이라는 밭찰벼 종자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놈의 번개찰 종자를 구할 수가 없는거에요.

해남 지역 정미소에 모두 전화를 해보고 알만하신 분들께 여쭤봐도, 그리고 인터넷에서도

번개찰 종자를 구할 수 없었답니다.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았는데요. 저희가 늦게 구하기 시작했던 이유도 있지만 작년 가을 찹쌀 가격 폭등으로 유통업자들이 대량 사재기를 하는 바람에 일반 농가들이 보유한 번개찰 종자들이 자기 집 종자용 빼고는 다 업자에게 팔아버렸다고 하더군요.

앞으로는 종자를 구하기 위해 유통업자들과 친해져야 겠다는 마음을 먹어볼려고. 도 했지만 그건 아니겠지요.

 

산두에게 미소 날려주시는 짝궁님입니다.

산두는 왠만큼 마른 밭에서도 생존율이 좋다고 합니다.

생산량은 한마지기에 60kg두가마 정도라는 군요. (한마지기=100평[지역별로 다름])

일반 논에서 생산되는 쌀이 한마지기에 네가마 정도 되니까 수확량은 반 정도 되는 거지요.

게다가 밥 맛도 훨씬 없다는 군요.

 

그런데 왜 밭벼를 심냐구요?

 

그게 저희는 우리가 심은 벼로 밥을 해 먹고 싶을 뿐이고, 논은 빌릴데가 없고, 산자락에 쑥대밭이 된 노는 밭이 있었을 뿐이고....

 

아래는 서비스 사진입니다.

요즘은 벼를 논에서 기계로 심기 때문에 밭에 직파하는 사진은 어디가서 보시기 힘드실 것들 같아서요.

 

 

 흩어뿌리기의 달인  '산두 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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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9 01:24 2010/05/19 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