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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9
    牛而先生님의 글을 읽었는데...
    고양아
  2. 2010/07/19
    2010. 6. 26 C+ 주신 교수님께 드리는 편지
    고양아

牛而先生님의 글을 읽었는데...

 

 

프레임 이론frame theory

 

미국 캘리포니아대 언어학과 교수인 조지 레이코프가 발표한 이론이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헤드라인'의 틀 안에서만 문제가 인식되는 현상에 주목하며 '프레임(frame)'이라는 인지 구조적 용어를 제시했다. 프레임이란, 현대인들이 정치적, 사회적 의제를 인식하고 파악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결정하는 직관적 틀을 의미한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이 항목의 저명성과, 출처와, 위키화와, 분류를 요청하지만

어쨌든 기재되어 있다.

 

 

 

1.

牛而先生님이 쓰신 '4대 강 정비를 강행하는 이유'라는 글의 한 부분을 읽었다. 사실 저 글 전체에 동의하는 바이다. 나는 牛而先生님이 쓴 저 글을 어떤 멍청이들(牛而先生님은 '극우냉정수구꼴보수당', 나는 '어떤 멍청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까발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또 그런 의도를 가지고 읽었다.

 

특히 위에 옮겨놓은 저 부분을 읽으며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라는 분이 쓴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책이 떠올랐는데, 미국 공화당이 어떠한 방법론으로 민주당의 의제를 왜곡하는지에 대하여 설명해주는 책이다. 조지 레이코프씨는 자신이 제시한 '프레임 이론'으로 미국의 현 상황을 비춰주는데, 공화당 정책에 반대하는 민주당조차 공화당이 내놓는 프레임대로 말하고 생각하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하나의 가벼운 예를 들자면 '세금 폭탄'tax bomb이라는 단어다. 이건 조지 부시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때 처음 써먹은 단어인데, 요즘은 한국에서도 심심찮게 쓰이는 것 같다. (불과 얼마전에 포스트한 유시민씨의 '대한민국 개조론'에도 이 단어가 나온다.) 책에서 조지 레이코프씨는 저 단어를 공화당이 내놓았는데, 민주당마저 저 단어를 애용하기에 이른다는 것을 개탄한다.

 

여튼 이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하찮은 단어가 얼마나 우리 머릿속을 뒤집어놓을 수 있는지(=보수 프레임화) 알 수 있다. 명백하게, 세금은 나쁜 것이 아니지 않은가? 한 국가를 굴러가게 하고, 국민의 복지를 충당하는데에 쓰이고,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허투루 쓰이지 않을 돈(이라고 하는데...)이다. 그런데 이 단어 하나로 인해 대중에게 있어 세금은 정부라는 악마가 내리는 징벌 수준으로 변모했고, 서민들은 세금을 더더욱 저주하기에 이른다. 심지어 지난 학기에 들은 '시장 경제와 법'이라는 수업에서는 다른 학교 교수님께서 오셨는데, 정부 자체를 옹호하는 것을 거의 죄악인 것처럼 말씀하시기도 했다. (나는 물론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다만 저 분은 너무 시장경제에 철저하신 분이었다.)

 

2.

牛而先生님이 글을 쓴 취지는, 결국 4대 강 정비 사업이라는 허울 좋은 삽질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결국 자기들 먹고 살기 좋던 그 시절을 기억하던 그 사람들이다, 막연하게 자본주의 때려잡자는 그런 생각으로 우리는 이들을 돌려세울 수 있는가, 결국 그들이 바뀌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사람들을 바뀌게 할 만한 4대 강 만한 의제가 있는가,

 

...가 아닌가 싶은데, 내 생각엔 그게 딱히 개인의 태도 및 방식의 문제라고 보기엔 그들이 겪어온 세월이 너무 파란만장하며, 또한 4대 강을 대신할 대안 창출의 문제로 취급하기엔 너무 어려운 게 아닌가 생각한다.

 

내 생각에 그건 모든 진보들에게 달린 문제라고 느껴진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책에 비춰보았을 때, 진보에게 필요한 건 진보 나름의 프레임이다. '4대 강 정비 사업'이라는 단어만 해도 보면 얼마나 교활한 단어인가?(정비는 무슨 개뿔) 

 

진보가 그들의 싱크탱크에서 '4대 강 정비 사업'를 대체하고 능가할 새로운 프레임을 개발하여 대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4대 강 사업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은 牛而先生님의 글이 말하는 지지자들이고, 그 지지자들에게 4대 강 사업을 무용지물로 보이게 하는 방법은 그 단어 자체를 바꾸어버리는 것이다. 그게 바로 '극우냉전수구꼴보수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행동에 대한 경험적이고 미시적이며 구체적이고도 일상적인 실증적 연구'에 기초한 해법이 아닌가 한다.

 

4대 강 삽질을 옹호하는 그들도 결국 대중이다. 牛而先生님이 글에 적으셨듯, 대중은 신문의 머릿기사만을 보아 그 뒤에 있는 메시지는 알아채지 못하지 못한다. 정직하게 말하는 것도 좋지만, 의도적으로 말할 수 있다면 그건 기술이다. 진보는, 약간 기술적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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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26 C+ 주신 교수님께 드리는 편지

 

 

 

교수님 감사합니다. 매 수업 시간마다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들, 피부에 새기는 자세로 잘 들었어요.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듯 교수님같은 사람한테 가르침 받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일거에요. 그래서 평생 잊어버리지 않게요. 지금쯤이면 셀 수 없이 내뱉어진 당신의 설익은 말들이, 법학관 강의실의 더운 공기에 천천히 삭아들고 있겠지요? 저는 고작 그런 말들도 담아내지 못해서 어른이라는 성충이 되지 못하는 것인지, 아직도 이 정도 말들도 참아내지 못해서 어린 짐승이라고 불리는지 수업 내내 헷갈렸어요.  

 

감당할 수 없이 쏟아져내리는, 강력하기 그지없는 교수님의 천둥같은 그 말들을 제 보잘 것 없는 그릇으로 담아낼 때마다, 제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새삼 다시 한 번 깨달았고, 동시에 떠나보낸지 얼마 되지 않은 앳된 청소년기의 반항심이 따끔거리는 두피 끝에서부터 배어나오는 것을 느꼈지만... 저는 그걸 최선을 다해 억눌렀어요.

 

이 글을 더불어 고백하자면, 저는 교수님께 극단적인 경이감마저 느꼈습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교수님의 무지막지한 프로테스탄트적 사명에 놀랐고, 학교 축제에 주점은 대체 왜 하냐는 말에는 가히 충격과 공포를 느껴버렸어요. 사실 이건 제 경험의 한계이겠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라는 당신의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저라는 사람에겐 마치 통곡의 벽처럼 다가오더군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늘 말하는 거지만, 교수님, 평생 걸을 수 없는 사람에게 '너가 걷지 못하는 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야!'라고 말한 들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물론 재활할 여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열심히 노력해야겠지만요. 저는 교수님의 그 자신있는 말들을 흘려낼 때마다 그 미묘한 간극 사이에서 어찌 할 바 모르고 방황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그냥 웃어넘기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웃어넘기기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그런 말들이 제 속에는 너무 많았어서, 아직도 남았나봅니다. 당신과 작별을 고하는게 아쉽습니다. 갈등이 있어야 진보가 있는거겠지요. 당신 덕분에, 제가 가진 유약한 경험의 세계는 한 번 더 자라납니다. 생각나는대로 아무렇게나 적습니다. 참으로, 참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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