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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질펀하게 놀다가 집으로 향하는 길.
하늘 아래를 밝게 비추는 봄 햇살이 그냥 너무 야속하더라.
그 햇살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햇살마저 부러운 게 참 슬프더라.
집에 들어오니, 나 없는 동안 방안을 정리해놓은 그 흔적이 가슴 아팠다.
사는게 무서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하루에도 수십번씩 나에게 되물어보지.
흘러가는 시간에 그냥 나를 맡겨버린 채, 어느 날 정신차리고 돌아봤을 때 심연을 알 수 없는 까마득한 웅덩이 속으로 가라앉고 있을지, 물길을 흐트려버리는 돌부리에 걸려 머리가 깨져있을 지.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그냥 언제까지 사무치는 쓸쓸함이라든가, 슬픔이라든가, 분노라든가 하는 감정들이 정화되지 않고 가슴 한 구석에 켭켭히 쌓여놓고 있어야 할지, 그 시간이 가늠이 되지 않아서,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아서 또한 무서워.
누구도 원하지 않았고, 그리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부조리.
어찌할 수 없어서 그냥 눈물만 뚝뚝 떨어뜨릴 뿐인게 인생 살이의 숙명인가 싶기도 해.
내 어머니가 그러하듯, 내 벗들이 그러하듯, 내가 그러하듯.
요즘들어 비할데 없이 헤퍼진 웃음은 일종의 안간힘 같다는 생각이 들어.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하고, 따뜻한 햇볕에 얼굴을 내밀어도 한 순간일 뿐.
입안으로 소주 한 병 털어넣어도 정말 쓰기만 할 뿐이라 한번씩 꼭 얼굴을 찌푸리게 돼.
무엇에 걸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정말이지 왜 사냐건 그냥 웃을 뿐인거지.
삶에 대해 이렇게 절망해가면서까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유는 무얼까?
이 찢기는 가슴 아픔이 그 답이라고 이야기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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