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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2/28
    윤상, 일상, 상상 그리고 새벽
    不気味
  2. 2008/02/25
    하루
    不気味
  3. 2008/02/17
    흡연가 20문답
    不気味
  4. 2008/02/13
    슬픔이 기쁨에게
    不気味
  5. 2008/02/13
    그는
    不気味
  6. 2008/02/09
    피로
    不気味
  7. 2008/02/05
    겨울의 무게
    不気味
  8. 2008/02/02
    잠 못 이루는 사람들
    不気味
  9. 2008/02/02
    10년을 참은 눈물
    不気味

윤상, 일상, 상상 그리고 새벽

하루 종일 발갛게 달아오르는 기운을 느끼며 어질어질 했다.

맥주 반 잔을 마시는 둥 마는 둥 하고 자리를 떴는데도 오는 내내 버스의 진동에 따라 오장육부가 넘실 거리는 그 느낌. 아마도 버스에 1분만 더 앉아 있었더라면 그 자리에서 토하고 말았을 것이다.

 

몸 속의 찌든 때마저 개워내지는 못한 찝찝한 샤워를 끝내고 어김없이 컴퓨터 앞에 앉는데 불현듯 십수년 도 전의 기억이 머리를 주마등처럼 훑고 지나간다. 가끔씩 이럴 때 있다. 켭켭히 내려앉은 먼지를 떨쳐내며 일어나는 기억들. 시간의 요철에 꼭 맞지 않아 그 틈을 기어코 벌리며 불쑥 튀어나오는 그런 기억들이 꼭 있다.

 

철이 들고나서부터 처음으로 음악을 느끼게 되었던 계기는 윤상이었다.

우리 학교 다닐 적에 윤상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못 봤다...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새벽'이란 연주곡은 내게 있는 너댓개의 윤상의 앨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다. 같은 앨범에 있는, 노영심과 함께 부른 '잃어버린 세상'이란 노래도 무척 좋아했다.

 

그 시절에는 노래만 듣고도 행복해하고, 우수에 젖기도 하고 그랬다. 사랑이나, 상실이나, 우정이나, 배신이나, 절망이나 하는 등등의 복잡다난한 감정들에 대한 경험도 기억도 전혀 없었음에도, 온 마음으로 노래를 느꼈던 것 같다.

 

경험과 기억의 빈 자리를 채워나갔던 것은 상상이었다.

 

그 때는 일상이 참 지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 나의 일상은 모든 것들이 감각적으로 다가왔던 시기였던 듯 하다. 그래서 별 것 아닌 노래나 소설, 만화 속의 이야기들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었던 듯 하다.

 

새벽에 조용히 내리는 눈을 보며 벅찬 마음에 몰래 집 밖으로 나가 눈위를 굴러다녔던 그 감수성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눈이 오면 추위만을 느끼고, 서울이 아닌 어디로든 떠나버리고 싶은 지금은 일상이 더 이상 나에게 자극이 되지 못하는 거다. 나이를 먹어가는 일상을 채우는 것은 상상이 아닌 물질.

노래말 그대로 "잃어버린 작은 세상".

 

잿빛거리 위엔 아직 남은 어둠이
아쉬운 한숨을 여기 남겨둔채
지루했던 침묵은 깨어지고
눈을 뜨는 하루

- 윤상,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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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연초부터 혼을 빼놓았던 일들이 지난 주를 마지막으로 거의 끝을 보고 있다.

물론, 며칠만에 열어본 메일 함에는 내일부터 시작되는 빡빡한 일정들을 알려주고 있지만, 그건 내일부터 하면 되는 거고...오랜만에 참으로 마음 편안한 주말을 보냈다.

 

하지만, 너무 정신없이 보내왔던 터라 발끝이 아직 허공에 떠 있는 듯하다. 목 근처에서 나타나는 심상치 않아 보이는 증상들은 나에게 하루라도 빨리 대오각성하기를 요구하고 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어머니가 아프셔서 집안 분위기도 좋지 않아 마음이 뒤숭숭하다. 뜬금없는 소개팅에 맞선 이야기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고. 신년 계획 중 하나는 그만 시기를 놓쳐버렸다.

 

이런저런 속상함들 다 잊어버리게끔 한편으로는 또 다시 계속 분주해지길 원하기도 하지만, 마음에 쫓겨 시간을 채워버리는 거, 어리석은 짓이라는 거 또한 잘 안다.

 

하루는 또 그렇게 시작되는데, 왜 늘 하루가 이틀이고 사흘이고 지속되는 것 같을까.

시간의 불가해함...

 

(+) 언제나 드는 생각이고, 언제나 하는 후회지만

내가 뱉은 말의 속도가 생각의 속도보다 느렸으면 좋겠다.

짧디 짧은 생각과 옹졸한 마음에 괜한 염려를 끼쳐버렸다.

내면화되어 언제든 거리낌 없이 나오는 파쇼. 술이 왠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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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가 20문답

1. 첫 담배는 언제, 어디서, 어떤 담배?
대학교 입학 하자마자 바로. 술집에서. 디스.

 

2. 첫 한갑은?
첫 담배 = 첫 한갑

 

3. 가장 오래였던 금연기간은? 
7~8개월 정도.

 

4. 3번 질문의 금연은 자의였나요 타의였나요?
자의.

 

5.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으로 당해본 트러블은? (전철역, 길거리 등등...)
길거리 흡연으로 트러블 생긴 적은 없는데 찢어진 청바지 입었다고 시비 붙은 적은 있다.

 

6. 비흡연가 친구에게 담배를 권하는 편인가요? 그 이유는?
좋지도 않은 걸 뭐하려고 권하나.

 

7. 흡연가 친구에게 담배를 권하는 편인가요? 그 이유는?
그건 에티켓.

 

8. 앞으로 담배를 끊을것 같으세요?
그럴 것 같다.

 

9. 담배를 끊은뒤 다시 필것 같으세요?
또한 역시 그럴 것 같다.

 

10. 지금 담배를 피고있나요? 피고 있다면 어떤담배?
던힐 라이트.

 

11. 담배피는 모습이 가장 멋진 영화배우는 누구라고 생각하며, 그배우의 어떤영화의 어떤장면에서 반했나요?
영화배우는 아니고 <카우보이 비밥>극장판에서 빗속에서 말보루 레드 무는 스파이크.

 

12. 담배로 인해 당해본 가까운 사람들과의 트러블은?(가족, 친구, 애인 등등)
동생의 고자질 협박.

 

13. 어떤때, 정말 담배 끊고싶은가요?
담배가 너무 땡길 때.

 

14. 어떤 때, 정말 담배가 땡기나요?

담배 끊고 싶을 때.

 

15. 줄담배, 체인 스모킹(담배를 연달아 다섯개피이상 피는행위) -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목이 칼칼하겠다.

 

16. 본인은 줄담배질을 하나요? 하고나서 어때요?
빈 담배곽을 바라보며 아쉬움.

 

17. 한국사회에서는 길거리에서 젊은이들이 혹은 젊은 여자가 담배피는것이 상당히 안좋은것으로 박혀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사임당이 곰방대를 물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18. 첫담배와 상관없이 제대로 스모커가 되신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5년.

 

19. 일부 선진적인 식당에서는 전관금연을 실시하기 시작한지 제법 오래된데다 완전 상식으로 굳어져가는 요즈음, 그런 음식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두더지 굴에서 밥 먹기는 좀 그렇지.

 

20. 자신의 페이버릿 스모킹 플레이스는?
고속도로 휴게소

 

+ 서비스 질문 : 당신의 앞에 담배 반갑이 놓여져 있습니다. 당신의 반응은?
담배들을 한 쪽으로 밀어놓고 빈 공간에 라이터를 집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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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기쁨에게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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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 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 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 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은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 정호승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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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온전한 충전의 시간은 왜 이리 오지 않는 걸까.

근원을 알 수 없는 이 피로감을 하루 쯤은 털어냈으면.

 

내일 할 일을 걱정하지 않고 잘 수 있는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해가 뜨고 해가 짐을 음미할 수 있는

그런 오늘 하루를 제발 갖고 싶다.

 

일상은 자신을, 현재를, 미래를 잊게 만드는 최면.

안주하고 싶지 않아도 그 자리에 계속 머루를 수밖에 없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일상의 즐거움이란 말, 무시무시한 함정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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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무게

항상 1월이 지나면 겨울에 지쳐간다.

어깨 위로 걸쳐진 코트의 무게에 어깨가 축축 내려앉는 것을 느낀다.

마음도 참 추워진다.

 

여름을 기다린다. 추워지는 마음, 쓰러지는 육체를 차라리 증발시켜 여기저기 유유히 떠다닐 수 있게 하는 그 뜨거움이 그립다.

 

Photo by Rolfe H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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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사람들

새벽 두 시, 세 시, 또는 네 시가 넘도록

잠 못 이루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집을 나와 공원으로 간다면,

만일 백 명, 천 명, 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물결처럼 공원에 모여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예를 들어 잠자다가 죽을까봐 잠들지 못하는 노인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와

따로 연애하는 남편

성적이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자식과

생활비가 걱정되는 아버지

사업에 문제가 있는 남자와

사랑에 운이 없는 여자

육체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사람......

만일 그들 모두가 하나의 물결처럼

자신들의 집을 나온다면,

달빛이 그들의 발길을 비추고

그래서 그들이 공원에 모여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그렇게 되면 인류는 더 살기 힘들어질까.

세상은 더 아름다운 곳이 될까.

사람들은 더 멋진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더 외로워질까.

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만일 그들 모두가 공원으로 와서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태양이 다른 날보다 더 찬란해 보일까.

또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그러면 그들이 서로를 껴안을까.

 

- 로렌스 티르노 <잠 못 이루는 사람들>

 

잠 못 이루는 밤에 공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아마도 온 마음으로 서로를 포옹해줄 듯.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찬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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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참은 눈물

我有數行淚  내게도 몇 줄기 눈물이 있지만

不落十餘年  10여 년 동안 흘린 적 없네

今日爲君盡  오늘 그대를 위해 모두 흘려

幷灑秋風前  함께 가을 바람에 날려보내리.

 

- 도홍경(陶弘景)

 

10년을 넘게 수련한 도가 사상가의 가슴에도 넘쳐 흐르는 감정이 있나보다.

결국 인간임을 잊고 살 수는 없는 거겠지.

단지 억누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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