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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1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한 해 돌아보기)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한 해 돌아보기 (2017년)

언젠가부터 일기를 잘 쓰지 않게 되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직접 손으로 쓰는 일기장과는 조금 멀어지게 된 것 같다. 그러다 SNS를 사용하면서부터는 드문드문 하던 블로그마저 접었다. 그래도 일기장에 대한 로망은 있어서 다이어리를 살 때에는, 일정/할 일을 메모할 수 있는 페이지를 포함하여 프리노트가 넉넉한가, 하는 게 하나의 기준이곤 했다. 올해는 어땠나. 선물 받은 다이어리가 하루하루 다이어리였다. 덕분에 매일은 아니지만 잘 안 쓰던 일기를 조금 끄적일 수 있었다. 돌아보면 대체로 우울하거나 마음이 힘들 때 일기를 쓴 것 같다. 행복했던 날도 기록했더라면 좋았을까? 어쨌든 글을 쓰면 적절한 거리를 가지며 정리를 할 수 있다(귀찮지만). 오늘은 꼭 해보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잘 안 하던 일을 해보려고 한다.

 

1. 올해의 노래

- 이거 꼭 정리해보고 싶었다!

- 첫 번째는 뭐니뭐니 해도 브로콜리너마저의 ‘살얼음’. 아, 이 노래 없었더라면 어쩔 뻔 했어. 어마어마한 위로를 가져다준 노래.

- 올해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아마도) 안녕하신가영이 부른 ‘지금이 우리의 전부’. 최고. 그러고 보니 안녕하신가영 공연도 갔었지! 또 가고 싶다.......

- 가을방학의 신곡도 빼놓을 수 없다. ‘이름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스톱워치’. 얼마 전 공연에서 스톱워치 라이브도 들었는데 시계 소리를 기타로 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나는 당연히 똑딱똑딱 시계를 녹음했을 거라고 상상했다.

- 이진아 새 앨범. 타이틀곡도 좋지만 수록곡들이 다 좋다. 그 중에서도 ‘어디서부터’ 짱. 이 노래를 반복 재생하면서 지나쳤던 풍경을 기억한다. ‘오늘을 찾아요’는 들으면서 ‘지금이 우리의 전부’랑 내용이 비슷한 것 같아서 더 가깝게 느껴졌다.

- 요조의 새 앨범도 좋았다. 특히 ‘공항 거쳐서’.

- 아이유 앨범 <팔레트>도 물론! 아이유 짱... 너무 멋있어요... 팔레트 앨범도 다 좋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만 고르자면....... 잼잼!!!! 최근에 콘서트 영상 보고 더 입덕함. 무튼 아이유 콘서트는 티켓팅 등등 때문에 엄두도 못 냈는데. 언젠가 갈 수 있으려나? (과연;)

- 프롬! ‘당신의 계절은 무엇입니까’라는 노래로 알게 된 가수. '봄은 겨울이 꾸는 꿈‘ 너무 좋아요!

 

2. 올해의 행복한 순간

- 엄마랑 제주도 여행 갔을 때! 비자림이랑 우도. 맛있는 음식들. 또 가고 싶다...(하트)

- 여름에 공현이랑 통영 여행 갔을 때! 처음 타 본 루지... 대박 재밌었다. 해안도로에서 자전거 타기도 정말 짜릿해! (반짝반짝)

- 미리 약속하지 않은 어느 날, 혜원이랑 한낱이랑 급 만났던 날!

- 피아님이랑 호야랑 남산 나들이 갔을 때! 아, 이 때 날씨 진짜 짱 좋았는데. 사계절 필요 없고 가을날만 있으면 좋겠다. 흑흑... 영하권 날씨는 살기 힘들다는 걸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어.

- 내 생일날~~~~~~

- 각종 맛있는 음식 먹을 때. 먹는 게 제일 좋아. 그러고보니 올해의 음식은?! (더 고민해봐야겠다ㅋ)

 

3. 올해의 고민

- 언제고 안 그런 때가 있었겠냐마는 올해는 특히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모든 걸 다 잘해내고 싶은 마음과 전부 다 내버려두고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다. 표면적으로는 경제적 불안 때문에 위태로웠고, 더 깊은 곳에서는 미움과 억울함, 자괴감이 넘실댔다.

- 시기를 나눠서 보자면 상반기에는 “활동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컸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이 고민은 활동하면서 늘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매 번 같은 의미의 고민은 아니었다. 그치만 올해는 이런 고민이 내 일상을 많이 흔들었기 때문에... 나는 활동가인가. 이런 고민. 나는 전망이 없는 것 같아.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것도 힘들어. 딱히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없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 하는데. 난 뭘 잘하는지 모르겠고, 나는 늘 그냥저냥, 이도저도 아닌 것 같다는 느낌에 힘들었다.

- 하반기에는 사람, 관계의 문제랄까? 혹은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의 대폭발. 지금 돌이켜보니 내 마음이 힘들어서, 여유가 없어서, 힘들고 속상한 일이 더 버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별 것도 아닌 것들을 걱정하고, 작은 일에 상처 받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나 자신이 미울 때가 많았다. 내가 나를 미워하니 다른 사람도 밉고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내 모습이 또 미웠다. 서운한 일을 고백하려고 마음먹으면 말은 안 나오고 눈물만 터졌다.

- 다행히도 최근 좋은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나누고, 마음 고백도 하고, 다정한 토닥임도 받아서 훈훈한 연말을 맞을 수 있었다.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지만...!

- 일대일 심리 상담을 받고 있는데, 상담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일단 상담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좀 더 알아차리고, 들어주고, 읽어낼 수 있게 된 건(여전히 잘 안 되지만) 중요한 변화다. 지금까지의 상담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은 “자신의 감정을 판단하지 않는 연습을 하라”는 말. 이 감정은 좋아, 이 감정은 싫어, 이 감정은 잘했어, 이 감정은 못했어, 이런 판단을 하지 않으려는 연습을 해보라는 것이다.

 

4. 올해의 취미

- 해금 : 해금을 꾸준히 배운 건 참 잘한 것 같다. 일이 너무 많아서 바쁠 때는 레슨 받으러 가는 길도 너무 고단했는데, 갔다 오면 역시 하길 잘했다는 느낌. 그리고 가르쳐주시는 분이 지금까지 만났던 쌤들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라 훨씬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다행이다. 내년에도 계속 할 것. (올해 새로 배운 곡 : 포카혼타스 OST, 서른즈음에, 비익련리, 가시리, 숲속다람쥐, 적념 등등)

- 아프리칸 댄스 : 난 내가 이렇게 꾸준히 할 줄 몰랐다. 춤을 추는 나를 상상해본 적도 별로 없고 춤추고 싶다는 생각도 딱히 한 적 없는데. 이렇게까지 배우게 될 줄은! 짱 재밌고 신나고 즐겁고. 강사쌤도, 같이 춤추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너무너무 좋다. 타인의 시선을 (크게)신경 쓰지 않게 된다는 게 이 춤을 출 때의 큰 매력이다.

- 마크라메 매듭 만들기 : 해금 수업의 인연으로 원데이 클래스 갔었지. 생각보다 재밌었다.

- (취미라고 할 수 있을까?) 파티 안 죽이고 잘 키우기! : ‘파티’는 방에서 키우는 화분, 스파티필름의 이름이다.

- 수영 : 취미라기보다는 운동. 스포츠. 나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건데 그나마 좀 재밌는 거. 헬스나 조깅 같은 건 재미없어서 계속 못하겠음.

 

5. 올해의 책

- 읽은 책이 적다. 하하.... 그치만 그렇다고 해서 내년엔 책 많이 읽을 거야, 같은 계획은 없어. (단호)

- 그래도 몇 권 있다;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안녕하신가영 씀), 내 마음을 부탁해(박진영 씀), 불구의 삶 사랑의 말(양효실) ...

- 그 외 올해의 웹툰 : 슈퍼시크릿, 낮에뜨는달(완결), 오늘도핸드메이드(완결), 유미의세포들, 이영싫!!!!(완결)

 

6. 올해의 단어

- 요거슨 가을방학 콘서트 갔을 때 “올해의 단어를 적어주세요.” 하는 거 보고, 그리고 계피&바비의 ‘올해의 단어 영상’을 보고 나도 써봐야지, 싶었던 것.

- (떠오르는대로 적기) 활기 후원행사, 청소년참정권, 학생인권법, 촛불청소년인권법, 투명가방끈 대학입시거부선언, 회의, 노트북 가방, 광화문광장, 미세먼지, 숏컷, 운전 연수, 청년수당, 팔도비빔면, 대통령선거, 자괴감, 문재인, 공동주거/자립에 대한 고민

 

와. 이렇게 적고 나서 보니 꽤 길다. 이렇게 내 이야기를 길게 쓴 건 오랜만인 것 같다. 여기까지 다 읽은 분이 있을까...? ㅎㅎ 다 읽었다면 와!!! 짱짱! 제 박수를 받으셔요. 어쩐지 이제 와서 좀 부끄럽기도 하다. 그치만 한번쯤 이렇게 돌아보는 건 멋진 일인 것 같다. 다른 사람 이야기도 궁금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기준으로 각자의 올해를 돌아보겠지. 올해, 내년 같은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나도 점점 나이 한 살 더 먹는 게 특별히 중요해지지 않은 것처럼, 올해와 다음 해의 구분에 예전만큼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래도 오늘은 다른 날보다는 두근대는 날. 앞으로도 나랑 잘 지내보자. 그리고 나와 가까운 사람들, 좋아하는 이들이랑도 잘 지내보자. 내년부터는 새로운 활동을 하기로 했다. 늘 하던 활기, 투명가방끈 활동도 이어간다. 걱정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기대되는 마음도 크다. 그리고 일단 며칠째 안 떨어지는 감기 기운이 언능 가셨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감기랑은 안 친해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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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 이후'를 사는 법

 

(인권교육센터 '들' 소식지에 실린 글)

 

'거부 이후'를 사는 법

 

   “해가 바뀌면 나는 스무 살에서 스물한 살이 된다.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그냥 그렇게 정해져 있다. 열아홉과 스물의 차이도 그러하지만, 스무 살과 스물한 살의 차이도 제법 크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부럽다고 할 테고, 누군가는 '청춘'이라 하겠지만, 나는 사실 불안하기만 하다. 이 사회가 요구하는 '자격'들 속에서 증명할 것도 없고 내보일 것도 하나도 없는 삶이 불안하다. 그래서 돌아올 새해가 그렇게 반갑지는 않다.”

  인생을 숫자로 구분지어 부를 수 있다면 작년까지 나는 20대의 중간지점을 보냈고 스무 살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은 ‘불안함’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위의 문단은 내가 스물한 살이 되던 때에 쓴 글의 한 부분이다. 탈학교를 하고 대학거부를 하고, 후련하고 뿌듯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불안했다. 있어야 할 곳에 없고, 없어야 할 곳에 있는 기분, 내내 그랬다. 어떤 식으로든 학교/제도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대하는 세상의 태도는 같았다. 나 같은 사람을, 우리들을 밀어내는 것. 써내야 하는 이력서에서도, 무심코 학번이나 전공을 묻는 질문에서도, 대학 갈 준비하라며 부추기는 이상한 조언 속에서도, ‘나’는 없는 사람이었다.

  내 또래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시기에, 나는 고등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정하던 때만큼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 중에 가장 큰 질문 덩어리는 “뭐 먹고 살아야 할까?” 하는 것. 내가 주업(?)으로 삼고 있는 청소년운동을 하면서 활동비도 받을 수 있다면. 넉넉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통장에 빵꾸는 나지 않을 정도로 딱 그만큼의 ‘지속가능함’을 꿈꿨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활동가로서의 삶과 지속가능한 운동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최근에는 인권교육 온다의 상임활동을 하다가 그만두기도 했다. 나의 운동과 인권교육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교육활동은 쭉 관심을 갖고 함께할 생각이다.

  당장의 청소년운동과 지금의 내가 마주한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내가 주로 활동하는 아수나로와 활기에서 활동가들에게 줄 수 있는 활동비는 없다시피 하다. 피자 한 판 위에 토핑 한 조각을 가지고 이걸 어떻게 쪼개 쓸까, 하는 내용이 회의 안건으로 다뤄진다고 해야 하나. 재정의 어려움을 열악함의 모든 조건으로 내세울 수 없다 하더라도, 그만큼 청소년운동이 처한 현실은 가난하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지쳐 떠나는 사람들을 그저 붙잡기만 할 수도 없어서 또 외롭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운동을 부여잡고 붙들고 채워나가는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식상한 결론이지만 나는 그 식상함-다른 이름으로는 ‘익숙함에 곧잘 잊어버리는 소중함’-을 믿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투명가방끈’에서 준비하는 대학거부자들의 공동주거 프로젝트 <거부하우스>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기를 바라고 있다. <거부하우스>는 대학거부자들이 함께 모여 살 집을 만드는 것으로 요즘 내가 집중하고 있는 일이다. 처음에는 ‘투명한 집’이라는 이름으로, 투명가방끈이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할까를 고민하다가 대학과 학벌 없이 ‘선언 이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대학거부자/비대학생들의 사는 문제, 즉 ‘주거 문제’와 부딪혀보자는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입주를 신청한 사람들 네 명이 함께 준비하고 있다. 함께 모여 살 집을 만든다고 했지만, 실제로 집을 짓는 것은 아니다!(그럴 능력도 없다ㅋㅋ)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먹고 살기란 참 힘든 일이다. 특히 집값이 어마어마하다보니 어떤 집에서 살지를 결정하는데 다른 조건은 다 제쳐두고, ‘월세가 얼마나 저렴한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기도 한다. 정부에서 혜택이랍시고 내놓는 몇몇 주거 정책들이 있는데, 이는 청년(이라 쓰고 ‘대학생’이라 읽는다), 직장인, 신혼부부 등 ‘보통의 생애주기’에 맞춰져 있어 그에 벗어난 대학거부자와 같은 존재들은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청년주거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거부자들이 함께 공동주거를 꾸려 열악한 주거조건을 스스로 바꿔보려고 <거부하우스>를 구해서 함께 살아가보려고 한다. 제도의 따뜻한 손길(?)을 누리지 못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직접 먹고 살 길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한편으로 <거부하우스>를 꾸려나가면서 곳곳에 흩어져 있는 투명가방끈들의 네트워크를 마련하여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고민을 하나의 운동으로 이어가보려는 포부도 있다. 그리고 일단 당장은 ‘1호’라는 생각으로 지금 모여 있는 이들과 한 군데에서 시작하지만, 1~2년 뒤에는 ‘2호’, ‘3호’의 <거부하우스>를 만들려는 욕심도 갖고 있다. 집을 구하기 위해 꼭 필요한 보증금의 일부를 ‘출자자’의 출자금으로 보탤 계획이다. 출자자들에게는 연 5%의 이자를 적용하여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 돌려드린다. 마침 지금, 막 시작하는 <거부하우스>의 ‘출자자 모집’ 기간이다. 2월 22일까지 출자신청을 받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투명가방끈 게시물을 참고해주시면 좋겠다! (바로 가기 -> http://cafe.daum.net/wrongedu1/K7XD/102)

 

  이래저래 불안한 오늘이지만, 지금처럼 스스로를 지지하면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건 함께할 수 있는 이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투명가방끈 공동주거 프로젝트 <거부하우스>를 준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같이 살아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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