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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를 위한 신문에 외부 기고글로 쓴 글이다. 신문에는 최종편집된 버젼이 실렸는데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6월 초에 처음 쓴 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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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나는 영등포 타임스퀘어내의 오피스 B동에서 파견직으로 일을 했었다. 내게 있어 타임스퀘어는 매우 이상한 공간이었다. 마치 구석구석에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무언가를 가로막는 듯했다. ‘오시는 길’을 찾으러 타임스퀘어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지하철 1호선에서 지하연결통로를 이용해서 오라고 하질 않나, 크게 나와 있는 타임스퀘어 지도에는 ‘정문’ 밖에 나와 있지 않았다.
면접을 보러 타임스퀘어에 도착을 하고 나서야, ‘이상한 지도’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오피스 B동 건물과 함께 백화점 건물이 집결지와 길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영등포 성노동자 투쟁이 시작되기 전에도 신세계 백화점에서부터 오피스 빌딩까지 이르는 길은 항상 신사복을 입은 경비업체 직원들이 10~15미터에 한명씩 서서 타임스퀘어를 이용하는 고객의 발길을 돌리는 일을 했었다. 길이 뚫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임스퀘어 내의 직원들도 출근길, 퇴근길, 외식을 하러 밖으로 나가야 할 때마다 마찬가지로 한참을 돌아가야 했다.
2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등포 성노동자 투쟁 소식을 언론을 통해 듣게 되었다. 기사를 찾아 읽으면서 통쾌한 기분을 느꼈다. 성노동자의 투쟁 하나하나가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으나 차마 할 수 없었던 투쟁들이었다. 나 또한 길 너머를 ‘없는 곳’으로 만들어 버리는 ‘보이지 않는 벽’을 깨고 싶었었다.
경찰은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및 시행으로 인해 집결지 단속을 한다고 말하지만, 영등포는 서울의 수많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도시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공간이다. 그 와중에 전여옥 국회의원(영등포 지역구)의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타임스퀘어 주변 도로 환경개선의 필요성은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영등포구청에
주변 정비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타임스퀘어가 인근지역 발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빠른 시간 내에 주변 환경 정리와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4년 성특법이 제정되자, 성노동자 투쟁은 각지에서 활발하게 일어났었다. 국회 앞 단식 및 농성을 비롯하여, 각종 집회와 현장투쟁이 있었다. 7년이 지난 후에, 새롭게 시작되는 2011년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의 시위는 성특법과 아울러 재개발로 인해 내몰리는 성노동자의 현실과 맞서는 투쟁이다. 그 이유로 나는 도시개발로 인해 일하고 살아가고 있는 공간을 위협받고 있는 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투쟁하는 ‘영등포 성노동자 투쟁’을 지지한다.
도시에서의 재개발 문제는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이다. 6월초에 홍대 두리반 투쟁이 마침내 승리를 하게 되었다. 531일간의 농성 끝에 얻어낸 뜻깊은 승리이다. 두리반의 승리는 도시재개발 문제에서 법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철거민의 투쟁의 상징이 되었다. 두리반은 승리하였지만, 서울에서만 300개가 넘는 곳이 재개발 대상지역이 남아 있다. 이사를 하더라도 또다시 재개발로 묶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주부터 점거농성이 시작된 명동지역 상가세입자들의 본격적인 투쟁이 시작되었다. 시행사에서 고용한 철거깡패 용역들이 건물 안에 있던 주민들을 밖으로 내던지고, 오함마를 들고 물건들을 부수는 것을 직접 보았다. 다행히도 소식을 듣고 찾아온 동지들 덕분에 더 심한 상황을 막을 수가 있었다.
며칠째 명동철거현장에서 함께 농성하며 연대하면서. 길 하나를 두고 편견과 사회적 낙인에 맞서 투쟁하는 성노동자의 모습은 철거민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층빌딩의 화려한 명동에서 철거를 강요받는 철거민의 현실은 타임스퀘어 건너편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도시재개발로 인한 철거현장 폭력 속에서 성노동자 운동과 철거민투쟁은 전혀 다르지 않다. 도시개발에 의해 희생되지 않기 위해 투쟁하는 성노동자 여러분에게 강한 지지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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