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자본론 강독을 하다가 1권 6편 임금, 17장 노동력의 가치 또는 가격의 임금으로의 전화, 길판으로 737쪽을 보다가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각주 4)번의 시스몽디의 인용 때문이었는데요(비봉판도 각주 4번 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먼저 각주4)가 달린 본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하나는 대상화된 노동이고 다른 하나는 살아 있는 노동이라는 형태상의 구별에서 더 많은 양의 노동과 더 적은 양의 노동의 교환을 도출하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다.4) -길737
앞 문단에서는 12시간 노동이 10시간이나 6시간 등의 노동으로 교환되는 현실에서 화폐, 즉 대상화된 노동과 살아있는 노동이 직접 교환된다는 말이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금과 노동의 형태가 다르다고해서 다른 양을 가진 노동끼리의 교환을 합리화 하려는 것도 비판하고 있고요. 문제가 되는 각주 4)번은 아래와 같습니다.
4) "이미 수행된 노동이 앞으로 수행될 노동과 교환되는 경우에는 언제나 후자(자본가)가 전자(노동자)보다 큰 가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합의되어야 할 것이다"(이것도 '사회계약'의 신판이다)(시스몽디, 『상업적 부에 관하여』, 제네바, 1803, 제1권, 37쪽.).
저는 이 각주를 보고 의문이 생겼는데요, 그것은 이미 수행된 노동을 대상화된 노동으로 본다면 그것은 화폐 소유자가 될테고, 앞으로 수행될 노동을 살아있는 노동이라고 보면 이 노동은 노동자를 뜻하는 것이 될텐데, 이 각주에서는 후자 즉, 앞으로 수행될 노동을 자본가라고 하고있고, 전자 - 이미 수행된 노동을 노동자라 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아무래도 아귀가 맞지 앉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전자, 후자의 순서는 제가 확인해 본 판본에서는 모두 같았는데요, 아래는 순서대로 펭귄판과 재익님이 보내주신 영독 합본에 있는 독일어 4판의 각주 인용문입니다.
4. 'It was nesessary to reach an agreement' (yet another edition of the contrat social!) 'that every time completed labour was exchanged for labour still to be performed, the latter' (the capitalist) 'would receive a higher value than the former' (the worker). Sismonde(i.e. Sismondi), De la richesse commerciale (Vol. 1, Geneva, 1803, p. 37).
”Man mußte vereinbaren“ (auch eine Ausgabe des ”contrat social“), ”daß, wann immer geleistete Arbeit gegen zu leistende Arbeit ausgetauscht wird, der letztere“ (le capitaliste) ”einen höheren Wert erhalten müßte als der erstere“ (le travailleur).
독일어를 할 줄 몰라서 구글 번역기에 넣고 해당하는 단어를 찾아 봤습니다. (그래서 잘 못 찾았을 수도 있습니다.) 시스몽디의 원문은 찾을 생각도 못하고 이리저리 고민만 했는데, EM님께서 저에게 어느날 『상업적 부에 관하여』36-37페이지를 프린트해서 던져 주셨습니다. archive.org 에서 원문 pdf를 찾을 수 있다는 말씀도 해주셨고요. 문제는 제가 영어도 잘 못하지만 프랑스어는 정말 까막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pdf를 긁어서 복사하고, 원문과 다른 글자를 수정하고, 번역기를 3개, 사전을 4개 띄워놓고 생난리를 쳤습니다. 그러다가 사전에도 없는 이상한 옛날 프랑스말을 검색하다가 신기한 발견을 하게됩니다. 시스몽디의 『상업적 부에 관하여』를 한 단락, 한 단락 영어로 번역한 어떤 위대하신 분의 블로그를 발견한 것입니다! 아래는 De la richesse commerciale; ou, Principes d'économic politique, appliqués à la Législation du Commerce (1803) Vol. 1, Jean-Charles-Léonard Simonde. 36에서 37쪽에 걸친 문단입니다.
Dans le premier période de la civilisation, lors qu’une nation n’est composée que de chasseurs, on ne distingue chez elle ni riches, ni pauvres, et chacun de ses membres pourvoit par soi-même à ses propres besoins: la division des professions, en rendant possible l’accumulation des richesses, a introduit pour la première fois cette inégalité dans la société. Lorsqu’elle a commencé, celui-là a été riche, qui après avoir pourvu à sa consommation par l’échange des fruits de son travail, a eu encore du superflu; et celui-là a été pauvre, qui n’a pas eu en avance et par devers [par-devers] lui, dequoi [de quoi] subsister pendant qu’il travailloit [travaillait], jusqu’à ce que son ouvrage fut achevé et susceptible d’être échangé. Comme tout homme est forcé de consommer avant de produire, l’ouvrier pauvre se trouve dans la dépendance du riche, et ne peut ni vivre ni travailler, s’il n’obtient de lui des denrées et des marchandises déjà existantes, en retour de celles qu’il promet de produire par son travail. Ce marché ne peut être gratuit, car l’avantage en seroit [serait] tout du coté de l’ouvrier, tandisque [tandis que] le riche ne seroit [serait] point intéressé à le conclure: pour l’y faire consentir, il a fallu convenir que toutes les fois qu’il échangeroit [échangerait] du travail fait contre du travail à faire, le dernier auroit [aurait] une valeur supérieure au premier, ou en d’autres termes, que le propriétaire du superflu accumulé, retireroit [retirerait] un profit proportionné à ses avances.(36-37, 괄호는"François-Marie Kubel" KUBO님의 수정)
원문 pdf에는 무슨 글자인지 분간하기 힘든 글자도 많고, 옛날 프랑스 단어가 많아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KUBO님 덕분에 수고를 덜었습니다. 아래는 순서대로 KUBO님의 영어 번역과 저의 한글 번역입니다. KUBO님이 잘 정리를 해주셨지만,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고, 의역을 좀 하신 것 같아서 사전과 번역기를 사용해서 부분부분 수정했습니다. 프랑스어도 못하지만, 영어도 잘 못해서 정말 발번역입니다. 저보다 프랑스어와 영어를 잘하시는 분이 꼭 제대로 번역해주셔야만 합니다.
In the first stage of civilisation, when a nation is composed only of hunters, you cannot tell rich from poor among them. Each of them could satisfy their own wants for themselves. The division of professions, by making possible the accumulation of wealth, introduced that inequality in the society for the first time. When the division took place, the rich were those who, after having satisfied their consumption by exchanging fruits of their labour, had still some surplus, and the poor were those who did not have in hand and in advance what is needed for their subsistence during their labour, until their labour had been completed and capable of being exchanged. As everyone is forced to consume before to produce, the poor labourer finds himself dependent upon the rich, and he cannot live or work unless he obtains some foods and commodities which has already existed in the hands of the rich, in return for those which he promises to produce by means of his labour. This deal cannot be gratuitous, because all the advantage of it would be on the side of the labourer, while the rich would not be interested in conducting the deal. In order to make the rich agree to the deal, the necessary condition was that, whenever labour already expended would be exchanged for labour yet to expend, the latter would be of more value than the former; in other words, that the owner of accumulated surplus would derive profit proportional to his advances.(http://reading-french.blogspot.kr)
문명의 첫 번째 단계에서, 국민(nation)이 오직 사냥꾼으로만 구성되어 있었을 때에는, 그들을 부자와 가난한자로 구분할 수 없었다. 그들 각자는 스스로 필요한 것을 공급했다. 부의 축적을 가능하게 한 직업의 분화는 처음으로 사회에 불평등을 가져왔다. 이러한 분화가 시작되었을 때,부자들이란 그들이 한 노동의 결실과 교환한 것들을 소비하면서 그 자신의 소비를 충족시키고 나서도 여전히 여분의 것이 남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가난한자들은 가진 것이 없어서 그들이 노동을 할 동안에,노동의 결과물이 완성되고 그것이 교환되기 전에,그들을 먹여살릴 생활수단이 없는 자들이었다. 모든 인간은 생산하기에 앞서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가난한 노동자는 부자에 대한 의존 속에 있게 되고,노동자들은 그들의 노동에 의한 생산을 약속한 물건의 대가로 받는 부자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음식과 상품들을 얻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도 일 할 수도 없다. 이 거래는 공짜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이익이 노동자 쪽에만 있기 때문이고,반면에 부자들은 거래가 성립되는 데에 아무런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부자가 이 거래에 동의할 수 있게 하려면 필요한 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이미 수행된 노동(du travail fait)이 앞으로 수행될 노동(du travail à faire)과 거래할 때마다 후자가 전자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축적된 잉여의 소유자가 그의 선불(avances)에 합당한 이익을 되찾아야(retirerait) 한다는 것이다.
자본론에 인용된 이 부분은 시스몽디가 결코 등가교환이 아닌 임금과 노동(시간)의 거래를 가상의 역사에 기대어 설명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태초에 노동을 해서 그 결과물로 풍족하게 소비하고도 남은 잉여를 가진 부자들이 한편에 있고, 다른 한편에는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 지금 당장 뱃속에 뭐라도 넣어야하지만 먹을 것을 얻기위해 일을 하려다가도 그 일의 대가가 주어지는 사이에 굶어죽는 상황에 처한 빈털터리 가난뱅이들이 있는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부자들이 태초에 노동을 하면서 새참으로는 무엇을 먹었는지 궁금하지만, 아무튼 이런 세계에서 가난뱅이들은 부자들에게 자신의 노동생산물을 바칠 것을 맨입으로 '약속'만! 하고 부자들의 잉여로 생활하며 노동합니다. 이런 상황을 시스몽디는 노동자에게만 이득이 있다고 보고, 이득이 없는 부자들이 이런 거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거래는 공짜가 될 수 없다'라는 말은 가난뱅이들이 맨입으로 약속만하고 완성품을 전달하기 전까지 공짜로 밥 얻어먹는 상황에 기초하는 거래는 성립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자들이 이 거래에서 얻을 이득을 위해서 부자들의 이미 수행된 노동(du travail fait)이 더 많은 양의 앞으로 수행될 노동(du travail àfaire)과 거래되어야 한다고 시스몽디는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자의 12시간 노동이 10시간이 대상화된 임금과 거래되는 것을 그만의 역사적, 논리적 설명으로 풀어보려고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해석하고 보면 자본론의 후자 - 앞으로 수행될 노동 - (자본가), 전자 - 이미 수행된 노동 - (노동자) 라는 설명과 틀리게 됩니다. 저는 "후자가 전자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가져야 한다" 를 많은 양의 후자(앞으로 수행될 노동)가 적은 양의 전자(이미 수행된 노동)와 교환되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어 원문은 "... le dernier aurait une valeur supérieure au premier, ..." 입니다. supérieure는 upper, higher, superior 과 같은 뜻이 있고, 프한사전에서는 -을 넘어서는, 상회하는,의 뜻도 있지만 대체로 질적인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보는 뜻풀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수행될 노동이 이미 수행된 노동보다 더 높은 질의, 단위시간당 더 많은 가치를 가지는 노동이라고 본다면 시스몽디의 설명과는 앞뒤가 안맞게 됩니다. 그러면 대상화된 12시간의 노동이 살아있는 10시간의 노동과 교환된다는 말을 시스몽디가 하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자본가를 앞으로 수행될 노동이 아니라, 이미 수행된 노동과 연결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시스몽디의 다음 문단을 보면 확실할 것 같습니다. 위에부터 『상업적 부에 관하여』37쪽 두번째 문단의 원문 첫문장, 그리고 첫문장의 영어 번역, 한글 번역(발번역 ㅠ)입니다.
Dès que les propriétaires du superflu accumulé que nous appellerons désormais capital, ont pu l’accroître en l’échangeant contre un travail à faire, ils ont multiplié autant qu’ils ont pu de pareils échanges, et ils se sont bien gardés de suspendre la faculté productive de leurs capitaux, en les laissant chômer. (37p)
Hardly were owners of accumulated surplus (we call capital hereafter) able to multiply it by exchanging it for some labour yet to expend before they came to make as many exchanges as they could, and to feel free to exercise the productive faculties of their capital, without leaving it unemployed. -KUBO
축적된 잉여(앞으로 자본으로 부르기로 하자)의 소유자가 그것을 그것과 앞으로 수행될 노동(un travail à faire)과의 교환을 통해서 증식시킬 수 있게 되자마자, 그러한 교환을 가능한 한 많이 증가시키고, 그들 자본의 생산능력이 사용되지 않은 채 중단되는 것을 주의한다.
여기서 확실히 축적된 잉여(앞으로 자본이라고 부를)의 소유자를 앞으로 수행될 노동과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당연히 축적된 잉여는 이미 수행된 노동이고, 그 소유자는 자본가 이겠지요. 그리고 앞으로 수행될 노동을 가진 사람은 노동자이고요. 부자가 이미 수행된 노동을 더 많은 앞으로 수행될 노동과 교환시키는 것을 계속 반복해서 자본을 증식시킨다는 말입니다.
저는 "후자가 전자보다 더 많은 가치를 받아야 한다" 처럼 후자(앞으로 수행될 노동)와 전자(이미 수행된 노동)를 각각 인격으로 해석한 것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봅니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순서를 바꿔서 넣어봐도 한 인격이 다른 인격보다 더 많은 가치를 얻는다라고 해석하면, 여전히 말이 안됩니다. 그러면 노동자가 자본가보다 더 많은 가치를 얻게 된다는 말이 되니까요. 후자와 전자는 자본가와 노동자를 대입해서 해석해서는 안되고, 후자가 전자보다 같은 시간 대비 많은 가치를 가진다고 봐서도 안될 것 같습니다. "거래할 때마다(que toutes les fois) 후자가 전자보다 많은 가치(량)을 가져야한다."는 해석이 시스몽디의 본문과 충돌하지 않는 것 같고요. 이런 문제는 독일어 4판도 똑같은 걸로 봐서, 시스몽디 인용문 사이에 (the capitalist), (the worker)를 집어넣었을 때부터 생긴 것 같습니다. MEGA를 찾아보면 괄호치고 자본가, 노동자를 써넣은 사람이 마르크스인지, 엥겔스인지, 다른 사람인지, 언제 그랬는지 나오나요? 궁금합니다.
- (추가 2013.01.28.)EM님의 더 많은 판본과의 비교와 깔끔한 해석이 들어있는 글을 보시려면 여기(http://socialandmaterial.net/?topic=%EC%9E%90%EB%B3%B8%EB%A1%A0%EC%97%90-%EC%9D%B8%EC%9A%A9%EB%90%9C-%EC%8B%9C%EC%8A%A4%EB%AA%BD%EB%94%94%EC%9D%98-%EC%83%81%EC%97%85%EC%A0%81-%EB%B6%80%EC%97%90-%EA%B4%80%ED%95%98%EC%97%AC-%EA%B8%B8/#post-5206)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