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독자와의 만남 - 홍대 카톨릭청년회관 12.07.16.

감상

  박노자 선생은 그의 블로그 글을 보면 맨날 감기로 고생하시는 모양이다. 보통 글이 일주일에 한 번 올라오는데, 한 달에 두 번 이상 감기에 걸렸음을 언급하신다.  글 앞머리에 감기로 정신이 혼미하여 글을 오래 쓰지 못할 것이라거나, 말미에 더 이상 글을 이어갈 수 없음을 토로하시기 마련이다. 나이도 젊으시고, 얼마전에 득녀하신 걸로 아는 데 감기로 골골하시니 걱정이다.

 

  한겨레 출판사에서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독자와의 만남을 기획하여 여러곳에다가 광고를 했는데 나는 운좋게 알라딘 배너에서 발견했다. 당첨까지 되어 16일에 카톨릭청년회관에 갔다. 행사를 진행하시는 분이 테트리스 하듯이 일일이 앞에서부터 빈자리없이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입장할 때 좌석번호가 적힌 자리표를 나누어주었으면 좀 더 쉬웠을 텐데.

 

  박노자 선생은 한국의 세 혁명이 실패한 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 성격에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첫째는 해방직후의 한국인들의 노력이고, 두 번째는 60년의 4.19혁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87년의 6월 항쟁을 들었다. 80년대에는 재벌해체라는 구호가 유행했다고 하는데, 오늘날의 '경제민주화'논쟁을 떠올리게 했다.

 

  그 다음은 한국 사회가 가진 모순과 그러한 모순이 가져온 문제에 대응하는 시급한 변혁을 이야기 했다. 모순은 토대의 모순과 상부구조의 모순으로 구분하여 설명됐다. 토대의 모순으로는 한국 경제의 내수/수출 불균형과 대외 의존형 경제, 대기업 집중 등이 있었다. 노동자 계급의 분화(정규직-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여성 등의 구분)와 과도한 노동, 저임금이 뒤따르는 문제로 등장했다. 그리고 원전문제를 언급하면서 한국경제를 "핵폭탄 위에 지어진 수출기지"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상부구조의 모순으로는 재벌의 이해관계에 종속된 정책과 경쟁/성공 이데올로기, 차별구조(여성, 외국인, 장애인, 저학력자 등), 담론의 대외의존과 퇴행(예로 든건 포스트모더니즘), 한국형 종교의 성행을 들었다. 경쟁, 성공과 같은 단어는 메이지 시대의 일본에서 생긴 번역어라는 설명,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개인적 기복으로 환원하는 기독교를 비롯한 '한국형 종교'라는 설명이 있었다. 경쟁 이데올로기와 함께 사회적 모순을 개인 윤리적인 차원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토대와 상부구조가 낳는 문제들에 대해서 시급한 변혁으로는 재벌지배 타파, 사회 공공성 확대, 균등한 분배,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의 내부적 완결성, 환경 보존을 들었다. 그리고 부동산 문제와 주거 정책 문제를 중요히 언급했는데,  손낙구 선생의 『부동산계급사회』를 인용하면서 한국의 가계총소득대비 주거비비율의 구체적 숫자를 보여주었다. 한국인 전체로는 약 11%이고 소득분위 하위 20%계층의 경우에는 약 16%, 그리고 무주택자의 경우에는 약 23%라는 통계였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주거임대료가 소작지대화 되었다는 인상깊은 비유를 들었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과세를 강화하고, 임대료 제한을 법제화하며, 공공임대주택정책을 들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해결책을 기존 정치세력이 추진할 수 없다면서 급진 좌파 정당의 필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좌파운동이 한국형 자본주의와 국민국가 형성에 뒤진 80년대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가진다고 하기도 했다.

 

  질의 응답 시간에 나온 기억나는 구절은 개인의 욕망을 문제로 삼기보다는 그것을 제어하는 사회적 구조의 문제에 집중해야한다는 말과, 역사는 단절과 지속이라는 두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진로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박노자 선생이 유학원 브로커가 아닌 이상에야 할 수 없는 것이다. 역사학자로서 박노자의 이야기, 예를 들면 잠깐 나왔던 근대 메이지 번역어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더 듣고 싶은데, 그가 쓴 이전의 책들을 찾아보고나 앞으로의 기회를 기다릴 수 밖에 없겠다.

 

  질의 응답시간에 누군가가 대선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박노자는 최근 블로그에 올린 이 글(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50782 )과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좌파 운동이 '최악과 차악의 문제'와 무관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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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8 20:40 2012/07/1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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