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트 영역으로 건너뛰기

전국 17만 명의 보육교사가 모일 미래를 꿈꾸며

전국 17만 명의 보육교사가 모일 미래를 꿈꾸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산 쿵쿵어린이집 무지개 선생님(부산보육지회장 이보람)

 

 

부산역에서 서울행 11시 KTX를 탔다. 창문에 낀 서리 너머로 우리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떠오른다. 새 친구 적응에, 행사에, 평가인증에 누리과정 준비로 일주일에 3번 이상 야근하는 최고 바쁜 시기다. 싫은 내색 한번 없던 우리 선생님들을 생각하니 휴가 쓰고 떠나온 내가 너무 부끄러워졌다.

 

연차, 월차, 생리휴가, 연차 수당이 뭔지도 몰랐다. 알아도 못 쓰고, 못 써도 수당 달라고 정당하게 요구하지도 못했다. 원장님, 학부모, 아이들 눈치 보느라 하루 종일 크게 숨 쉬지도 못했다. 결혼하면 죄인이 되어 일도 못하고, 남의 아이 키우느라 내 아이는 제대로 안아줄 수 없는 선생님들. 근로기준법이 뭔지도 모르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이 모진 일을 하는 선생님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하지만 집회에 올 수 없는 선생님들의 ‘옷 따뜻하게 입고 가라’, ‘마음은 함께 한다’는 응원문자, 카카오톡을 보고 시커먼 생각들을 털어 내고 힘을 낼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 앞에 도착하니 선생님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집회에 여러 번 참석한 나도 어색한데 집회에 처음 참석했을 선생님들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손수 만들어 온 깜찍한 피켓을 보니 열정과 각오가 느껴져 우리도 뭔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볼록 솟았다. 추운 날씨에 미동도 하지 않고 집중하는 선생님들을 보니 ‘임을 위한 행진곡’이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허공을 때리는 주먹에도 더 힘이 들어갔고, 사회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목소리도 더 크게 내질러졌다. 현장의 발언을 들을 때는 발언 하나에 울고 또 발언 하나에 웃었다.

 

굳게 닫힌 보건복지부 앞에 전국 17만 명의 보육교사가 하나가 되어 모일 미래를 꿈꿔본다. 웃으며 일할 수 있는, 보육노동자로써 당당하게 목소리 낼 수 있는 내일을 꿈꿔본다.

 

# 보건복지부는 0~2세 무상보육, 5세 누리과정 등 무상보육을 확대한다면서, 2012년 보육교직원의 임금을 동결했습니다. 무상보육 뒤에는 보육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에 1만 2천 6백여 명의 보육교사가 임금동결에 반대하는 서명에 동참했고, 2월 8일 300여명의 보육교사가 보건복지부 앞에 모여 규탄대회를 열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