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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5개대학 청소 아줌마들 ‘연대’ 정규직도 힘든 집단교섭 해냈다

하청업체 대표들과 마주앉아
최저임금 등 노동조건 개선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회의실. 고려대, 고려대병원, 경희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에서 청소·경비·시설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12개 하청업체 대표자와 노동자들이 마주 앉았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집단교섭을 하기 위해서다. 올해엔 경희대와 홍익대가 참여하면서 규모가 더 커졌다. 노동자 대표는 6개 사업장의 청소노동자들이 주축이다. ‘힘 있는’ 정규직 노조들도 하기 어렵다는 집단교섭을 ‘청소 아줌마’들이 해내고 있는 것이다.

 

유럽 등 선진국에선 산업별 교섭으로 대표되는 집단교섭이 보편화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다.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 등 정규직 중심의 일부 산업별 노조가 ‘선도적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늘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청소 아줌마’들이 집단교섭을 이뤄낸 원동력은 뭘까?

우선 ‘연대와 단결의 힘’을 꼽을 수 있다. 아직 노사관계가 성숙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집단교섭은 철저히 힘의 논리에 좌우된다. 노조가 힘이 있어야 가능한 구조다. 청소노동자와의 집단교섭에 참석한 하청업체의 한 관계자는 “집단교섭에 나가지 않으면 노조가 투쟁을 할 게 뻔하다. 학교가 시끄러워지면 대학으로부터 업체가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불편하지만 교섭에 나간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연대도 필수적이다. 노동조건이 각기 다른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눈앞의 이익을 떠나 어깨를 겯고 함께해야 집단교섭이 가능해진다. 윤명순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고려대분회 조합원은 “개별교섭을 하면 결론이 훨씬 빨리 나고, 힘이 있는 노조의 경우 지금보다 임금을 더 많이 올릴 수 있겠지만, 노동자들이 갈라지면 장기적으로는 피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이던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집단교섭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집단교섭을 했던 이화여대·고려대·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보다 280원 많은 시급 4600원에 합의했다. 1년 전보다 500원가량 오른 금액이다. 또 ‘산별 교섭(집단교섭)에 참가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할 수 있었다.

 

이들의 집단교섭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다른 청소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교섭 내용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노조가 없는 대학의 한 청소업체 관계자는 “여러 대학에서 임금이 한꺼번에 오르면 우리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질까봐 임금에 굉장히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권태훈 조직부장은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유령처럼 살아가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많다”며 “집단교섭을 통해 하나의 사업장을 넘어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보편적인 노동기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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