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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벌써 스무살이라니, 벌써 4월이라니. 난 아무것도 해 놓은게 없는데, 아직 너무나 부족한데.

맞다. 이런 소리는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이 심심하다 싶으면 하는 푸념이다. 그렇게 생각했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제 나이가 드는 데에 대한 두려움을 점점 숨기기가 어려워진다. 

글을 쓰다 보니 열아홉살 때가 생각난다.

 그 때도 역시 시간이 지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부푼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존했었다. -대학을 가면, 나는 좋은 활동가가 될 거다. 혁명가가 될 거다.-

 -골방같은 곳에 틀어박혀 친구와 혁명을 논하고 착취없는 세계에 관해 논하기도 하고, 해방을 노래하는 음악과 시를 읽으며 살아가야지.- 구체화된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런 삶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었다. 혁명에 대한, 아니 혁명가에 대한 일종의 로망이 있었다. 거기에 비하면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부산이 아니라 서울에서, 지역의 활동가들을 그리고 엄혹한 현실을 '버리고' 서울로 올라간 것에 그 기대감이 사실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기대는 완전히 박살났다.

 대학을 와 보니 혁명가는 없다. 혁명을 꿈꾸는 사람은 없다. 그러다보니 나 또한 혁명가가 아니게 되었다. 순간순간의 활동에 대한 고민은 넘쳐나지만 모든 것을 노동해방의 선상에서 바라보기엔, 그것과 지금 활동수준의 차이가 너무 크다. 내 활동이라는건 대학을 와도 전혀 구체화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애를 만나고, 얘기하고, 설득하고. 이런 것들이 대체 혁명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내 실천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사람은 모이질 않고, 설득은 먹혀들어가지도 않고. 그러면 아무런 생각도, 고민도 없는 애들을 억지로 끌어들이라는 말인가. 물론 그게 아무 필요없다는 건 아니지만 대체 대학 4년동안 아무런 활동의 기반도 구축하지 못한 채 그런 식의 활동 아닌 활동을 반복해야 한다는 말인가. 어째서 내 주변에 맑스주의자가 단 한명도 없는 것인가! 그 외로움이 스스로를 외롭게 하고 병들게 만든다.

 그렇다고 내가 나를 다져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노동자들의 눈물과, 해방에 대한 열정과, 노동자계급의 힘과 가능성, 그런 것들을 노래하는 시와 음악을 찾아보기엔 마음에 여유가 너무 없었다. 시간은 많았다.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시간의 부족이 아니라 나태함과 규율없음이 내 열정을 구체화시킬 언어의 수용을 가로막았다.

 생각해보니 지금도 열아홉 살 때도 마찬가지다.

 능력없음을 시간이 해결해 줄것이라고 믿었고, 시간이 지나면 나는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활동에 대한 의지를 또다시 불태우고 있지만, 난 내일 낮이 되면 또다시 침대에 늘어져 티비를 보는 멍청한 인간이 되어 있겠지.

 

 그래도 조직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 사람들과 인간관계로 가까워 지기 힘들더라도, 그래도 조직은 내 책임이 나 혼자만의 책임이 아님을 항상 일깨워 준다. 내가 조직의 수준에 맞는지, 그만큼의 능력이 있는 활동가인지 매일매일 자신감이 사라지고 괴로워하고 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훨씬 낫다. 아마 조직이 다가오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스스로의 실천들을 활동이라고 규정짓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부산에 남아 있는 친구처럼. 나도 부산에 남았다면 걔처럼 되었을까. 활동에 대한 추상적인 다짐만 하고 있다가, 정작 대학에 가니까 아무런 활동의 기반도 남아있지 않고, 몇몇 활동가들이 스스로가 활동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그 운동하는 '선배'들은 아무도 없고, 정기적으로 활동을 공유하고 실천을 같이 모색해야 할 조직이 자기를 내팽겨치고. 결국 내가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답답하고 앞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도 않고.. 쓰다보니 지금의 나랑 비슷하구나. 나는 그 친구가 잘 해낼 거라고 믿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제발 그 끈,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그 끈을 놓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연히 다가오는 기회라는게 있다. 결국 그건 정치고 조직이다. 나는 그가 혹시 모를 우연한 계기를 놓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어쨌든 이 구질구질하고 지루한 글의 결론은 아 그래 역시 조직이구나, 하는 건가. 아니 어쩌면 나는 조직, 그딴거는 절대 믿을 만한 게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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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1 01:23 2012/04/01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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