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학생이었을 땐 교사가 개학을 맞을 때의 심정은 어떨까, 따윈 생각도 안 해 봤지.
어우 이렇게 부담이 클 줄이야.
막상 출근을 하면 애들도 이쁘고 수업하는 재미도 있는데
역시 돈 벌고 사는 건 만만한 일은 아닌가보다.
홀몸이 아니어서 더 걱정이 되는 것도 있다.
요 며칠 학교에 출근하는 꿈을 꾼다.
3월엔 생리를 안 한다.
새 학기의 새 업무와 새로 익숙해질 환경들. 어찌나 긴장을 하는지 내 몸의 자연스러운 리듬도 다 흐트러져 버린다.
8월은 3월보단 낫지만 그래도 마음에 긴장은 된다.
시험 준비하고, 취직을 하며 생긴 패턴인데
무언가 엄청 긴장을 하면
준비가 통 안 되어 있는 꿈을 꾸었다.
수업에 들어가는데 어느 반에 가야할지 모르고, 혹은 교실 위치를 모르고
수업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고,
아이들은 제각각 떠드느라 집중이 안 되고,
그런 상황에 나는 기간제 교사라 다음 계약이 걱정이고...
학교 건물이 반으로 뚝 잘려져 있거나
완전히 새로운 건물로 바뀌어 있고..
자주 꾸는 꿈인데도 이런 내용의 꿈을 꾸면 무지하게 시달리고
내가 요즘 쫌 불안하고 불쌍한 상태라는 걸 알 수가 있다.
그래도 해가 갈수록 좋아지고는 있다.
그제 꿈엔 그래도 수업은 했다.
좀 전에 동생 전화를 받았다.
다음 주 목요일에 아버지가 강연을 하신단다.
정년퇴직 기념 강연회이다.
옛 제자들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 현재 학생들이 한데 모인단다.
어렸을 때 놀아주었던 오빠들이 이젠 대머리가 되고,
배도 나오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아저씨들이 되었는데 아마 오랜만에 인사를 하게 될 것 같다.
주변 쌤들이 주축이 되어 초대장도 만들어 보낸 모양이고.
아부진 내가 와 주었으면 하지만,
본인 입으로 말하기엔 쑥스럽고
내가 이동을 하기 편치 않은 몸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여직 말씀을 안 하신 걸 동생이 전해주었다.
나도 예순 두 살이 되도록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또한 평교사로 자신감 있게 학생들을 만나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을까?
나를 위해 누군가가 나의 퇴직을 기념해 줄 수 있을까?
참 크~다란 일이다.
댓글 목록
말걸기
관리 메뉴
본문
힘내세요, 파란꼬리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