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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보러 갔는데....

하루님의 [잠시 정리] 에 관련된 글.

 

벌써 2주나 지났고나. 말걸기와 홍아와 함께 있으니 시간이 어찌나 빨리 흐르는지...

말걸기가 우리 둘이 있을 땐 시간이 질투하더니

홍아와 함께 있으니 세월이 질투한다고 그런다.

 

눈 뜨고 홍아랑 밥 먹고 좀 놀다, 설거지나 청소나 빨래 중 하나 정도 집안 일을 하고

점심 먹고

홍아랑 낮잠 자고

저녁 먹으면

해가 코 자고 우리도 또 코 잔다..

그러면서 '아이고, 또 하루가 갔고나야~' 한다.

 

가을이 온 덕에 산으로 친구집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또 훌쩍....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2주 전에 하루의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내내 글을 써야지, 하는 마음의 부담이 들었다.

 

그 부담은 하루님께 향한 것이 아니라 내게 향한 것이다.

나를 위한 기록...

요즘은 그걸 너무 게을리하는 것 같아 그게 내 생활에선 좀 못마땅하다.

 

아이들을 키우는(혹은 아이들이 자라는) 10년 간의 일을 기록하려니

영화는 아이들의 성장을 빠르게 보여주었다.

그 모습에 홍아의 성장을 오버랩하며 즐겁게 영화를 보았다.

 

그러나 갑자기 영화는 홍아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나레이터가 아이들을 키우는 게 아니라 자신을 키우는 이야기를 하고부터였던가...

 

사실, 몰랐던 이야기는 아니다.

 

나 아기 때 엄마는 일을 했다.

아빠는 하우스 농사, 수박 농사, 참외 농사, 소 농사, 책 외판원 등 여러 일을 벌이고 가산을 축내다

무슨 공부를 하셨다.

그래서 할머니가 나를 보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일 나가는 엄마를 쫒다가 언덕에서 데굴데굴 구르던 일이 기억이 난다.

엄마는 또 엄마대로 울면서 일을 하러 갔다.

 

3살 터울의 동생이 태어나고 시골집에서 청주로 이사를 하면서

엄마는 집에서 살림을 했다.

 

(나는 다 자랄 때까지 동생을 무지하게 때리고

동생에게 못되게 굴었는데 요즘에야 그렇게 군 이유를 알았다. )

 

그래서일까, 엄마에게 홍아를 내가 직접 키워야겠다는 말을 하면서

'엄마 나는 그렇게 못 컸잖아.'라는 말을 했다.

'그래도 돈을 벌어야지' 하던 엄마는

'그래, 내가 못 해 준 것이 있어서 네가 그러나보다.'하고 작은 소리로 답을 했다.

 

아이를 봐 줄 테니 어여 직장에 복귀하라는 시어머니께도

지난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내 아이를 직접 키워야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그것은 머리로 하는 이해였던가..

하루의 영화를 보면서

갑자기 그런 내가 가슴으로 팍 느껴졌다.

 

유독 아이의 울음을 못 듣겠고,

홍아가 울거나 괴로워하면 내가 너무 미치겠고,

그게

홍아의 괴로움 때문도 있겠지만,

그보다 나의 괴로움 때문이었나....

 

우리 집에서는 내 주걱턱의 유래를

아빠가 나를 보면서 젖병을 물려놨더니

내가 이마 쪽으로 수그러진 젖병을 물려고

아래턱을 내밀어서 그리 되었다고

덕분에 코도 팍 주저앉았다고

농담처럼 말을 했었다.

 

나도 그 이야기를 되게 웃기게 친구들에게 말을 하곤 하였다.

 

그런데, 그 날 나는 그렇게 혼자 필사적으로 젖병을 빨려던 내가 너무너무 가엾어졌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게 슬펐다.

 

어렸을 때 시골 길을 혼자 다니며 놀다

내려다보았을 때

발목에서 무릎까지 온통 멍이 들어서

성한 곳이 없던 그 다리가 떠올랐다.

 

하루가 블로그에서 말을 했듯이,

지나고 보면 아이들은 제 힘으로 자라는 듯 하다.

영화를 보니 그게 좀 보인다.

 

하지만

나는 홍아가 작은 마음의 상처라도 받을까(아이는 어쩌면 그를 스스로 극복할 힘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홍아가 조금이라도 외로워할까

견디지를 못하겠다.

 

영화의 마지막에 앵두가 어린이집에 적응을 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냥 눈물이 뚝뚝 흘렀다.

그 땐 이미 홍아의 미래가 아니라 나의 과거를 보고 있었을 거야...

 

그래서 나는

다시 하루의 말처럼

홍아를 키우면서 나를 돌본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내가 받고자 했던 사랑을 베품으로

내가 나를 키울 수 있는 기회이구나.

 

그래서 나는 요즘 이렇게 마음이 꽉 차고 행복하구나.

 

그러니 나를 위해, 너를 위해 더더 마음이 꽉 차게 사랑을 해야지...

 

내 엄마, 아빠는 이런 내 마음을 알면 서운할지도 모른다.

나는 서른이 넘고 한 동안 대 놓고 그들이 나에게 주었던 상처를

다시 들려 주었다.

사춘기 없이 잘 자란 내가 보낸 장문의 메일은 내 아버지의 가슴을 찢어지게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짚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을 하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언젠가 이 아이도 내게 받은 고통을 다시 내게 고스란히 보여주고 싶을 날이 오겠지, 하면 좀 뭐랄까, 두렵다,라고까진 아니지만, 그 마음이 아플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데....

 

내가 참 많이 노력을 했는데도

홍아가 그런 아픔을 안고 있다면

그건 또 그 때 나의, 또 너의 몫이겠지.

 

지금은 내가 하고픈 사랑을 할 밖에....

 

영화가 끝나고 하루와 하늘, 하돌, 앵두와 인사를 하고팠는데

다음 날 일찍부터 먼 길을 놀러가기로 되어 있어서

감독과의 대화를 일부 듣다가 나와야 했다.

 

한 관객이 '이 영화가 왜 이리 슬프냐'라고 물어서

감독의 대답이 어떨지

나의 생각과 같을지 듣고 싶었는데

홍아도 칭얼거리고 갈 길은 멀고 해서

듣지 못하고 나왔다.

 

좋은 영화로 마음 한 켠을 열어주고 다독여 주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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