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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저기에서 뭐 좀 하고 올게!"

홍아가 혼자만의 놀이를 한다.

 

인형놀이나 그림그리기, 블럭놀이를 혼자 한참 하고 놀기는 했지만,

요즘 하는 놀이는 그런 것과는 조금 다르다.

엄마나 아빠에게 안 들키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며칠 전 홍아가 바깥 베란다에 혼자 나가더니 한참 밖을 보고 있었다.

말걸기는 "아유 우리 딸은 참 사색적이야." 했다.

뭐하나 궁금해서 나가보니

조그만 블럭을 코에 넣고 있었다. ㅋㅋㅋ

혼자 한참을 그러고 노는라 조용했던 것이다.

 

그 베란다는 마루에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 곳이고 밖이 훤히 보이는 곳인데

이사와서부터 홍아가 참 좋아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어느 날은 또 " 나 좀 뭐 하고 올게!" 그러더니 혼자 베란다에 간다.

뭐하나 궁금해서 다가가려 하면

"엄마는 가! 보지 마세요!" 그런다.

 

넘 궁금해서 뭐하나 보니

손가락으로 침을 발라서 제 얼굴에 묻힌다.

어느 날은 웃도리를 홀랑 들고서 배에 침을 묻힌다.

 

좀 전에는 말걸기와 내가 낮잠을 잤다.

어른들이 자면 홍아가 같이 낮잠을 잘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웬일인지 내가 잠을 자는데 홍아가 말이 없다.

원래대로라면 엄마는 잠을 자지 말라고 엄청 보채야 한다.

 

뭐하나 싶어 살그머니 눈을 뜨니

ㅎㅎㅎ

팬티를 모자처럼 뒤집어쓰고는 거울을 보고 있다.

마침 팬티 구멍이 세 개여서 하나는 머리가 쏙 들어가고, 한 구멍으로는 홍아 머리카락이 송송 나오고, 한 구멍으로는 홍아 얼굴이 보이는 듯하다. (뒷모습 되게 귀엽다. 나는 이불 쓰고 안 들키려 혼자 막 웃었다.)

그리고 크림을 얼굴에 여기저기 바르는 시늉을 한다.

 

그런데 내가 깬 것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엄마 얼른 주무세요!" 그런다.

그리고 또 팬티 모자를 쓰면서 내가 자는지 확인을 한다.

 

그러고 내가 깨서 "우리 딸 뭐하고 놀았어?" 물었더니

잠시 고민을 하더니 좀 복잡한 표정으로 "인형들이랑 공놀이 했어요." 그런다.

 

내가 컴퓨터 있는 방으로 오니 잠시 후에 따라오더니,

또 "나 잠깐 뭐 하고 올게요" 하고 잠방으로 간다.  

와서는 "인형들이랑 눈사람 만들었어요." "인형들이랑 설거지 했어요." 그런다.

 

홍아에게 비밀로 하고 싶은 것이 생기다니!

그리고 그것을 혼자만 알고 있으려 없던 일을 이야기하다니!

전에도 키키니 눈누니, 아니면 없던 일을 상상하여 말하기는 했지만 이번은 좀 차원이 다르다.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 없던 일을 꾸며 말한 것이다.

 

딸이 많이 컸구나.

흐음 이제는 봐도 모른척 해야 할 때나 되었나?

 

넘 귀여운 모습인데 내게 안 보여 주려고 해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휴우 벌써 엄마와 공유하고 싶지 않은 자기 세계가 생기는구나.

 

(혹시 내가 전에 홍아가 뭘하는데 심하게 뭐라고 한 적이 있는지도 되짚어본다.

내게 야단을 맞았거나 놀림을 받았다는 느낌이 있어서 숨기고 싶어하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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