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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다시는 울지 않을게요! 나 안 울게요!"

방금 전, 홍아가 자기 전에 울며 매달리며 한 소리다.

 

내가 미쳤나보다 싶으면서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멈출 수가 없었다.

누가 울지 말래! 울고 싶으면 울라고!

나는 졸려서 너무 힘드니까 너 안 졸리면 그냥 혼자 놀라고!

나 좀 내버려둬!

네 맘대로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고!!

 

홍아는 계속 입술이 파래지도록 악을 쓰며 울며 매달렸다.

 

나는 밤이 무섭다.

 

임신해서 배가 부르고는 여직 밤에 내리 자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홍아는 아기 때부터 잠을 못 잤다.

저녁이 되면 악을 쓰며 어찌나 우는지, 아기가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닌가 무척 걱정이 될 정도였다.

 

내 아빠는 아이가 밖에 나가면 안 운다며 우는 홍아를 데리고 밖에 나가려 했고

나머지 가족들은 목도 못 가누는 아이가 자극을 받아서 더 못 잔다고 만류를 하다

싸움도 여러 번 했다.

 

새벽에 일어나 우는 아기를 데리고 안고 있으면

아파트 건너편에 불 켜진 집을 보고 저기도 아기가 안 자서 이 시간까지 깨어 있나 했다.

 

낮잠을 자도 홍아는 오래도록 깊은 잠을 못 잤다.

잠이 들기도 힘들었지만 곁에 내가 없으면 바로 깼다.

불 끄는 소리, 나 일어설 때 무릎 관절 삐덕이는 소리가 나면 바로 깨서 울어재꼈다.

잠이 안 오는데 꼼짝 못 하고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어야 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깨서 보채는 것보다는 낫기에 그렇게 할 밖에 없었다.

 

내가 곁에 있어도 45분쯤 자면 다시 깨어 재워야 했다.

홍아 10개월 즈음에는 그렇게 하루에 7번 정도를 낮잠을 재웠다.

 

크면서 한 번에 자는 시간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말을 하면서 잠투정의 강도는 더 심해졌다.

 

엄마 머리 묶어. 안경 써. 불 켜. 아까처럼 해.(이 말은 정말 돌아버리겠다. 다른 설명도 없고 아까처럼 하라며 심하게 운다.) 나 안아. 서서 안아. 앉아서 안아. 마루로 나가. 의자에 앉아서 안아. 서서 흔들어줘. 목 말라. 이 컵 말고 저 컵. 물 많이 줘. 먹다 흘리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너무 밝아. 불 끄지 마. 환해. 어두워. 이 모든 요구를 울면서, 짜증을 내면서 한다.

 

젖을 끊으면 아이들이 내리 잔다는데 홍아는 젖을 끊고도 밤에 두 세 번은 깨어 투정을 한다.

 

아빠에게는 절대 안 가기 때문에 (아빠가 홍아야~ 하고 부르기만 해도 자지러지게 울며 내게 허겁지겁 안긴다. 아빠가 엄마에게서 떼어놓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인가. 처음에 '울지 마' 하고 달래서인지,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더 크게 울며 '나 울 거야!'하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의 잠 문제는 모두 내 몫이다.

 

어느 날은 밥을 달래서 있던 밥을 줬더니 새 밥을 달래서 씨름을 하다 결국 새 밥을 해서 먹였다.

새벽 4시였다.

 

내가 짜증을 내 봐야 되로 주고 말로 받게 되기에

되도록 참고 받아주려 애쓰지만

이제는 목구멍까지 찬 느낌이다.

 

미치겠다.

속이 부글부글해서 표현하지 않으면 내가 돌겠다.

 

참을 수 없어서 그만 하라고 소리를 몇 번 질렀더니

요즘 홍아는 밤이 되면 주문이 늘었다.

"엄마 눈 뜨고 웃어."

 

자기도 불안하겠지. 화를 내는 내가 너무 무섭겠지. 자기도 잠이 오는데 안 자고 싶고 못 자겠어서 죽겠는데, 엄마가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는데 엄마가 소리를 지르니 무섭겠지.

게다가 이사에, 어린이집에 너무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텐데...

 

그렇게 홍아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하다가도

한 시간 두 시간 아이 짜증을 받다보면

정말 미치겠다.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내가 아이를 잘못 키웠나.

젖을 너무 오래 줬나.

너무 아이 뜻을 받았나.

수면 교육을 하지 않아서인가.

애를 잡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좋다고 아이 욕구를 만족시켜서인가.

 

잘 만큼 자고 내 몸의 패턴에 따라 잠을 깨 보고 싶다.

늘 꿈을 꾸던 중에 화들짝 잠을 깬다.

하루 밤에도 몇 번씩.

 

오늘 밤에는 또 어떨라나.

이렇게 공포에 떨다 잤으니 홍아가 깊은 잠을 이룰 수 있으려나.

 

아이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고 있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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